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칸트철학-동국대서 유식학 전공동서양 철학 정통…무아-다산논쟁 주도 ‘하나가 전체되어/ 일심이 흩어져 날리면/ 마음은 몸의 피를 타고/ 사람은 고통이 된다. 사랑의 번뇌로 업 짓는 중생/ 업력 따라 육도윤회하고/ 중생 구제로 자비에 찬 보살/ 원력 따라 되돌아온다. 이 땅 위에 운명처럼/ 다시 만나는 중생과 보살/ 중생 사랑의 궁극 아픔도/ 그대를 두고 떠날 수 없음이니/ 번뇌로 물든 사랑의 핵/ 그것은 결국 자비 아닌가?’-한자경 교수의 『나를 찾아가는 21字의 여정』 중 ‘자(慈)’ 전문 이화여대 인문관 4층에 자리 잡은 한자경(51) 교수 연구실은 ‘의외’라는 느낌으로 처음 와 닿았다. 직접 수채화로 그렸다는 풍경들과 유학시절 서양 철학자들을 그린 소묘, 난(蘭) 수묵화와 수려한 붓글씨 등등.
화쟁기호학 이론 개발…불교미학 정립 추진현실 거세된 학문은 공허…비전 제시해야 지식인은 많아도 지성인이 드문 시대다. ‘욕망을 욕망한다’고 할 정도로 도처에 욕망이 들끓고 지식과 예술조차 저항이 아니라 욕망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공공연히 나온다. 매일 8억5000만 명이 굶주리고 5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굶어 죽는 세상. 그럼에도 한 편에선 모두가 더 너른 아파트, 더 높은 지위, 더 강한 권력, 더 많은 연봉을 열망하는 게 이 시대의 모순된 현실이다. 그러면 지식사회는 어떨까.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려하기보다는 곡학아세로 영화를 누리거나 상아탑에 안주해 학문을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공리공론으로 떨어뜨리고도 외려 이것을 ‘학문의 순결함’ ‘학문의 엄숙함’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
한중연-도쿄대서 화엄학으로 박사학위 취득학문적 성실 장점…한일 학문교류에도 앞장 세상에는 참 많은 책과 논문들이 있다. 그 어느 것인들 저자의 공이 들어가지 않았을까만 박사학위논문처럼 묵직한 것도 드물다.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까지의 오랜 시간과 정성도 그렇거니와 받고나서도 박사학위란 그 학자의 명함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김천학(48) 소장은 이런 면에서 독특한 케이스다. 하나도 어렵다는 박사학위를 둘씩이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균여의 화엄일승의 연구: 근기론을 중심으로」란 논문을 써서 받은 박사학위와 8년 뒤인 2007년 일본 도쿄대에서 「일본 화엄사상의 연구-헤이안기 화
단경 연구로 학위 취득…논문·역주 다수‘문자 세우지 않는’ 선어록 번역으로 정평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하는 선종에서 어느 종파 못지않은 방대한 어록을 남겼다는 점은 얼핏 보기에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립문자가 곧이곧대로 문자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고착화된 언어에 대한 부정’으로 이해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불립문자엔 문자의 구사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아니라 문자를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으로 표현을 확장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어록 번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일정한 원어에만 매달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언어 조건에 가장 적절한 말로 바꿈으로써 원래의 개념을 새로운 표현 형식에 담아 보여주는 작업인 까닭이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인 김영욱(5
서양철학 전공…과학·심리학도 일가견다양한 학제간 연구로 불교 현대화 견인 근래 불교관련 학술단체가 크게 늘고 이에 따라 세미나가 급증하면서 엇비슷한 학자들이 모여 엇비슷한 주제를 놓고 엇비슷한 얘기들을 한다는 지적들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세미나가 있다. 바로 밝은사람들연구소가 주관하는 학술연찬회다. 이곳 학술연찬회는 형식과 그 내용에서 여느 세미나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학술연찬회 때 미리 출간된 학술서적으로 자료집을 대신하는 점도 그렇지만 주제 또한 크게 다르다.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나,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등 주제들은 불교는 물론 일반학문에서도 핵심적인 것으로 불교와 다양한 학문과의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자기 문제의식과 관점으로 불교학 연구새 대승기원 주장…불교학계 팔방미인 ‘길은,가면 뒤에 있다.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그러나 너와 나는구만리 청천으로 걸어가고 있다.’ 실상사 화림원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12월 11일 서울 신정동에서 개최한 제13차 화엄광장에서 조성택(53·사진)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황지우 시인의 ‘마음의 지도 속 별자리’라는 시를 인용해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길을 간다’고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에게 길은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면 뒤에 있는 것”이라며 “부처님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은 정각(正覺)이 아니라 고행을 그만두었을 때”라고 했다. 마지막 남은 길인 고행의 길마저 버린 그 순간이 부처님 생애에 있어 가장
‘불교와 인권’ 등 저술로 새 패러다임 제시“불교 핵심은 윤리…열반도 윤리실천 결과” 순천대 철학과 안옥선(48) 교수는 전형적인 ‘학구형’ 학자로 일컬어진다. 강의와 식사시간, 매일 아침 1시간여의 산책과 6시간의 짧은 수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서재에 묻혀 지내기 때문이다.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채 그는 옛 성현들과 마주하고 동과 서를 오가기도 하며 때론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민하는 것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분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또한 불교를 공부하게 된 것이 행운이지요. 불교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삶의 양식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고 또 그렇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가 처음 불교학을 시작한 건 유학자이면서 불교에도 밝
불교에 심취해 치과의사서 불교학자의 길 선택중론 등 번역·저술 다수…학문·신앙 소통 추구 학자들의 전공은 곧잘 ‘성역’에 비유되곤 한다. 박사학위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일단 전공이 정해지면 그 영역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수월치 않다. 영역이나 틀을 벗어나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거나 비난과 질시의 복판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전공이나 관례는 안식처인 동시에 올가미이기도 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김성철(53) 교수는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동국대, 1997)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대학에서도 중관학을 지도하는 명실상부한 ‘중관학자’다. 1993년 용수의 『중론』 역주를 시작으로 최고의 중관 개론서로 간주되던 무르띠의 『불교의 중심철학』(1995년)을 우
아비달마불교 전공…번역·저술만 40여 권불교사상 결정체 ‘순정리론’ 세계 첫 완역 인도불교사에서 아비달마(부파불교)는 단연 주류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승(小乘)’이란 명칭은 말 그대로 ‘대승(大乘)’에 의해 만들어진 상대적인 개념일 뿐 서구학계에선 이미 아비달마를 ‘주류불교(Mainstream Buddhism)’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실 아비달마불교는 붓다 입멸 이후부터 13세기 초 이슬람 침공 등으로 불교가 인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장 큰 불교세력을 형성했다. 또 ‘스승의 인격에 의지하지 말고 그 가르침에 의지하라’는 붓다의 유훈에 따라 오랜 세월 아비달마의 성문제자들이 결집하고 해석한 방대한 논서는 인류 정신문화의 집약체이자 보고로 재평가되고 있다. 대승 또한 아비달마의 토양에서 싹트고 성
선사상 전공…불교학 전반 폭넓은 이해 강점“불교, 문헌에 가두지 말고 현장에 풀어놔야” 보조사상연구원 정기 학술대회가 열렸던 지난 9월 26일. 이날 인경 스님의 발표는 여느 학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준비해온 논문을 읽는 일반적인 발표 형태에서 벗어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직접 만든 논문의 핵심 내용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날 스님이 발표할 때 학자들 이외에 일반 청중들이 유독 많았던 것도 딱딱한 논문발표라기보다 강연회 같은 학술대회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인경 스님이 이렇게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를 한 것도 벌써 5년째. “논문발표회가 소수 전문가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학자가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이날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진정한 학자란 지식에 대한 욕구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며, 그 역사적 인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을 헌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학자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옛 문헌과 씨름하며 역사라는 과거의 우물 속에 담긴 ‘진실’을 끌어올리거나 오늘날 불교계의 현실을 따끔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격주로 한국불교학을 이끄는 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사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독일서 유식 전공…원전 해독능력 탁월“불교학 꽃 피우려면 고전학이 튼실해야” 9월 17일 서울대 인문관 4층 철학과 안성두(53) 교수 연구실. 얼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