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있어야 기대한 바 성취도 가능

92. 변화

2010-11-22     법보신문
지장 스님의 차담법담.

‘변화’와 ‘안정’. 가끔 정치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 혹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비전을 제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변화와 안정은 사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말이라서 현실에서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성향은 제 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어떤 성과를 만들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변화는 하되 조심스럽게 안정적으로 변화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 가고 싶어 한다. 처한 상황에 따라 또 사람의 성향에 따라 어느 것이 더 옳은 지는 단정할 수 없다.

 

수행을 할 때 수행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행은 알고 보면 삶의 방식의 변화이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명상의 결과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수행에 흥미가 없어지고 변화가 체험되지 않는 것이다.

 

입으로는 수행을 말하지만 정작 삶의 방식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더 좋아하거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 없이 그냥 겉으로만 수행하기를 원한다. 심지어는 수행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내용은 현재의 삶의 방식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들도 있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변화의 시기에 변화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경쟁에서 뒤처진다. 자신이 이룬 성취와 안정에 만족하다보면 변화를 해야 되는 필요성이 절박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새로운 변화는 모두 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변화는 노력과 시행착오가 뒤따라야 하고 많은 위험 요소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선뜻 새로운 변화에 대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변화하지 않으면 남이 이루어낸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변화에 이끌려가는 삶의 방식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거나 큰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적어진다. 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게는 남모를 시행착오의 아픔과 미래에 대한 불안, 성공하기 전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싸워야 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분명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커다란 변화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수행에서도 변화와 안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삼매 수행은 안정의 개념에 해당한다. 일시적으로 변하지 않는 마음 상태를 만들어 괴로움을 잊고 기쁘고 행복한 상태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통찰 수행(반야바라밀)은 변화의 개념이다. 지속적으로 지혜를 키워 근본적인 앎의 변화,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장 스님.

수행은 보다 나은 습관과 앎을 만들어가는 변화의 과정이다. 변화가 어렵다고 말하기 이전에 진정으로 자신이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 또 실질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깊이 한번 반조해 볼 필요가 있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