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불법사찰 진상규명 필요하다

2017-06-12     법보신문

조계종이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폐지 조치에 대해 “국정원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와 분리시키려는 실천적 조치로 평가한다”며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불법사찰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바 있는 교계로서는 국정원 개혁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교계에 ‘불법사찰’이라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이다.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한 사찰이 총리실을 통해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종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일었다. 정치인이나 시민운동가들에 향했던 표적 감시 눈길이 종교계에도 드리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행자를 향한 불법사찰도 서슴지 않는 정부라면 작심만 하면 국민 그 누구에게라도 ‘검은 눈’을 들이댈 것임을 정부 스스로 방증해 보이는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은 불법 사찰 및 증거 인멸 사건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했으나 결과 발표를 보면 지금도 아연실색해진다. 보선 스님 사찰에 대해서는 ‘미행이나 강요 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불법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관 스님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견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유신정권에서나 자행됐던 폭압적 행태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2008년 불법사찰 사건 직후 조계종은 중앙종무기관 및 전국사찰에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출입을 금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선 사찰이나 단체들이 총무원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2012년 조계종 고위직 스님을 대상으로 한 불법사찰이 발생한 바 있는데 당시 조계종은 ‘교계 일부 세력과 인터넷 매체 등이 국정원 등의 정부 정보기관과 정보 거래를 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의도로 정보기관과 접촉했는지, 나아가 어떤 정보를 주고받았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혹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것이라 해도 이는 교계 내 자정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청정승가 구현이라는 미명아래 확인되지도 않은 각종 의혹을 건네 불법사찰을 조장하는 건 훼불행위요 비민주적 처사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2012년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으니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