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새해특집-뱀과 세시풍속][br]뱀날엔 일 않고 뱀 닮은 밧줄 감추기도

2012-12-31     김규보 기자

정월풍속 가운데 뱀과 관련 있는 날은 상사일(上巳日)과 대보름날이다. 정초의 첫 뱀날인 상시일의 풍속에는 좋지 않은 상황을 사전에 막자는 의미로 뱀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많다. 구체적으로 뱀은 다리가 없기에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 그래서 ‘뱀날’은 다리의 병을 방지한다는 뜻에서 사람도 멀리 나가지 않았다. 또 뱀날에 장을 담그면 장에 뱀과 비슷한 구더기가 생길 것을 두려워해 장도 담그지 않았다. 이와 함께 뱀처럼 긴 물건, 즉 머리카락·밧줄·실과 이와 관련된 머리·바늘·농기구 등을 만지지 않음으로써 여름철에 뱀을 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경상북도에서는 상사일을 뱀을 없애고 집안에 우환이 들어오지 못하는 날로 여긴다. 경북 달성에서는 새끼에 머리털을 매고 약간 그을려서 “뱀치자, 뱀치자”고 외치며 뱀을 쫓는다. 경남내륙지방에서는 이날 아침에 막대기 끝에 매단 새끼에 머리카락을 한줌 꽂는다. 그리고는 머리카락과 새끼를 불에 그슬린 후 오줌통에 담갔다가 막대기를 잡고 “배암치자” 혹은 “뱀끄내다”를 외친다.


전라남도에서는 상사일은 일을 하지 않고 물을 긷지 않으며 머리를 빗지 않는다. 빨래를 안 널고 바느질도 안하며, 불을 지필 때 쓰는 땔나무도 부엌에 들이지 않는다. 이때 뱀을 저주하는 ‘뱀입춘’과 ‘뱀지지’를 한다. 충청북도 역시 뱀날에 일을 하게 되면 집안에 뱀이 들어온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풍속이 있다.


강원도 영서지방에는 정월 대보름에 일종의 구충 예방인 ‘뱀치기’를 한다. 아침 일찍 생솔가지를 모아 비처럼 만들고 따로 그릇에 재를 담아 솔가지에 묻혀서 털고 다닌다. 이것은 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해충을 막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평안도에서는 밧줄을 보면 뱀에게 물린다 하여 보이지 않게 감춰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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