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법회

명상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양약
나쁜 습관 끊고 새로운 삶으로 유도

2011-10-26     법보신문

오늘 새벽에도 비만환자들이 법당을 찾았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난 처음 온 환자들에게 애써 불교를 말하지 않는다. 종교가 다르면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명상은 가장 정직한 자신과의 대면이라는 점과 함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괴로움이 사라진다는 점을 들려주었다.


처음엔 쭈뼛거리던 사람들도 곧 수긍했다. 환자들로 하여금 각자 편안한 자세를 취해 앉도록 했다. 그리고는 코끝에 집중해 들숨날숨의 움직임을 헤아리라고 했다. 나도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 얼굴이 처음보다 훨씬 편안해져 있었다.


사실 한 곳에 집중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마음은 늘 망상들로 들끓는다. 그 망상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불안하게 만든다. 대부분 사람들이 밥 한 끼 먹는 순간에도 누군가와 말을 하거나 텔레비전도 시청한다. 음악을 들으며 책이나 신문을 읽는다. 그래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 같지만 왠지 깊이가 없고, 뭔가 풍요로운 것 같지만 늘 허전하다. 명상은 망상에서 벗어나 실상 그대로를 보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삶에 가장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명상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특히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다. 생과 사의 경계와 마주하고 있거나 혹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 병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한다. 이럴 때 명상은 깊은 통찰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병에 대한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도 명상이 주는 큰 미덕이다. 물론 명상이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임상실험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나는 암환자들이 명상법회에 처음 참석하면 몸과 대화를 하도록 이끈다. 수술 부위에 손을 올려놓고 그것을 가만히 느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잘 돌봐주지 못해 병이 난 자신의 몸에 사과를 하도록 권한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병도 마찬가지다. 조화가 깨지고 그것이 반복됨으로써 병이 발생한다. 자기 몸에 대한 참회는 오랜 습관의 변화를 의미한다. 명상법회가 끝나면 눈물로 옷 앞섶을 흠뻑 적신 분들도 적지 않다.


처음 법당에 지도법사로 오면서 많은 분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의료진들이 메스와 약으로 몸의 병을 치료하려 노력한다면 나는 명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후 나는 아침예불, 초하루법회, 약사재일, 직원법회, 자원봉사자법회에도 명상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새벽에는 사념처 수행을 주로 하지만 다른 법회 때에는 주로 경전을 활용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도록 하는 명상을 실시했다.


명상에 대한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새벽마다 법당에 들려 명상을 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 환자들만 아니라 수술실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의사들도 명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명상법회를 좀 더 늘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렇듯 명상이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그러나 가장 큰 명상 수혜자는 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 1시간 반드시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명상으로 마무리 한다. 내게 명상은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