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길가엔 눈꽃이 피었다. 아침 뉴스에선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부 지역에 50㎝이상의 눈이 쌓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깨보니 버스는 고개를 들고 힘겹게 가파른 산을 구불구불 올라가고 있었다. 좁은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가득했다. 얘기를 듣자하니 일본을 대표하는 고승인 고보대사 쿠카이(弘法大師 空海)가 입적한 날과 쇼토쿠 태자의 탄생일이 맞물린 연휴기간이기 때문이란다. 이날도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산을 올랐다. 해발 1000m. 너무도 높은 곳이라 사찰이나 몇 개 있으려니 했는데 의외로 마을이 있었다. 그것도 그리 작지 않은 마을이다. 코야잔(高野山)은 마을 초입부터 사찰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마을 전체가 사찰이었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독특한 양식과 전통이 잘 보전해가고 있는 나라다. 그중에서도 참배객을 위한 숙박제도인 ‘슈쿠보(宿坊)’의 전통은 몇 백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슈쿠보는 단순한 숙박시설이나 제도가 아니다. 사찰마다 고유의 서비스와 체험 프로그램을 잘 발달시켜 놓았다. 11월 19~23일 일본의 템플스테이 ‘슈쿠보’를 체험하며 한국불교의 템플스테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보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편집자 주 아침예불과 함께 좌선을 시작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실무자들. 좌선이 시작되면 콘본추우도오의 모든 불이 꺼진다. 오직 불멸의 법등과 몇 개의 촛불만이 밝혀진 채로 이곳은 삼매의 공간이 된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