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자지(冷暖自知)

거짓 점철된 설악산 삭도

2016-02-11     김형규 대표

“정직함이 가장 좋은 정책이다(Honest is the best policy).” 학창시절 영어 작문 시험에 빈번하게 출제됐던 격언이다. 영어 실력 평가의 의미도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참다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201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좋다고 응답했다. 돈이 된다면 범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이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런 현상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거짓과 반칙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둘러싸고 거짓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전국 산의 70%의 규제를 풀어 위락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산악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계획인데 설악산은 우리나라 대표 국립공원인 데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과 보전가치가 높은 식생들이 대거 존재해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데 제동을 걸어야 할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오히려 면죄부를 줘버렸다.

그러나 최근 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허가는 허위·부실 조사와 각종 오류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국책기관이 정반대의 보고서를 낸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선가에 ‘냉난자지(冷暖自知)’란 말이 있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는 마시는 자만이 알 수 있다는 뜻이다. 1967년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국립공원 개발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환경훼손에 따른 피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관련 부서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가 몰랐을 리 없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산악개발 계획을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무엇이 환경과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정부는 냉난자지 할 일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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