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판결 위해선 판례집 만들어야”

동국대 이자랑 박사

2010-08-30     법보신문

“부처님 당시 제정된 율장의 근본정신은 범계자의 자발적인 참회를 유도해 수행자로서의 청정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승단이 일반 세속으로부터 지탄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조계종의 현행 징계제도는 범계자에 대한 응징에 그칠 뿐 징계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조계종이 출가공동체로서 청정성과 그 정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율장 정신에 근거한 징계제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최근 「율장에 근거한 조계종단 징계제도의 개선방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동국대 강사 이자랑〈사진〉 박사는 “율장에 나타난 범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살피면 범계 행위의 확정에서부터 징계방법, 절차, 관리 등이 구분돼 있는 반면 조계종의 징계제도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이런 까닭에 조계종 징계제도는 징계자에 대한 사후관리, 양형의 객관성 결여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현행 징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죄가 적용되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일정한 처벌 규정을 먼저 정해놓고 범계 행위를 적당하게 나열해 놓은 상태다. 때문에 율장에 비춰볼 때 범계의 경중에 있어 엄격하게 차이가 있는 죄에 대해서도 동등한 처벌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형량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 박사는 “범계 행위에 대해 종단의 질서를 위협하는 죄, 출가자의 위의와 관련한 죄, 부정한 재산 축적의 죄, 종단이나 사찰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물질적인 죄, 출가자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한 죄 등 범계 내용을 큰 틀에서 분류해 이에 따른 일관된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박사는 “일관된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호계원에서 기존에 판결한 내용을 정리한 일종의 판례집을 발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 박사는 “징계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한다면 최소한 징계형량이 끝나는 시점에 범계자가 호계원 등에 출석해 스스로 참회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럴 경우 징계에 대한 효율성 논란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