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것’의 반대말을 보통 ‘하얀 것’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빠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폐해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검은 것’의 반대어는 ‘하얗지 않다’는 것이 동양적 사고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고 서로의 관계에는 항상 대화와 타협이 동반돼야 한다.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발을 자꾸 물어가고 애써 심은 밭에 모종들을 뒤집어엎고 꽃밭을 들쑤시고 다니면 인내심이 약한 나는
마음이 무지를 갖게 되면 윤회를 한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고집인 아집(我執)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생사의 교차 순간에 아집으로 인해 여태껏 길들인 생각과 버릇대로 선택하고 되풀이한다고 한다. 마치 목적지를 정해 차를 몰고 가던 중, 잠시 다른 생각에 열중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목적지가 아닌 집 방향으로 익숙하게 차를 몰고 가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담과 유사하다.‘살아감’은 ‘죽어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죽어감’의 종착에 이르면 새로운 ‘살아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이음상속(異陰相續)’이라 한다. 시작도 알 수
올해 초, 새해를 여는 ‘불교 대축전’이 있었다. 불교계가 대통령을 모시는 자리인 만큼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다. 행사장은 서울 강남 한복판이었지만 사홍서원은 ‘전통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불교의 역사적 전통과 고색창연한 풍미를 자아냈다. 옥에 티라면 선창과 후창으로 진행된 ‘순 한문’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초대한 손님들은 물론 일부 재가불자에게도 조금은 낯설고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미리 준비한 화면 자막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넘어갔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한국불교가 전통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지난 2월부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독립운동의 영웅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초석을 만든 인물로 극찬하였다. 이 영화는 개봉 27일만에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그 영화를 긍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대체로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과 한국 전쟁 당시 이승만의 리더십과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비판적으로 본 사람들은 이승만이 국가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른 독재자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개봉 시
속리산 토굴에서 지내고 있다. 집 뒤로 냉골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올라가면 속리산에서 제일 높은 천황봉에 다다를 수 있다. 냉골이라는 말처럼 계곡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돌고 아직도 응달에는 잔설과 얼음이 골짜기마다 남아 겨울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에는 애기냉이들이 듬성듬성 있어 지난주에는 여린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어려서인지 향은 그리 나지는 않았다. 동장군이 쎄다 해도 봄날 훈풍을 어찌해보겠는가.나는 일주일에 한 번 보은 읍내에 나가 장도 보고 목욕도 하는데 새로 잘 지은 건물이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이었다.
종교는 신앙의 체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가 합리적인 이해만을 인정하는 과학과 그 체계와 의미를 달리하고 있는 것은 그 안에 신앙과 실천의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체제는 모든 종교적 행동의 원천이며, 종교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체제이다’라는 일본의 종교학자 기시모토 히데오(岸本英夫) 박사의 말은 그 점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불교를 다른 종교와 대비하여 말할 때, 그 중심개념이 깨달음이란 측면을 들고 있다. 실제로 모든 불교사상은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러한 깨달음이 없는 믿음을 맹신이라는 입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집합 기억(collective memory)’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억이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라기보다 기억의 내용과 그 구성의 본질은 사회적 현상임을 주장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란 1퍼센트는 진짜 기억일 수 있겠지만 99퍼센트는 그 시대의 지배적 사조와 부합하는 과거 상(像)의 재구성이라고 본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 나라의 역사적 기억 역시 과거의 온전한 재생일 순 없고 집단적·정치적 특성이 가미된 기억틀을 통해 재구성될 뿐이라고 하겠다. 대통령 기념관은
8년 전 우리나라 바둑계 국수 가운데 한 사람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펼쳤던 것을 기억한다. 결과는 국수의 참패였지만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어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수술도 하고 있다. 나아가 인간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생명의 탄생 영역까지 확장하여 생명을 복제해 낼 수 있게 됨으로써 신의 영역에 도전하
작년 가을이었다. 어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질문을 받는 자리였는데 공군법사로 있는 스님 한 분이 내게 “불자 장병들에게 지속적인 신심을 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기에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금강경’에는 두 가지 큰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부처임을 믿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크나큰 서원을 세우라는 말씀이다. 금강 같은 믿음은 내 삶에 확신을 갖는 것이고 그 확신은 자신의 삶에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경에서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백세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적 정년을 지나고도 연명해 나갈 시간이 수십 년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이 단멸되지 않고 영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단은 안도할 일이다. 우리가 안부로 묻는 ‘안녕(安寧)’이라는 인사말의 함의가 ‘아무 탈 없이 편안한가’를 묻고 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수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있어 단순히 생명현상의 연장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꼭 달가운 일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의 부친은 무병장수하시다가 92세에 돌아가셨는데 90세가 되니까 “하루하루의 시간이 지루하다”라는 말씀
종교백화점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종교적 열의도 대단하다. 종교와 신앙의 본질적 매력 외에도 식민시대와 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한계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기대고 싶은 신의 존재가 어느 나라보다 절실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요즘은 종교가 위기를 겪는 중이다. 기독교는 신부와 목사가 부족하고 불교도 출가자가 현격히 줄었다. 새로운 신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다.이 시대에 가장 활발한 종교는 무종교라고 한다. 처음부터 종교를 갖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믿던 종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 인구 증가율은 –0.176%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였으며,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2022년의 0.78명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임신이 가능한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며,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한다. 2023년의 합계출산율은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떨어져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면서부터 주목되기 시작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