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이 사는 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말이 많았던 이유는 그 일을 끝까지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아하! 그렇구나!’ 싶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가끔 누군가와 대화를 마치고 그 대화를 돌아보면 제가 말을 많이 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명 그분은 만족하고 돌아갔지만 돌아서서 다시 보면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남아있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더 공감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하고 친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현장에서
선학과 명상 도입해 학생 유치전통선 전공자·강좌 외면 가속선학 근간·정체성까지 무너져“역량 있다면 출재가 떠나 채용”선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서 전통 선학이 단절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이를 되살리기 위해선 선어록 등 문헌에 밝은 학자들이 연구·강의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스님으로 제한한 선학과 교수 자격 제한을 풀어 역량을 갖춘 학자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동국대에서 전통 선학의 쇠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복수의 선학과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 유치는 오랫동안 절실한 당면과제였다. ‘선’
조계종 기획실이 조직 개편과 관련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을 일원화하는 이유는 종교 조직 핵심 의제인 교육, 포교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전결로 이뤄지는 종무회의에서 교육, 포교 정책을 다뤄 업무의 효율성,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서 간 통폐합으로 인한 구조 조정은 없으며, 인력 재배치로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도 설명했다.총무원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3월 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구도 줄어들고, 출가자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교육,
한국불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전이라면 단연코 ‘반야심경’이다. 인기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불교 자체가 ‘반야심경’의 불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반야심경’은 법회 때나 모임 또는 예식이 있을 때 반드시 독송되는 경전이다. ‘천수경’ ‘금강경’ 등 한국불교를 특징짓는 또 다른 경전들이 있지만 ‘반야심경’에 비할 수는 없다. 이들 경전과 ‘반야심경’의 결정적 차이는 분량이다. 경전의 전분량이 260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반야심경’은 손에 들고 다니는 경전이 아니라 외워서 마음에 담고 다니는 경전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불교에
“전 세계사를 살펴봐도 승병이 활동했다는 유례가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호국불교에 대한 개념이 유독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수 흥국사 의승수군을 비롯해 화엄사 스님들이 대거 참여한 석주관 전투 등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우선했던 스님들의 결단이었지요. 사명·서산·영규 대사의 생생한 기록은 나라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음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입니다.”1700만 히트작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에 이어 ‘노량-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김한민 감독. 그는 임진왜란을
의상의 관음신앙 자료로는 ‘삼국유사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와 승 익장(益莊)이 찬술한 ‘낙산사기문’(신증동국여지승람 양양도호부조), 그리고 의상의 찬술로 전해져 온 ‘백화도량발원문’이 일찍부터 주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기본적인 사료로 활용되어 온 이들 자료 가운데 ‘백화도량발원문’이 문헌학적인 검토를 통해 의상의 진찬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의상의 관음신앙에 대한 이해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를 요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백화도량발원문’은 고려 충숙~충혜왕대(1313~1344)에 활약한 체원(體元)이 충숙왕 15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학생 인성교육을 고민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선 명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12월1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진우 스님은 올해 7월 주호민 웹툰작가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불거진 논란에 관해 언급하며 “이 사안에서 역할을 해 교사들에게 찬사 받았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임 교육감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며 직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생 전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생 전법기금’으로 조성된 151억에 대해서도 “후원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불교동아리 출범과정부터 청년불자수 증가율, 후원금 지급절차를 일일이 점검하고 직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종교편향’ '불교 홀대' 등 현안에 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자승 스님이 11월27일 오전 11시 서울 봉은사 구생원에서 교계 언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법보신문을 비롯해 불교신문·현
어둠이 빨리 찾아옵니다. 오후가 되면 어느새 문밖이 어두워져 있습니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가 다가오나 봅니다. 밤이 길어지는 것을 느낄 즈음이면 그 정점이 다가옴을 알 수 있고 조금 지나면 다시 밤이 짧아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은 모두 이렇게 가득 차면 다시 줄어들고 작아지면 다시 늘어나는 현상들 위에 살아갑니다. 어제도 밤하늘의 달을 보았습니다. 반달보다 작은 달이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 손톱같이 작은 달이었는데 어느새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달은 작아지면 작다고 걱정하고 커지면 커진다고 걱정하는 나
요즘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묻지마 범죄, 보복 운전, 자살 등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과 대상만 다를 뿐, 같은 원인에서 기인한 것입니다.우리는 면역력과 힘을 키우고, 외부의 질병에 대응하여 튼튼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 또한 몸과 마찬가지로 운동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무엇일
우리 문화 최대의 그림자에 대한 ‘알아차림’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1월9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동물에 대한 처우가 엄중한 죄악임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단지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의 산물이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견해에 따르면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과 공포는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7세기 후반 의상이 당의 지엄으로부터 화엄학을 전래하고, 원효가 ‘화엄경’을 본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화엄학은 신라 통일기의 새 불교를 대표하는 교학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8세기 후반~9세기 전반에는 왕경과 지방에 다수의 화엄학승들이 등장하여 서로 다른 연구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제자 양성과 화엄학 전도에 주력하였던 의상의 법손들이 번성하게 됨으로써 이후 화엄학 주류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법손들에 의해 의상의 화엄학을 조술하는 전통이 확립되었는데, 특히 의상의 주저인 ‘일승법계도’에 대한 주석이
상월결사 회주이자 불교광장 총재인 자승 스님이 “20만 청년 불자가 동참하는 달라이라마 초청 대법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10월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종책 모임 불교광장 간담회서 자승 스님은 탈 종교화 시대를 맞이한 작금의 현실에서 전법의 절박함을 토로하며 “내년(2024) 3월 종회 전까지 추진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집행부에 당부했다. 중앙종회 최대 규모의 종책 모임인 불교광장의 추진 속에 총무원과 교구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더한다면 20여 년 동안 갈망해 왔던 ‘달라이라마 방한’은 성사될 수 있다고 본다
박광준(65) 일본 붓쿄대학 교수가 11월3일 ‘경전 한역과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강성용 서울대 교수의 탐진치 및 붓다의 입멸에 대한 해석을 비판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박 교수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일본 붓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붓다의 삶과 사회복지’(한길사, 제1회 청호불교학술상, 문광부 우수도서 선정), ‘초기불교’(민족사, 세종도서 선정), ‘조선왕조의 빈곤정책’(문사철. 세종도서 선정), ‘(일본어)붓다의 복지사상: 불교적 사회복지의 원류’(法蔵館, 제11회 붓쿄대학 학술상 수상) 등 저술이 있다. 편
불보살이라는 이상적 인물의 형상이 여성적이라는 점은 다른 종교와 대비되는 불교만이 특이성인 듯하다. 그리스에서는 신의 세계에서조차 최고신은 남성이다. 기독교의 신은 형상을 갖지 않지만 성부(聖父)로서 존재하며, ‘아버지’의 호칭을 가지며 남성으로 그려진다. 콧수염을 달고 칼을 든 이슬람 예언자의 모습 또한 그렇다. 이렇게 신이나 예언자가 남성적 형상을 갖는 것은,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지배하는 초월자에게 어울리는 형상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문화와 종교를 관찰했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불보살상의 여성적 형상을
길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좋은 시설에 좋은 학교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그 모든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갈수록 커졌고, 시련은 디자이너 지망생 심효빈(혜경)을 나락으로 밀어냈다.만화, 잡지 보는게 좋았고, 포토샵 툴을 다루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시각디자이너라는 꿈을 잠시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빨리 취업이 가능한 특성화고 조리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적성에 맞지
팔관재계(八關齋戒)의 현대적 실천을 모색하며 시민, 불자들이 함께하는 걷기대회가 부산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에서 2000여 명의 동참 속에 성황리에 펼쳤다.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보운 스님)는 9월10일 부산 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광장과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2023 팔관회 걷기대회 및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팔관회 걷기대회는 부산 불교계 여덟 곳의 단체가 참여해 각각 한 가지 계율을 지정, 현대적 실천을 제안하고 걷기와 함께 보시행을 권선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올해는 현장 접수 2000명을 일찌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명상의 네 번째 방법은 몸의 32가지 부위를 관찰하는 부정관 명상이다. 부정관(不淨觀) 명상은 말 그대로 ‘몸(身)이 부정하다고 인식하는(asubha-saññā)’ 명상법이다. 몸은 4대 물질과 파생물질로 구성되었다. 물질은 ‘변형되기 때문에 물질’이라고 초기경전은 정의한다. 본질적으로 물질은 변한다. 시들고 노쇠하며 부패한다. 그러면 냄새나고 썩어서 결국은 흙먼지로 돌아간다. 이것이 물질이 가진 본성이고 본질이며, 특징이고 특성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념처경(D22)’에서 제시하는 몸의 32가지 부위에 대한
서독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사죄한 이후 1980년대부터는 적극적으로 나치 역사를 가르쳤다. 일본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독일이 과거를 뉘우치지 않았다면 유럽 각국이 독일의 통일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사회 전체가 과거를 외면한 채, 군국주의를 추구하던 군인들이 물질주의를 추구하는 ‘회사 인간’으로 변모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노다 마사아키 지음, 또다른우주, 1만9800원.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
2주에 걸쳐 즉심시불(卽心是佛)의 의미를 여러 각도로 살펴보았다. 이번 주, 마지막으로 즉심시불에 대해 정리해본다. 마조는 ‘반주삼매경’ ‘관무량수경’ ‘화엄경’ 등의 설에 의거해 제자들을 제접했지만, 즉심시불을 교조화하려거나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 않았다. 마조가 즉심시불이라고 설한 본 의도는 수많은 제자들의 개오(開悟)의 기연(機緣)에 보여진 일상어일 뿐이며 수시(隨時)의 방편설이다.‘전등록’ 권6 ‘마조장’에 마조의 즉심시불과 비심비불 사상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찌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