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한 번, 삶과 죽음의 인연
백중 기도 중 죽음 맞은 두 보살
억겁인연 작은 부분만 판단가능
모든 삶·죽음 내 것으로 관해야
영가를 위한 백중 우란분절 기도가 있는 용맹정진 기간, 하안거입니다. 여름은 또 어린이, 청소년 등 여러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는, 삶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맘때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집니다.
오랜 인연 중에 백중 기도 기간에 돌아가신 보살님 두 분이 생각납니다. 두 분은 젊은 시절부터 함께 신행생활을 한 도반이었고, 우리절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불교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그만큼 열렬히 공부했습니다.
첫 수업에 3명이 입학했는데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 보살님이었습니다. 보살님은 말없이, 어머니처럼 절 살림을 구석구석 도맡아서 해 주었습니다. 신도는 없는데, 어린이법회부터 매일 끊임없이 법회를 보는 스님이 안타까워 발을 돌리지 못할 정도로 자비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보살님에게 시아버님이 계셨는데, 성격이 별나서 가족도 견디기 힘든 어른이었습니다. 특히 며느리에게 더 심했습니다. 그런데도 보살님은 시아버님을 끝까지 모시며 마음 상하지 않도록 손과 발이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보살님은 잘 낫지 않는 감기로 병원에 들렀다가 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간병 기간 후 눈을 감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시아버님을 탓했습니다. 평생의 원수였다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뒤, 연세 많았지만 건강했던 그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정작 마음 아파 뜨거운 눈물 흘렸던 우리들은 모두 남았는데 말입니다.
인연이란 것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가 생각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 느끼는 인연들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도반인 다른 한 보살님 역시 불교공부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경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때 늦은 불교 공부를 특히나 즐거워했습니다. 몸이 약해 어지러움이 많았는데도 삼천배나 철야기도 등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무문관 수행을 한달 동안이나 다녀 오기도 했습니다.
보살님은 어려운 일을 여러 번 겪었는데, 평생 모은 재산을 은행 부도로 잃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암에 걸렸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몸이 약해서 항암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데 오직 스님이 생각난다며, 보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보살님은 삶의 모든 장애를 이겨내고, 이 순간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것은 오직 부처님 덕분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식들보다는 곁에 말없이 서 있는 남편을 걱정 했습니다. 평생 일한 적이 없고, 사람들과 교류한 적 없이 혼자 참선하거나 불교 수행만 했던 남편이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무능력하다며 남편을 미워하는데, 자기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지 걱정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남편인 거사님이 집 거실, 평소 참선하는 의자에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기다린 듯 보살님이 임종했습니다. 부부는 그렇게 하루 밤 사이를 두고 함께 떠났습니다.
오늘, 백중 기도 중에 밖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이 들어와, 영단에 잔을 올립니다. 이렇듯 한 호흡 사이를 뛰어넘어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찬란한 우란분절이길 발원합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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