[강순형의 사찰문화재 답사] (95)선암사-일주문 치레

2009-10-21     법보신문

슬쩍 올라앉은 이 홑기둥=외기둥一柱을 바라보노라면, 막 무르익은 맛-말씬하다. 맏며느리보다는 둘째 며느리 같다고 할까.

기둥자리柱座 솟구고, 쿵! 큰 나무떡메로 내리쳐 밀려난 찰떡-인절미 가장자리같이 넓데데히 부드럽게 돌려진 멋진 넓둥근돌받침柱礎石 지나칠 건가.
그 위로, 버텨 선 아름드리 두 다리-기둥 위에 잘 차린 얼굴과 머리 번듯도 할 사.
또, 화엄사·쌍계사·송광사·보림사 문들에 있는 가는 곁다리副柱木 없이 든든堂堂히 서 있는 게 다르다. 다만, 거기 그 자리에 짧은(30Cm) 몽당토막이 드리워져 있다, 그것도 8모난 치레. 태안사문과 같은 8모곁다리를 나중에 언젠가 싹둑 잘라버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더 있다. 천장 곧, 보꾹을 쳐다보라! 두 기둥이마서 빠져나온 큼직한 용=미르가 마주해 지키고 있다! 왼쪽은 금-누른미르黃龍, 오른쪽은 푸른미르靑龍. 빛깔도 곱다. 길게 S꼴로 사린 몸매에 등갈기 힘차다. 쩍 벌린 입에, 혀끝을 살짝 내밀고 구슬여의주을 물고 있다.
불거진 방울눈·굵은 두 가닥뿔·벌름 말코에 더구나, 기린귀같이 길고 잘록한 벌려진 귀는 귀엽기만 하네.
보꾹-하늘엔 흰구름들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못되고 삿됨 막는 지킴이에 구름과 미르는 곧, 비니 불막이 이기도한 나툼. 그래서 그런지, 두 왜란(1592-1597)과 호란(1636)에도 살아남은 것! 5씩이나 큰불로 절 타, 물기있는 첫이름淸凉山 海川寺으로 이름까지 바꿔보는 속에서도.

얼굴이기도 한 이 (이름이) 조계문曹溪門은 이 절의 집으로선 가장 오래 거. 이미, 1540(중종 35)해에 손봤다重修하는 집이자, 앞쪽 두 무지개 돌다리도 놓은 선암사 지킴이護岩 이름 얻은 호암자護岩若休스님(5중창자)이 다시 고친(1679-1719, 숙종5-45) 조선중기풍을 잘 간직한 귀중작품.

강순형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