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학생들의 스님 희화화

2016-03-28     김규보 기자

3월17일, 동국대 서울·경주캠퍼스 총학생회와 서울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미동추)가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미지 사진을 게재했다. ‘동국대 총장사태 제대로 알고가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전 동국대 이사장 일면 스님, 총장 보광 스님이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덧붙인 것인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미동추는 자승 스님이 마치 “동국대는 종단의 것!! 종단은 곧 총무원장! 그러니까 바로 나의 것. 스님총장 한 번 가자”라고 말한 것처럼 그렸다. 김희옥 전 총장이 채팅방에서 퇴장하자 자승 스님은 각각 보광 스님과 일면 스님을 향해 “보광아 ㅋㅋㅋㅋㅋ 됐다 ㅋㅋㅋㅋㅋ ㅊㅋㅊㅋ(축하축하)” “일단 넌 이사장 해봐. 보광이 총장 4수하면서 돈 많이 썼다 ㅎ”라고 말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런가하면 동국대 이사들이 “일단 사퇴로 언론 입부터 좀 막읍시다”라고 이야기하자 자승 스님이 “다시 내 사람들 넣으면 돼. 너희들도 자리 하나씩 줄게. 사퇴 고”라고 지시하고, 일면 스님이 “보광 스님은 왜 사퇴 안 해!!!! 어? 사퇴해!!!!”라고 말하자 보광 스님은 “내가 총장하려고 쓴 돈이 얼만데. 쒸익쒸익 에라이 그래!! 더러워서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표현했다. 미동추는 이 이미지를 컬러로 인쇄해 동국대 상록원 앞에서 배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장훈 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2월3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대 원흉 한태식이는 나가지 않고 있다. 낯짝도 더럽게 두껍다” “어쩌다 이사라고 와서 맛있는 거나 처먹고 있다” “최근 승진한 교직원들은 다 쓰레기”라는 막말을 쏟아내 파문을 빚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4월10일 친일 행적이 드러난 스님들의 등에 북을 매달고 내몰았던 명고축출 퍼포먼스를 강행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이고, 누구에게나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비판이 건설적 논의를 거쳐 사회와 조직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하지만 건전성을 상실한 맹목적인 비판이 방향을 잃고 헤매다 표현에 매몰돼버리는 사례 또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주장하는 바를 올곧이 전달하고 설득시키기에 앞서 철저한 자기 검열을 거쳐야하는 이유다. 너나할 것 없이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 김규보 기자
지난해 12월3일 동국대 이사회의 임원 전원 사퇴 결의에 대한 이행은 이제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 이사장 일면 스님과 총장 보광 스님도 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여기서 일부 동국대 구성원들이 상기해야 할 게 있다. 당시 이사들은 (학생·직원·동문 등이)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결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동국대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상생과 발전을 위한 건전한 논의가 진행되길 기원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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