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의 세 번째 단락. “이래도 좋고, 이러지 않아도 좋다. 이것은 너무 자상하다.”선사들은 비범한 지도 수완을 발휘하여 선의 종지(宗旨)를 세운다. 스승이 학인의 수행을 지도하는 방법에 ‘방행(放行)’과 ‘파정(把定)’이 있다. ‘방행’은 스승이 수행자에게 일체를 허용해 주어서 수행자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다. 한편 ‘파정’은 방행과 반대로, 수행자의 일체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수행자의 망견을 빼앗아 ‘나’가 발붙일 틈이 없게 하여, 일체의 생각과 언설이 종적을 감추게 하는 작용이다. 파정을 ‘파주(把住)’라고도 한다. ‘방행야
‘벽암록’ 제3칙은 당나라 때의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가 입적이 가까워졌을 때 절의 원주 스님과 나눈 문답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마조 선사 “네 마음이 곧 부처”선 대명사 된 즉심즉불 한마디일상 떠나 부처 없다는 설법스승은 조사의 언행 화두로 제시참구는 수수께끼 풀기와 달라‘내가’ 화두 든다는 표현은 오류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속박돼모든 수단 잃고 화두에 붙들려야화두참구는 태고적 깨달음 확인본래 자신에 눈 뜨게하는 게 선마조도일 선사. ‘즉심즉불(卽心卽佛)’, 즉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이 한마디가 그의 선의
하늘가에 해 떠오르니 달은 지고, (착어 ← 눈앞에 나타나 있네. 머리 위에도 끝이 없고 발아래도 끝이 없다. 머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은 금물.)난간 앞에는 깊은 산과 차디찬 개울. (착어 ←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 소름이 끼치지 않는가?)만사를 잊고 그냥 바라볼 때보는 ‘나’ 보이는 ‘대상’ 소멸뛰어난 절경과 자신이 하나 돼‘집착하는 나’로는 화두 못뚫어분별망상 완전히 끊어지는 찰나생사의 관문 뚫는 순간 다가와어디에도 머묾이 없는 ‘지극한 도’중생구제 수행 이어져야 선생활앞 구절 “하
[참구]‘벽암록’ 각 칙의 후반부에 실린 송(頌)은 설두 선사가 본칙에 대해 자신이 꿰뚫은 경지를 게송으로 읊어 놓은 것이다. 제2칙의 송에서 설두 선사는 ‘지극한 도(至道)’의 참다운 모습과 작용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벽암록’ 후반부에 실린 게송설두 선사 깨달음 경지 표현간택·불간택 발붙이지 못할때평소 말 한마디도 지극한 도금사자, 눈·귀 등 ‘여럿’ 총체개성 유지해도 걸림없이 ‘하나’눈·귀 쪼개도 금사자의 금일뿐화엄 표현대로 ‘일즉다 다즉일’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으니, (착어 ← 삼중의 공안이네.
승이 말했다.“화상은 모르신다면서 어째서 명백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착어 ← 자,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나무 꼭대기까지 쫓아갈 거야.)제자의 눈 뜨게 하려는 조주‘똑똑한’ 수행승 머리만 굴려자기 세계에 갇혀 계속 간택 묻고 물어도 망상의 연속뿐가슴 찡한 배려도 눈치 못채번뇌·깨달음 없는 무소유 ‘가난’맨몸 나무 ‘그대로’ 바람 맞듯가난과 하나 된다면 간택 멈춰미(美)를 간택하는 마음은 이미 추(醜)다. 스스로 ‘추’인 ‘추’는 어디에도 없다. 이 수행승은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따져서 물으면 묻는 만큼
그때 한 승이 물었다.“이미 명백에도 머물지 않는데 무엇을 소중히 여기겠습니까?” (착어 ← 한 방 먹여야 한다. 혀가 입천장에 붙어서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구나.) 꼼짝 못하게 만들려던 수행승이미 삼천리 밖에 있는 조주조주와 수행승 사이 문답에는진리와 허구 언어표현 드러나잔꾀로 모방한다면 금세 들통조주의 ‘나도 모른다’는 대답말을 초월한 말 이전의 소식달마대사의 ‘모른다’와 상통그물에 걸리면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렇게 일러 주었는데도 달려드는 놈은 어쩔 수가 없다. 조주 선사는 ‘지극한 도’는 간택만 하지 않으면
이런 말을 하는 순간 이미 간택이고 명백이 되어 버린다. (착어 ← 이랬다저랬다 교활하구나. 잘난 체하지 마라. 물고기가 헤엄치면 물이 흐려지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진다.)‘신심명’의 ‘명백=깨달음’을간택과 동격으로 부정한 조주“깨달았으면 버려라” 가르침깨달음 냄새 풍기면 어리석음금고에 돈 넣어두면 쓸모없어값지게 사용할 때 가치 있어깨달음에 걸맞는 행동 없으면고인 물이 썩듯 부패한 냄새뿐‘간택’은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명제를 정립하고 주장하는 것은 간택이다. 그 명제는 취하지만 동시에 그것에 반하는 명제는
[참구]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다(至道無難). (착어 ←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간택만 하지 않으면 된다(唯嫌揀擇). (착어 ← 눈앞의 이것은 무엇인가? 삼조 대사가 아직 있군.)간택은 취하거나 버리는 행위매달리거나 거부하면 속박 돼한 생각도 일지 않는 일념불기오직 화두만 성성할 때와 같아부처님이 든 꽃 한 송이 설법‘나’ 놓고 꽃 자체 될 때 들려‘간택’은 취사선택 곧 ‘취하거나 버리는 것’이다. ‘지극한 도’를 얻는 길은 간단하다. 취하거나 버리거나, 매달리거나 거부하는 ‘간택’만 그만 두면
(본칙은 굵은 글씨로 표기했고, 본칙의 각 구절에 대한 원오 선사의 짤막한 코멘트인 착어는 괄호 속에 넣었다.)조주 화상이 수행승들에게 제창하였다. (← 이 늙은이, 무슨 짓을 하는고? 당치 않은 말을 하며 억지 부리지 마오.)“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다(至道無難). (←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간택만 하지 않으면 된다(唯嫌揀擇). (← 눈앞의 이것은 무엇인가? 삼조 대사가 아직 있군.)이런 말을 하는 순간 이미 간택이고 명백이 되어 버린다. (← 이랬다저랬다 교활하구나.
‘벽암록’ 제2칙은 당나라 때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778~897) 선사가 문하의 수행승과 ‘신심명’의 앞 구절에 대해 문답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조주 선사의 공안은 운문 문언(雲門文偃, 864~949) 선사의 공안과 함께 ‘무문관’, ‘벽암록’에 가장 많이 실려 있다. ‘무문관’ 48칙 가운데 조주 선사와 관련된 공안이 7칙, 운문 선사 관련 공안은 5칙이 수록되어 있고, ‘벽암록’ 100칙 중에는 각각 12칙(조주)과 18칙(운문)이 실려 있다.‘벽암록’에 12칙 실린 조주 공안‘무’자 화두 제일 공안으
[참구] 온 나라 사람이 모시러 간다고 해도 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착어 ← 지공 화상에게도 30방망이를 쳐야겠다. 과연 발아래에서 대광명을 놓을까?)”양무제에 본심 밝힌 지공 화상달마가 달마를 찾는 모순 지적온 천지가 곧 달마임을 가르쳐금덩어리 잘라도 조각 모두 금“30방망이” 꺼낸 원오의 착어어리석음 벗어나 깨닫게 하고깨달음에 눌러앉는 집착 질타“어설프게 흉내만 낸 선으로는시방삼세 제불 대할 면목 없어”한마디의 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지공 화상의 역량은 이 구절에서 정점에 달한다. “온 나라 사람
[참구] 지공 화상이 말했다.“이분은 관음대사(觀音大士)이시며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십니다.” (착어 ← 멋대로 해석하는구나. 팔은 바깥쪽으로 굽지 않는 법.)달마를 관음보살로 알린 지공불심천자의 눈 밝히려는 방편사신 보내 달마 찾으려는 무제가짜 달마에 집착한 과오 범해스스로가 관음이란 사실 몰라 우리도 양무제와 다르지 않아깨달음 가능성 희박해졌다며“쓸데없는 참견” 질타한 원오지공 화상은 양무제가 달마대사를 모방해서 “모르오”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양무제가 불심천자라는 것을 잘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