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리천에서 마야왕비에게 설법하고 내려오는 부처님

불상 조성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

2011-09-27     법보신문

 

▲ 기원전 1세기 경, 파키스탄 스와트박물관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시던 부처님은 어느 날 갑자기 제자들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때 도리천에 환생한 어머니를 위해 그곳에서 3개월 동안 설법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도리천강하(利天降下)’라고 한다.


불교의 효(孝) 실천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며, 부처님이 계시지 않자 부처님을 사모했던 우전왕이 불상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초기 경전에서는 제자들에게 부처님이 계시지 않아도 스스로가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리천강하 이야기에는 어머니를 위한 설법과, 부처님의 부재 시에도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라는 두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증일아함경』과 『대당서역기』에 자세히 전한다.


도리천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때 범천 및 제석천과 함께 보배로 장식된 세 개의 계단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삼도보계강하(三道寶階降下)’라고도 한다. 상깟사 유적지는 바로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내려온 곳으로 8대 성지이며, 지금도 이곳에는 아소카 왕이 세운 석주가 남아 있다. 도리천강하 에피소드는 이른 시기부터 불전미술의 주제로 애호되었다.


스와트박물관에 소장된 불전도는 기원전 1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리수와 불족적(佛足跡) 등 상징으로 부처님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화면의 대부분은 세 개의 계단이 차지하고 있고, 그 위에는 지상으로 내려오는 부처님을 세 그루의 보리수로 나타냈다. 부처님은 금으로 된 중앙 계단으로, 범천은 은 계단을 밟고 부처님을 오른쪽에서 모셨고, 제석천은 수정으로 된 계단을 밟으며 부처님을 왼쪽에서 모시면서 내려왔다.

 

▲유근자 박사

불전도 속의 제석천은 몸에 장신구를 걸친 귀공자 풍이고, 범천은 긴 머리칼을 올려 묶은 수행자 풍이다. 지상에 도착한 부처님은 중앙 계단의 맨 밑에 불족적으로, 부처님을 맞이하는 연화색 비구니는 무릎을 땅에 대고 공손히 두 손을 내밀고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