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의 끝 구절을 우리가 유의 깊게 음미해 보기로 하자. “있음이 곧 없음이요(有卽是無), 없음이 곧 있음(無卽是有)이니,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켜서는 안되느니라. 하나가 곧 일체(一卽一切)요, 일체가 곧 하나(一切卽一)이니,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면, 마치지 못할까 뭘 걱정하랴.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로다.” 부처님의 교설은 철학적으로 존재자적 사유가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를 인류사 최초로 설파하신 것이다. 존재자와 존재의 차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존재자적인 사유는 제법무아가 아니다. 그것은 우주를 딱딱한 고체 덩어리들의 집합으로만 보는 사고방식이다. 부처님의 법은 이 우주를 허느적거리는 기(氣)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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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13:48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