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보시하기 좋아하는 베산따라 태자

귀한 흰코끼리 아낌없이 보시

2012-01-30     유근자 박사

 

▲남인도, 2~3세기, 첸나이주립박물관

 

 

부처님은 전생에 베산따라(Vessantāra, 須大拏) 태자인 적이 있었다. 용모가 뛰어났고 자비와 효성이 지극 했으며, 항상 보시를 행해 뭇 생명 구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의복과 음식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그것을 주었고,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를 구하면 즉시 그것을 베풀었다. 이런 태자의 보시행의 향기가 멀리 퍼져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아버지인 부왕에게는 용맹이 뛰어난 흰 코끼리가 한 마리 있었는데, 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었다. 번번이 싸움에 진 이웃 나라에서는 그 대책을 논의했다. “태자가 어질어서 구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하니, 바라문들을 보내 태자에게 흰 코끼리를 달라고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바라문들은 사슴 가죽 옷을 입고, 물병과 지팡이를 들고 베산따라 태자가 사는 곳으로 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태자가 바라문 일행을 만나자 그들은 “정말 보시를 숭상해 중생의 원(願)을 어기지 않는다면 이제 연꽃 위로 가는 흰 코끼리를 얻고자 합니다”라고 그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태자는 곧바로 인자함과 기쁨으로 코끼리를 바라문에게 넘겨주었다.


나라 안의 신하들은 이 일을 한탄하며 왕에게 태자를 나라 밖으로 추방할 것을 간청하자, 왕은 어쩔 수 없이 태자를 성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보시하기 좋아하는 태자에게는 수레도, 말도, 옷도, 패물도, 몸에 필요한 필수품도,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성 안에 있을 때 이름난 코끼리와 여러 가지 보배와 수레와 말을 보시하다가 쫓겨났지만, 한 번도 화를 내거나 후회하지 않고 화목한 마음으로 서로 따르면서 기쁘게 산으로 들어갔다.


▲유근자 박사
베산따라 태자 이야기는 고대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자따까이다. 남인도 아마라와띠 절터에서 발견된 작품에는 코끼리를 보시하는 태자, 코끼리, 바라문들이 표현되어 있다. 인도에서 보시의 상징은 황금주전자에 물을 담아 상대방에게 붓는 모습인데, 태자가 코끼리를 보시하는 장면은 은유적으로 한 바라문의 손에 물을 붓는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