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가 죽음과 욕망의 신 마라(Māra)를 만난 것은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직전 또는 그 직후로 그려진다. 이때의 사건에 대해 경전들은 약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에서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기 직전, 자신이 직접 악마를 항복시킬 마음을 먹는다. 이런 생각을 알고 마라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석가모니가 있는 나무 밑으로 가서 그를 포위한 다음 온갖 협박과 회유를 시도한다. 그러나 석가모니가 자신의 부대를 두려워하지 않자, 마라는 석가모니에게 세속의 성공을 보장한다. 세속으로 돌아가면 전륜성왕이 될
대부분 불경의 첫 구절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如是我聞 evaṃ mayā śrutam)’로 시작한다. 이는 다 알다시피, 아난(阿難)이 들었던 부처님 과거의 법문 내용이 경전을 읽는 현재에 즉시 현전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구절이다. 반대로 많은 힌두 경전의 시작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즉, ‘고귀한 가네샤에게 경배하나이다(oṃśri ganeṣāya namaḥ)’와 같은 구절이다. 경문에 나타나는 이 첫 구절은 사실 네팔과 같이 불교와 힌두교가 잘 혼합
아마도 ‘귀신’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되는 고대 인도의 존재를 꼽는다면, 바로 나찰이 그것일 것이다. 나찰은 야차(夜叉)와 함께 불교에서 흔히 등장하는 말이고 가끔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이 둘은 서로 다른 존재다. 한국의 민담이나 전설 속에는 야차보다 나찰이 더 자주 나타나는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이들을 주로 지옥에 대한 묘사에서 자주 만나게 되기 때문인데 나찰은 때로 지옥의 옥졸로 그려지곤 한다. 이들은 대체로 귀신이나 도깨비와 유사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본래 불교를 통해 유입된 초기 힌두교의 대표적인 귀신의 무리를 가
칠성(七星)은 한국 사찰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별자리 신앙으로 현재까지 중요한 민간신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북두칠성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거나 미래를 예견한다는 생각은 서양과 동양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별자리에 관계된 신화와 전설도 유사한 이야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칠성의 존재는 불교 속에서 칠성여래 또는 칠성보살 등의 이름으로 불릴 만큼 각별한 존격과 더불어 칠성각과 같은 별도의 전각 속에 모시고 있다.불교의 성수신앙 인도부터 존립많은 경전에서 천문지식 보여줘불전은 물론 불화에서도 확인돼인도선 칠성과 플레이아데스를불륜때문에
한국불교의 과거 속에서 전쟁의 여신을 숭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의례나 도상 등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문헌으로만 그 흔적이 겨우 남아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과 일본 등에는 비교적 널리 유행했던 불교의 전쟁 여신이 있는데, 이 여신이 바로 마리지천, 또는 마리치이다. 동아시아 불교의 맥락 속에서 마리지천은 주로 전쟁과 국란의 위험 속에서 자주 그 전란의 화를 피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숭배되었으며, 주로 무인(武人)들 사이에서 숭앙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고종 4년(1217)에 거란을 물리치기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전역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설적인 동물이 있다. 심지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적지 않게 이 동물이 나타난다. 이 동물은 기단부의 출수구(出水口)나 출입구의 상인방, 계단 등과 사원의 건축 부재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며, 불보살상의 좌대와 영락뿐만 아니라 귀고리 같은 일상 귀금속 장식에 새겨질 정도로 매우 다양한 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불보살상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아마 이 동물의 장식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동물의 이름이 바로 마카라(Makara)다. 다만, 저명한 미술사학자 쿠마라스와미(Coo
불교 속의 중요한 신을 누락할 뻔 했다. 불교 신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신이 바로 야차(夜叉)다. 야차는 초기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내에 매우 빈번히 등장하는 하위의 신들이다. 마치 한국의 도깨비와 같이, 때로는 흉폭하고 위협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최고의 신들을 돕거나 붓다의 가르침을 받아 선행을 돕는 존재들로 등장한다. 불교나 힌두교 문헌 속에는 상당히 많은 개별 야차들의 이름들이 나열되거나 특정 야차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기도 한다. 각 야차마다 신체적인 특징들도 다양하게 소개된다.불교로 편입되는 신적 위계의재편과정서 수호신 자
변재천은 힌두교의 학문과 언어, 음악의 여신인 사라스바티(Sarasvatī)를 가리킨다. 변재천 이외에 묘음천(妙音天) 또는 미음천(美音天)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변재천은 학문·언어·음악 담당힌두교의 여신인 사라스바티4세기 후반 성립 ‘금광명경’에불교의 여신으로 변모해 등장구전 전통 뿌리깊은 인도에서암송은 스님들의 중요한 덕목학문의 여신으로서 면모 보여한국에는 일본 등과 달리 이 여신에 대한 전통적 도상이 전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고려시대에 여러 신중에 대한 도량(道場)이 시설된 것과 달리 변재천 도량이 시설되었다는 기록은
길상천 또는 공덕천(功德天)은 힌두교의 대표적인 여신 가운데 하나인 락슈미를 말한다. 다른 신중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통해 들어왔던 이 여신 신앙이 현재 한국에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지만 고려 당시만 해도 널리 유행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다. 공덕천도량(功德天道場)과 같은 법석을 통해 가뭄과 전염병과 같은 국가의 재난을 피하고자했던 단서들이 잔존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 여신과 관련된 도량법이 전해지고 현재 이 신상(神像)도 전해지지만 한국에서는 길상천의 도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많은 신중들과 마찬가지로, 조선 전기 이후부터 불교를
한국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신중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사천왕(四天王)일 것이다. 일주문을 거쳐 법당에 이르기까지 사천왕문을 거쳐야하고, 법당 앞의 불탑에서도 거기에 조각된 사천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당의 후불탱화나 부도탑에서, 또는 사리함이나 사경 권머리의 변상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신들은 모두 무장(武裝)을 한 모습으로 무기를 들고 험상한 얼굴로 서있다. 동방 지국천왕, 서방 광목천왕, 북방 다문천왕 그리고 남방 증장천왕이 이들이다.간다라의 불전 부도에 등장하는사천왕들은 터번을 쓴 귀족 모습바르후트 스투
누군가 힌두교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신을 들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시바(Śiva)신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이 신과 연관된 역사적 유적과 신앙형태는 방대하다. 그러나 힌두교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에 반해 불교에 들어와 호법 신장으로 자리잡은 시바 신은 불교의 다른 신중에 비해 그다지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이 신은 거의 대부분 신중탱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며,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도 비교적 많지 않다. 제석천이나 범천 또는 위태천만큼 빈번하게 만날 수 있는 신이 아니다.시바는 기원전 2∼기
힌두-불교 문화가 지나간 곳들 가운데 일부 지역은 특정 신들에 대한 각별한 애착과 함께 그에 대한 풍부한 조각이나 회화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크메르는 나가와 비천에 대한 조각이 인상적이며 둔황의 경우는 비천의 벽화가 그렇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불교유적 속에는 그 어느 지역보다 상세하고 풍부한 긴나라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특유 목소리로 부처님 가르침불국토 찬양하는 천상의 존재팔부신중 하나로 불교 수호신장힌두교와 불교 초기부터 기원과의미 불확실해 진척된 연구 적어‘자타카’의 중요 문학적 인물 등장수다나와 마노하라의 이야기
불탑에 주로 조성되는 신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존재가 있다. 세 개의 얼굴에 팔은 여섯이나 여덟 개를 하고 각 손에는 해와 달 또는 염주나 칼, ㄱ자 형태의 측량도구인 구(矩)를 들고 있기도 하다. 이 특이한 형상 때문에 주로 탑의 상층기단에 새겨지는 팔부중(八部衆) 가운데 그의 존재를 확인하기는 가장 수월하다. 이 신이 아수라다.세 개의 얼굴에 6∼8개의 팔각 손에는 해·달·염주·칼을 든형상으로 탑 상층기단 새겨져경전에서는 인드라의 선행과아수라 비행 대조한 예 다수비구들에게 선행을 독려하고아수라 게으름·폭력성 드러내불교의
필자가 인도조각에 미혹된 최초의 계기는 오릿사의 한 사원에서 보았던 어떤 압사라스 때문이었다. 붉은 사암에 조각한 압사라스는 허리를 완전히 돌려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상념에 빠진 듯, 아니면 단지 바람을 맞는 것인 듯, 눈을 감고 살찐 턱을 들어 올려 미소를 짓고 있었고 도톰한 입술 아래의 턱 가운데는 살집으로 살짝 들어가 있었다. 입술 끝은 뺨 위로 가늘게 치켜 올라가 입술의 끝이 볼 살에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어린 소녀의 순진한 웃음 그대로였다. 천년의 바람도 그 섬세한 미소는 지워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돌의 표정을 읽을
이것은 전 아시아적 현상이다. 인도와 네팔을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이 얼굴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얼굴은 사자의 얼굴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귀신의 얼굴 모습으로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얼굴도 있다. 그렇지만 불교와 힌두문화가 거쳐 간 모든 지역에는 유사한 귀면(鬼面)들이 있으며, 이것의 기원을 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한국에서도 사악한 기운을 쫓기 위해서 귀면와(瓦)를 지붕에 올리고 대문의 손잡이걸이를 귀면으로 장식하는가하면, 화로(火爐)장식도
벌써 십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필자가 전남 화순의 한 사찰을 방문했을 때 한국 사찰에서 귀자모상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현대에 조성한 것이었지만 ‘귀자모상(鬼子母像)’이 중국과 일본 등에 다수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사찰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당연히 그 때 만났던 귀자모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경주지역에서 발견된 소위 ‘숭실대학교 소장 귀자모상(또는 九子母像)’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고중세에 조성된 귀자모 상은 국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초기힌두교나 민간 신앙에선아이 해친 질병 신으로 존재마녀 하리티의
언젠가, 영화배우 최민식이 한 영화 속에 나와 건달의 본래 의미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다. ‘건달’의 본래 의미가 하릴 없이 빈둥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향(香)을 먹고 사는 고상한 신이라는 점을 건달에게 일러주는 장면이었다. 그 때 이후로 건달의 본래 말 뜻이 대중에게 급속하게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중아함경’ 비롯 ‘밀린다왕문경’‘구사론’ 등 많은 경전서 언급우리나라 석탑·탱화서도 발견석탑 기단부 팔부중 중 하나로사자가죽 쓰고 손에 공후 들어고대 인도선 압사라스와 함께천신으로 음악·노래 관장한 신하늘 날아가는 연인으로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익숙한 염라대왕은 오래전 인도 또는 이란의 땅에서 건너왔다. 또는 훨씬 오래전 그들에게 전해지기 전에 중앙아시아 어디쯤에서 기원했던 신이다. 이 신은 리그베다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타 문헌에도 등장한다. 전자에서는 야마, 후자에서는 이마라고 부른다. 인도의 야마나 이란의 이마 등은 인도-유럽인들 공통의 신화로 묶이는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유럽의 이미르(Ymir) 역시 동일한 어원을 갖는다. 염라(閻羅)는 이 고대 인도-이란인들의 공동 신이던 야마(Yama) 혹은 이마(Yim
인류역사를 통틀어 뱀이나 용만큼 다양한 지역과 역사에 걸쳐 전설이나 신화의 주인공이 된 동물도 드믈 것이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동물은 힌두교와 불교 심지어 자이나교에서도 특정 신이나 인물의 전설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로 그려지며 조각과 건축에서 장식적인 요소로 많이 차용되고 있다. 현지인들은 여전히 이들에 대한 신앙을 간직하고 있는데, 뱀이나 용에 관한 신앙이 불교에서 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부족민들의 신앙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불교·힌두교와 자이나교에서도특정 인물의 전설 만드는 역할뱀·용 신앙
가루다 또는 가루라(迦樓羅)는 잘 알려졌다시피 팔부신중 가운데 하나다. 금시조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독립적인 신장으로서 가끔 한국의 석조상이나 신중탱 속에서 나타나지만, 때론 불교 건축물이나 탑의 장식적 요소로 쓰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신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매우 희소하며 대체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국과 달리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 신은 매우 흔하여 불교나 힌두 유적지라면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 신은 대체로 새의 형상으로, 또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