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총무원장이 되려면

2004-08-10     이학종
개혁은 초기에 강력하게

안티-냉소 세력 있다면

종도들의 뜻 저버리는 것



절집과 나라의 돌아가는 사정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본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개혁을 기치로 든 후보가 각각 행정의 수반으로 당선된 것도 그러하고, 새 지도자가 선거 중에 내세웠던 나름의 공약과 원칙을 이행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닮음 꼴이다.

더욱 놀랄 일은 두 지도자의 의욕에 찬 행보가 일부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까지 빼닮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가 인적개혁, 제도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부딪히고 있는 기득권층의 저항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재벌의 반발, 검찰 등 일부 공무원 조직의 정치적 행보, 야당과의 불협화음 등 노무현 정부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은 국외자의 눈에도 힘에 벅차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런 현상들이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법장 스님 집행부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늘고 있다. 문제가 있었던 몇몇 사찰의 책임자들이 어떤 연유에서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나, 극소수 '정치 종무원들'의 새 원장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사면 등 특정한 사안 등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가진 중앙종회 내 일부 계파의 비협조적 태도 등이 그런 조짐들이라는 지적이다.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법장 총무원장은 일부기관에 대한 인사가 늦어짐에 따라 당초 자신이 구상했던 포교-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기회를 부득불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 종단 내 실력자들의 입김으로 인해 교체가 예상됐던 일부 문제 사찰의 주지인사가 단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견지동 주변에 분분하다.

몇몇 정치적 성향을 가진 종무원들은 최근 불거진 '멸빈자의 징계절차가 계류 중'이라는 해석의 법적 정당성 여부에 법장 원장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98년 징계절차는 마무리 된 것이라는 종단의 공식입장을 정리해 언론사에 통보해주겠다'는 식의 월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또한 중앙종회에서 현진 스님의 호법부장 인준이 부결된 것은 법장 스님의 사면추진에 대한 적극적 입장을 견제하기 위한 계파 간의 상반된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기도 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조짐들이 조기에 제어되지 않는다면 법장 스님이 추진하려던 개혁 종책들이 자칫 좌초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법장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은 스님이 내세운 종책 방향에 대해 다수의 종도들의 지지를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단을 개혁하고 원융화합종단을 만들고자 하는 법장 집행부의 종책 시행에 대해 안티를 걸거나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수 종도의 뜻을 거스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점은 혹여 '집단(조직) 이기적' 생각을 갖고 있는 일부 주체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은 가능한 취임 초기에 강력하게 단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고,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도 한다. 조계종이라고 해서 예서 예외일 수는 없다. 성공한 원장을 되고자 한다면 법장 스님 집행부는 이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학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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