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알

2014-07-01     이필원 박사

암탉이 수정란을 잘 품어 시간이 지나면 알이 부화된다. 그곳에서는 병아리가 나오게 되고, 병아리는 자라 암탉 혹은 수탉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알은 닭이 될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다. 무정란이 아닌 이상, 모든 알은 가능태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능성의 존재인 알이라고 해도,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병아리가 될 수 없고, 닭이 될 수 없다. 알을 품어주는 어미닭이 있어야 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알 속에 있는 수정체가 건강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만이 비로소 알은 부화되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노력없는 결과 원함은
도둑 심보와 마찬가지
생각만 하려들지 말고
걸맞는 실천도 행해야


이러한 이미지에서 여래장 사상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는 모두 여래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바로 여래장이다. 그 가능성을 키워 알을 깨고 나오게 되면, 우리는 여래라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래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여하튼 우리 모두 성불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우리는 장차 여래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여래장 사상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여래, 즉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결과를 이끌어낼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란 것이다. 수행을 통해 번뇌를 제거하고, 덕과 복을 구족해 나가야 깨달은 자, 곧 붓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주는 경전이 있다. 상윳따 니까야에 나오는 와시자따 숫따(Vāsijaṭa sutta, 도끼자루의 경)에는 암탉이 알을 품는 비유를 통해 바른 수행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수행에 몰두하지 않는 비구가 ‘나의 마음에 취착이 없어져 모든 번뇌에서 해탈하기를‘이라고 기원한다고 하자. 그러나 그의 마음은 결코 번뇌에서 해탈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과 네 가지 노력과 네 가지 성취수단과 다섯가지 능력과 다섯가지 힘과 일곱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와 여덟가지 고귀한 길에 대해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어 여러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이 알 위에 바르게 앉지도 못하고 바르게 온기를 주지도 못하고 알을 바르게 다루지도 못하면서 마음으로는 이렇게 기원한다. ‘이 알들이 모두 잘 부화해서 병아리들이 발톱이나 부리로 껍질을 부수고 무사히 세상에 나오기를.’ 그러나 결코 그 알들 모두가 무사히 세상에 나오지는 못하리라. 암탉이 알 위에 바르게 앉지 못했고 바르게 온기를 주지 못했고 바르게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른 노력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수행의 결실을 볼 수가 없음을 경전에서는 알을 품은 암탉의 비유를 통해 간곡히 말하고 있다. 누구나 깨닫고 싶어 한다. 누구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깨닫지 못하고,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생각만으로 깨닫고자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할 뿐, 그에 걸맞은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시험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시험을 잘 보았으면 하는 것과 같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시험점수는 결코 좋게 나올 수 없다.

이렇듯 내가 노력한 것을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바라는 것이 도둑의 심보이다. 생각만 갖고 있는 것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천을 할 때, 비로소 진심으로 원하는 것임을 부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51호 / 2014년 7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