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시대 국찰인 오산십찰(五山十刹)의 평면도를 그린 ‘오산십찰도’에는 사찰 동쪽에 창고인 고원(庫院)이 있다. 이 고원에는 사찰의 일상적 식재료인 장류(醬類)·소금과 더불어 ‘생강’이 저장되어 있다.송나라 대혜보각 선사의 ‘대혜보각선사종문무고(大慧普覺禪師宗門武庫)’에는 송나라 사찰의 고원에는 ‘생강과 전약’[薑煎藥]이 보관되어 있었으며, 생강은 국의 재료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약재로도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양나라 혜교(慧皎, 497~554) 스님이 지은 ‘고승전(高僧傳)’에 따르면 생강은 두타행하는 스님들의 섭식 재료로도 쓰였다
일제강점기 유출돼 이역만리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석가모니·가섭불·정광불(연등불)과 고려시대 나옹선사(1320∼1376)·지공선사(?∼1363)의 사리가 환지본처했다. 조계종은 4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회암사 사리 이운 고불식’을 진행하고 미국 보스턴에서 귀환한 석가모니 진신사리 등을 공개했다. 사리는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내에 있는 5개의 은제도금 팔각당형 사리구 재현품에 각각 담겨, 어산어장 인묵 스님의 전통 의례에 따라 이운됐다. 고불식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만 공개됐
유·무형등재유산, 불교민속의례, 전통 수행, 기록문화 등 한국불교의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를 통합·정리한 디지털 플랫폼이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 플랫폼을 통해 한국불교 대중화는 물론 세계화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K-Buddhism 문화콘텐츠 플랫폼 구축 사업단(단장 김종욱 동국대 교수, 사업단)이 4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불교문화포털(buddhaland.dongguk.edu/main)’ 서비스 개시를 알렸다.‘한국불교문화포털’은 조계종 총무원(원장 진우 스님)과 사업단이 디지털시대에 맞
자은사에서 남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창안취 왕좡샹[長安區王莊鄕]에서 종남산의 천자욕(天子峪)을 따라 오르다 보면, 초입 마을 길가에 아주 허름하고 낡은 건물이 나타난다. 단지 한 동의 건물만 남아있어, 언뜻 보면 오래된 민가처럼 보이는 이 건물엔 거대한 은행나무가 그 옆을 지키며 이곳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 초라한 건물의 현판에는 ‘백탑사(百塔寺)’란 이름이 새겨져 있어 이곳이 사찰임을 알려주고 있다.백탑사의 명성은 단 하나의 인물로 대표된다. 일찍이 이곳은 수많은 탑이 운집한 곳이었고 그 탑들은 바로 삼계교(三階敎)
마조 문하에서 선의 획기적인 발전은 백장에 의한 청규 제정에서 비롯됐다. 청규를 제정하게 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당시 선종 수행자들이 전통적인 율원 생활에 적합하지 않았으며, 대승불교의 실천자들이 대승계율을 무시하고 전통적인 소승계율을 따르는 모순점이 있었다. 둘째, 마조선은 일상화된 생활 실천의 선종으로서 국가권력의 보호를 받지 않았다. 또한 초기 습선자들이 스스로 경작하는 생활이나 5조 홍인·우두법융·육조혜능 등이 대중을 위해 노동을 한데서 자연히 노동과 수행을 동일하게 보았다. 이에 9세기 말 회창파불[845년]의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 중이던 부처님 진신사리 1과와 지공선사의 사리 1과 및 나옹화상의 사리 2과 등 총 4과의 사리가 오는 4월 18일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이다.(법보신문 4월 3일자)참으로 기쁘고 환희심 나는 소식이다. 총무원 문화부와 문화재청의 노력에 불자로서 깊은 찬사를 보낸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사리 이운에 맞춰 4월 19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및 종단 관계자들이 우선 고불식을 봉행하고 총무원장 취임 600일에 맞춰 이운 다례재를 회암사지에서 성대하게 봉행한다고 한다.부처님 진신사리가 돌아오는 일은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임에도 여전히 한국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직접 법문을 들을 수 있는 법석이 마련됐다.아제여행사는 5월 16일~23일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직접 듣는 6박8일 일정의 ‘설오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달라이라마 법회 순례’를 진행한다. 중국의 억압에 고향을 떠나 다람살라에 자리잡은 달라이라마는 원망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티베트인들에게 “미워하기보다 자비로 포용하라”고 가르치며 “이것만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법”이라고 했다. 달라이라마 법회는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운경 종정예하의 태고종 제21세 종정 추대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 주신 고승대덕 스님 그리고 내외 귀빈과 불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종정예하는 오랫동안 한국불교와 태고종의 발전을 이끌어 불교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일생을 오롯이 참선수행에 정진하시며 진계와 속계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정신을 실천해 오셨습니다.종정예하의 지혜와 경륜이 한국불교와 태고종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로 화합하는 길에 큰 등불이 되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불교는 코로나
선·교를 겸수해 불교중흥과 전법을 위해 정진하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영호당 정호 대종사 행적을 기리는 추모다례재가 엄수됐다.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 스님)는 4월 7일 경내 대웅보전과 부도전에서 ‘영호당 정호 대종사 입적 76주기 추모 다례재 및 서광당 재덕 대화상 부도비 제막식 및 선운사 역대조사 다례재’를 봉행했다.대웅보전에서 진행된 영호당 정호 대종사 추모다례재에는 주지 경우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원로의원 보선(대흥사 조실), 성오(백양사 원로), 백양사 수좌 일수, 백양사 주지 무공, 대흥사 주지 법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화엄사가 4월 6일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중앙종회의원, 불교문화사업단장)을 초청해 4월 화엄법회를 봉행했다.화엄사 화엄원에서 진행된 화엄법회는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비롯해 부주지 우석, 종회의원 연규 스님(향일암 주지) 등 스님들과 사부대중 200여 명이 동참했다.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화엄사는 홍매화로 전 국민을 위로하고 이제는 산 벚꽃이 지리산과 화엄사를 장엄하는 이때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듣게 되었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큰 활동을 이어가는 만당 스님의 좋
“중생이 생사의 바다를 오래도록 떠도는 이유는 실로 계율이라는 공덕의 나룻배가 없기 때문이다. 계율의 나룻배를 타고 자비의 노를 젓는다면, 반드시 풍랑을 헤치고 멀리 피안에 오르게 된다. 그러므로 바른 가르침이 많더라도, 한결같이 계율을 행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나갈 때는 반드시 문을 통해 나가는 줄 알면서, 어찌 이 계율을 통해 나가지 않는가?” (‘광홍명집’ 계공편 서문)종남산 줄기의 중앙에 자리한 용담희수풍경구(龍潭戱水風景區)의 차도를 따라 구비구비 오르다 보면 길 바로 옆에 산문(山門)이 보인다. 사찰도 보이지 않는 곳에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 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 …’(마종기 시 ‘개심사’ 중) 절로 들어서는 길은 드세지 않다. 좀 더 깊은 숲으로 난 한적한 오솔길이다. ‘세심동(洗心洞), 개심사(開心寺)’라 새겨진 작은 돌 두 개가 순례객을 맞는다. ‘마음 씻는 곳, 마음 여는 절’. 사적기에 따르면, 혜감 국사(慧鑑 國師)가 창건(654)하며 개원사(開元寺)라 하던 것을 처능(處能) 스님이 중창(1350)하며 개심사로 고쳤다고 한다. 작은 산길
“천고에 묻힌 슬픔이여, 시간의 먼지 속에서도 그대들은 빛을 잃지 마소서. 이 땅에 우리들 발 딛고 살아가는 한 반드시, 반드시 그대들을 태양 아래로 인도하겠나이다. 부디 맑은 공기 원 없이 들이마시고 남은 원한 다 훌훌 털어버리고 극락왕생하소서.”(관음종 총무원장 법명 스님 추도사 중)3월 28일 오후 1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희생자 추모광장. 오전부터 간간이 내리던 비는 위령재를 시작할 무렵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은 거세졌다. 어제까지도 완연한 봄날이더니 하룻밤 사이에 겨울의 끝자락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82년
“봄 산의 별각탕을 배불리 먹고/ 배를 문지르며 앞산을 지나 소요한다/ 금당과 옥마도 모두 나에게는 하찮으니/ 누런 띠풀 헤치며 다시 고사리를 캐노라.”이는 18세기 중후반 해남 대흥사와 지리산 화엄사 등에서 활동한 몽암기영 스님의 ‘몽암대사문집(蒙庵大師文集)’에 나오는 ‘채궐(採蕨, 고사리를 캐다)’이라는 시다. 봄철이 되면 온 산에 가득한 고사리를 캐 만든 별각탕 한 그릇이 있다면 세속 최고 가치로 여기는 금당·옥마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별각탕은 수행자 허기를 채우고 정진하는데 더없이 귀한 원천이었다. 별각탕은 ‘고사리
다른 종교와 비교되는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와 같은 포용성에 있다. 불교는 여러 나라로 전파됐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불화하지 않고 융합하며 새로운 불교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기독교와 같이 치열한 이단 논쟁에 빠지거나, 칼을 들고 싸우는 폭력의 덫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각 지역과 나라에 따라 불교의 형태와 모양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세계의 불자들은 일불제자(一佛弟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곳곳으로 퍼진 불교는 특히 중국에서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불교 전래 초기엔 경전 내용을 중국의 당시 문화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격
동진 때부터 강회(江淮) 이남은 불교사상 연구와 문화 발전의 붐이 있었다. 중국 각지 사원의 범패가 강남에서 전해졌고, 의례 율조가 강남 범패로 통일될 정도로 당말·오대시기에 총림 제도가 남방에서 발전하였다. 명·청대에는 율종의 발원지인 바오화산(寶華山)이 영향력 큰 전계 도량이었고, 티엔닝스(天寧寺)와 티엔통스(天童寺)의 법회가 매우 성했으며, 최초로 수륙법회를 설행한 진산스(金山寺)도 여기에 있다. 그리하여 ‘고승전’에서 언급한 ‘음악을 잘하는 승려’의 절반 이상이 강남의 승려들이었다. 속강의 유행 이후 사찰에는 전문 예승(藝僧
자은사에서 남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천년고찰 흥교사(興敎寺)가 자리하고 있다. 흥교사의 가치는 이곳에 모셔진 현장법사(601~664)와 원측(圓測, 613~696), 규기(窺基, 632~682) 등 법상종 3조의 사리탑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분이 원적하신 곳은 모두 흥교사가 아니며, 이곳에 모셔진 시기 또한 다르다. 그 배경에는 동아시아 불교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세 인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다.현장은 인도 나란타사에서 미륵-무착-세친에 뿌리를 두고 호법-계현으로 이어지는 유식학을 공부하였다. 범본 경전을 가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학부제 전환 이후 선학 강좌 수가 반토막이 났다. 대학원 선학과에서도 문헌이나 수행법 관련 강좌는 현격히 줄고, 선을 응용하거나 선과 거리가 먼 강좌들은 대폭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전통 선학 연구와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선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종학(宗學)의 와해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동국대 서울캠퍼스 경우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학기당 선학 강좌는 평균 9.5개였는데 2017년부터는 4.8개에 그쳤다. 와이즈캠퍼스에서의 감소세는 더 심하다. 2001
불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통일신라 후반기, 선의 수용과정과 더불어 불상·불화·석탑 등 불교미술사에 관련된 강좌가 개설된다.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4월 1일 종로 한국미술사연구소에서 ‘제57회 2024년도 1학기 박물관 대학 미술사 강좌’를 개강한다. 주제는 ‘선종의 성행과 통일신라 후반기 화려한 미술’로 매주 월요일 오후 2시~4시에 강의한다.4월 1일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선종의 수용과 통일신라 후반기의 화려한 불교조각’을 시작으로 △통일신라 후반기의 승탑과 섬려한 부조상(강삼혜/ 국립경주박물관 학예관) △통일신라
동양학자이자 사주명리학 연구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 책이다. 명산대천을 누비며 이름난 고승, 고수들과 교류하며 인문 고전과 역사, 민담 등을 채록해 답을 구했다. 저자의 오랜 사색과 통찰의 결과물이 담긴 189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빠름을 갈구하기보다는 느리더라도 단단한 내공을 다지는 마음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디딤돌이 된다. 조용헌 지음/생각정원/2만1000원.[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