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사리병을 높이 쳐들어 주위에 에워싼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눈을 비비고 바라보는데 갑자기 사리에서 광명이 비추었다.’ ‘정오에 사리를 지하에 넣으려 하자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4월 8일에 사리를 땅속에 넣으려 하자 사리탑 옆 오동나무 가지와 잎이 일제히 사리가 묻히는 쪽을 향해 숙였다.’이 기록은 중국 수나라의 학자 왕소가 남긴 ‘사리감응기’의 일부분이다. 수(隋)나라 문제(文帝)가 인수(仁壽, 601∼604)년간에 111개의 인수사리탑을 전국에 세웠는데, 이때의 사리 봉안 과정
“전도하는 분 내리세요”4월 4일 오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사 하나가 올랐다. 여전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독교인의 지하철 내 전도 행위 관련 보도였다. 지하철 내 전도 행위에 대한 승객의 신고를 접수 받은 기관사가 한 역에 정차한 채 출발하지 않은 것이다. 기관사는 방송을 통해 “열차 안에서 전도 활동하는 분 얼른 내리세요”라고 안내한 후 잠시 후 “얼른 내리세요. 안 내리시면 출발 안 합니다”라고 재차 촉구했다. 얼마 후 열차가 출발했다는 보도로 보아 전도하던 당사자는 곧 열차에서 내린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사는 하
공공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설치한 사랑의교회 도로 점유사건은 14년 전인 2010년 처음 불거졌다. 서초구 주민들은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특정 종교단체가 점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특혜”라며 서초구청에 사용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초구청장을 비롯해 차기 구청장 후보, 국회의원, 시·구의원 등 다수의 공직자들이 사랑의교회와 연계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특히 행정소송 결과 ‘원상회복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음에도 당시 구청장이 사랑의교회 옹호 발언을 하는 등 도를 넘어서
간만에 반가운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영축총림 통도사불교대학의 올해 신입생 입학 인원이 무려 1127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대 최대인원이다. 평창 월정사에서 열린 ‘금강경 봉찬 철야정진’에는 무려 1700여명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온라인 생방송에는 4500여 명이 함께 했다. 중앙대 불교동아리인 중불회의 신입 동아리회원 모집 부스에는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서는 경기북부 지역 3개 대학에 불교동아리를 동시에 창립했다. 이 가운데에
‘홍길동도 아닌데 왜 선을 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간화선을 간화선이라 부르지 못할까요?’‘동국대서 선학 사라진다’는 법보신문의 기획 기사가 보도된 후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은 간명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어느 땐가부터, 명상과 선을 구분하지 못하고, 선을 선이라 못하고, 간화선을 간화선이라 못하고 명상이라 했습니다.…선도 명상일 수 있고, K명상이라 해도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행해지는 명상들 속에는 선과 다른, 선과 합쳐져서는 안 되는 명상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은 공포스러운 숫자다. 모 시사잡지에서는 이 수치를 설명하며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자녀 세대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합계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되면 손자 세대는 13명이 된다’는 대목에서 비로소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된다.이런 현실은 교계도 마찬가지다. 출가자의 급감이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이 2022년 발간한 ‘행자수계교육 30년사’는 지난 30년 동안 조계종의 출가자 추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조계종 사미·사미니 수계자는 통계
산문이 다시 열린 건 꼭 6년 만이었다.평소 일반인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 선원이다. 동장군도 범접하지 못할 정진열로 100일 동안 은산철벽과 마주한 수좌들의 성성한 선기와 그 뜨거웠던 선불장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흔치 않은 기회. 그래서 안거 해제에 맞춰 조계종 총무원이 언론인들에게 공개하는 해제 날의 선원 취재는 기자들에게도 적지 않게 낯설고 설레는 순간이곤 했다.흔히 접할 수 없는 수행의 세계, 한겨울 산중 스님들의 치열한 정진 현장을 펼쳐 보이는 것만으로도 불교는 복잡하고 숨 가쁜 현대인들의 일상에 얼음장같이
영화 ‘건국전쟁’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과 대립이 연일 뜨겁다. 영화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며 사실상 영화 관람을 독려하고 나서면서부터 예상된 결과다. ‘건국절’과 ‘이승만 건국대통령’ 주장으로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기독교계의 편협한 역사관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원을 기부하며 본인의 의사를 더욱 확실히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영화평’까지 하며 의
최근 교계에선 ‘MBC PD수첩’이 특정 교구와 관련된 인물을 취재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방송 날짜가 잡혔다거나, 언제쯤으로 미뤄졌다는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다. ‘MBC PD수첩’이라는 이름과 동시에 교계에서는 “부처님오신날만 다가오면 교계에 찬물을 끼얹었던 MBC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최승호 당시 MBC 사장에 대한 불쾌한 기억들이 회자된다.2018년 부처님오신날을 불과 3주 앞두고 MBC는 PD수첩을 통해 당시 조계종 교육원장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부처님오신날 1
문화재청이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동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도 국가무형유산지정조사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지정이 검토되는 8가지 종목 가운데 ‘소싸움’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학대 지적을 받고 있는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문화재청도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자체가 조사 대상으로 신청하면 검토하게 돼 있다”고 책임을 넘기며 “조사가 진행되더라고 문화재 지정으로
설 명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불교계에 보낸 선물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스님들을 비롯한 불교계 주요 인사들에게 보낸 선물을 십자가가 그려진 포장지에 담아 보냈다. 거기에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해 ‘아멘’으로 끝나는 소록도병원 한센인의 기도문까지 엽서로 제작해 동봉했다. 불교계를 자극하기 위해서거나 무시할 작정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물을 받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나 원로의원스님들을 비롯해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이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
미국은 종교 때문에 탄생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갈망했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18세기 대서양을 건너와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정착하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는 시작된다. 엄연하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임에도 모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는 것이나, 전 국민(이제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화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명시하고도 별다른 문제로 지적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 미국의 종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만암당 종헌 대종사’가 한국불교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국은 깊고도 선명하다. 1876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만암 스님의 삶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6·25한국전쟁을 관통하는 혼란의 한복판이었다. 이러한 시대, 갓 열 살에 접어들던 1886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만암 스님은 손수 논밭을 일구며 기근에 허덕이던 주민들을 구제하고 쇠락해 있던 백양사를 중창했다. 광성의숙·심상학교·정광중고등학교 등을 세워 출가자와 재가자를 아우르며 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한편 일제강점기 조선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참선수행과 선
“내 이제 감로의 문을 여나니, 귀 있는 자는 들어라.”석가모니부처님이 부다가야를 떠나 바라나시 녹야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야를 지날 때다. 이교도 우파까가 길을 막고 물었다.“당신은 누구를 모시고 있으며 스승은 누구입니까. 누구의 법을 따르고 있습니까.”부처님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우파까는 머리를 가로 저으며 다른 길로 가 버렸다. 그다음 부처님을 만난 사람은 뱃사공이었다. 그는 부처님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뱃삯을 내야만 강을 건너 주겠다”는 말만 했다. 그는 부처님을 눈앞에 보고도 어떤 이익도 얻지 못했다.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은 사찰 주련과 벽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이다. 스님의 저서 ‘사찰에서 만나는 주련’(문학연대, 2022)과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문학연대, 2023)는 전국 170여 곳의 사찰을 직접 답사하며 수집한 자료의 방대함뿐 아니라 경전, 선어록 등을 토대로 벽화와 주련의 내용을 풀이한 꼼꼼함과 안목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찰과 암자를 일일이 순례하며 벽화와 주련을 확인하고 이를 촬영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두 권의 저서에 담긴 시간과 노력을 가늠할 수 있다.법상 스님이 이런
김천 직지사 성보박물관에는 성월(城月)이라는 스님의 진영(眞影)이 있다. 문경 김룡사에 있다가 근래 직지사로 모셔왔다는 이 진영은 19세기 후반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영을 들여다보면 10폭짜리 병풍을 배경으로 가사와 장삼을 갖춰 입은 스님이 앉아있다. 오른손에는 굵직한 염주를, 왼손에는 주장자를 쥐고 있다. 스님의 뒤편으로 책 더미와 그 위에 한문으로 쓰인 경전이 펼쳐져 있고, 안경도 놓여있다. 오른 쪽에는 필통이 있고 그 안에는 여러 자루의 붓과 봉투, 두루마리가 촘촘히 꽂혀있다. 이 진영에서 유일한 글은 왼쪽 위의 ‘摠
지난달 말 조계종 중진스님들이 발제자로 참여한 만행결사 대중공사는 중흥과 쇠퇴의 중대 기로에 선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각하게 논의된 것 중 하나가 출가자 감소였다. 1991년 출가자가 517명으로 2002년까지는 매년 400~500명이 꾸준히 출가했다. 그러나 2003년 373명으로 떨어진 것을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더니 2016년 157명이었고, 올해는 131명에 그쳤다.이날 공개된 통계에는 출가자 감소 외에 또 다른 심각성을 보여준다. 남성출가자에 비해 여성출가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10월14일 남양주 수진사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독교인이 언제라도 들이닥쳐 사찰에 불을 지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더욱이 방화범은 2년 전부터 사찰을 드나들며 크고 작은 행패를 자행해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었기에 더욱 그렇다.현대불교사는 훼불과 법난의 역사였다. 불교계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희생양이었고 사찰은 공격 대상이었다. 기독교계는 사실상 그 배후이자 주동자였다. 기독교인에 의한 사찰 방화와 훼불은 해방 직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금껏 되풀이 되는 고질병이다.고 민영규 연세대 명예교수가
법보신문이 얼마 전 불교계 오피니언을 대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9%가 찬성을 표명했고, 반대는 3.6%에 그쳤다. 이는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 이유로는 ‘불교의 평등정신에 부합한다’가 가장 많았고, ‘현대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두 번째였다. 두 답변 모두 뭇 존재는 평등하고 현대사회는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통했다.불교는 세상의 어떤 종교와 철학보다 평등을 중시한다. 이 같은 내용은 수많은 불경과 논서들에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9월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 입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의료계 파업 해결 단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중환자들마저 방치한 14일간의 의료계 파업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은 분명하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醫)’가 중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불교에서도 의술은 대단히 중시됐다. 부처님의 여러 호칭 중 하나가 대의왕(大醫王)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잡아함경’에는 부처님이 4가지 법을 성취했기에 가장 위대한 최고의 의사인 대의왕으로 불린다고 설명한다. 첫째 어떤 병인지 잘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