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근심도 비껴가는 여자의 따듯한 시선
‘대책 없는 여자’ / 안숙경 지음 / 천우
2017-03-06 이재형 기자
안숙경 시인은 어쩌면 베짱이에 가깝다. 다가올 일을 대비해 꼼꼼히 챙기고 차근차근 준비하기보다 지금 이 시간을 찬탄하고 현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천성은 그의 시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소망이 뭐 특별한가요. 하루 한 끼 먹고도 배고픈 줄 모르고요. 원고지 몇 자 채우고 감동 먹고 낄낄거리다 숟가락 붙잡고 젓가락 두드리며 동백아가씨 한 곡조 때리면 그만이고요.…’(대책 없는 여자 1 일부)
특별한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야무진 다짐도 찾아보기 힘들다. 외려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인물보다 맨발의 자유를 꿈꾼다.
사실 베짱이의 수명은 6~8개월이다. 추운 겨울이 두렵다고 대책만 세우다가 하루아침에 죽음을 맞을 수 있다.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걱정하며 지금을 희생한다면 그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는 또다시 먼 훗날을 걱정하며 괴로워하기 십상이다. 때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의 일상을 외면한 채 먼 미래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비슷하다. 대책 없는 여자, 안 시인은 현실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처님도 빈 발우로 돌아올 때도 있었거늘, 수많은 제자들이 모두가 모범생은 아니었거늘, 그래도 늘 살려지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수행하셨기에 오늘날 지구의 스승이 되었거늘, 끼 많은 몸뚱아리 두 팔 벌리고 맨발로 일심의 장단에 맞춰 합장의 춤을 추고 있거늘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를 노래하면서.’(대책 없는 여자 67 일부) 1만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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