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동지다. 매년 지나는 시간이지만 연말이 되면 항상 ‘벌써’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어린 시절 황진이가 지은 시조를 배웠다. 애틋하게 동짓밤을 읊은 그 시조를 배우며 당시에는 그 애절한 마음은 다 알 수 없었지만 동짓날 밤이 매우 길고도 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야 할 길이 먼 사람은 그 아득함으로 인해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 잃어버린 어린시절 꿈똑같이 품고 있는 아이들그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실제 어른이 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 어린 시절엔 정말 어서 어른이 되고 싶
계절은 언제나 문득 다가온다. 지구 역사와 더불어 단 한 번도 그 시간을 달리하여 오간 적이 없었고,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들은 늘 문득 다가 온 계절을 이야기 한다. 우리들이 삶에 취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연합합창단 참가팀 늘어나며경쟁적 구도 만들어질까 염려이기심 버리고 함께 만드는아름다운 무대 선보이고 싶어어린 시절 추억은 저 혼자 멀리 떠나 마치 타인인 냥 기억에만 아롱져있다. 어린 시절 눈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눈이 참 많이 왔다. 요즘은 눈이 왜 적게
요즘은 배려가 화두다. 정말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변해가고 진보해 가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서 배려에 대한 열풍이 불고 많은 부분에서 배려는 일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배려는 이제 법률로 보장하도록 명시하는 일이 다반사다.눈에 보이는 시설 설치보다상대 입장에서 이해가 우선영상 속 중후한 독경 음색아이들은 따라할 수 없어예전 고층승강기를 타면 각층으로 가는 버튼이 세로로 길게 되어있었다. 언젠가 한쪽 면에 층별 버튼이 가로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색다르다 생각한 적도 있다. 요즘은 보편적이지만 예전에는 그
제주시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시가 생겨 난지도 30년이 지났는데 마땅한 불교교육기관이 없고 사찰의 수도 타종교에 비해 적다. 우리 불교는 과거가 너무 화려해 미래의 빛을 보는데 둔감한 것 같다. 제주의 종교 분포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이지만 이렇듯 새 삶의 터전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면 자칫 그 빛을 잃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약천사합창단 단원과 어머니신제주불교대학 법당 개원날직접 찾아와 감사패 전해 줘깊은 감사 의미에 눈물 떨궈지난 토요일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법당을 개원했다. 신제주에 불교대학을 열어 불자들에
아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만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리어른들은 왜 공통점들을 잃어버리고 갈등하고 사는 것일까? 우리들 모두 어린아이일적에는 개개인의 의견이나 개인적인 사상은 없었다. 하지만 자라며 많은 것을 학습하면서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사상과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부처님같이 위대하신 분들은 한꺼번에 그 많은 사상들과 개념들을 함몰시키고 그 위에 우뚝한 해탈의 광명탑을 높이 쌓아 온 천하에 오랜 세월동안 광명을 드러내고 있다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서울에 사는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노오란 단풍으로 가득한 사진을 올렸다. 문득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보니 지천에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큰 절 소임을 놓고 나면 인간사도 잠시 잊고 자연과 더불어 벗하며 살 거라 생각 했는데 ‘넘고 지나가는 가을을 잊을 뻔하였구나’라는 생각에 혼자 놀랐다.먼저 달려와 힘껏 안기던애살 많은 리틀붓다 단원어른들 주의에 거리감 생겨아이가 아이다운 세상 그리워잠시 저녁 뉴스를 보니 9년 전 어린아이 성추행으로 12년 형을 받은 성 범죄자의 2020년 출소를 막아 달라는 청와대 민
어릴 때 발을 심하게 다쳐 대구 동산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으니 7살 때였던 것 같다. 한 달을 입원 했는데 그때의 하루하루 기억이 어제같이 새롭다. 옆 침상에 입원한 아이며 그 아이 어머니의 하소연까지 생생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버지가 술을 많이 먹어서 어머니가 마중 나간 사이 혼자 둔 아이가 도로로 나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어린 내게 하소연했다. 하염없이 술 마시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살아가는 자신의 신세타령, 그리고 심한 대퇴
이취임식이 있었다. 주지진산식이라고 해야 바람직한 표현인데 새로 부임하시는 덕조 스님께서 이취임식으로 명명하자시며 떠나는 사람을 배려해주신다. 사실 덕조 스님은 사형이 되시니 참으로 살피시는 마음 아니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이취임식에 갔더니 여러 사람들이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무엇을 축하하는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으레 행사에는 축하하는 것이 관습화되어서 일까 아니면 진정 떠나는 사람의 홀가분한 기분을 잘 알아서일까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축하를 받으며 떠나는 기분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합창단 출발 미약했지만어
가을이 완연하다. 봄이 남으로부터 온다면 가을은 먼 북녘으로부터 오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육지의 단풍이야기를 듣고 한참 지나서야 한라산의 낙엽을 겨우 볼 수 있다. 약천사 4년 주지소임 내려놔모든 것 잘 갖추어진 사찰에머물며 살았기에 감사할 뿐 촛불의 헌신, 온전하게 실천한여름 모든 열정 다해 잎 무성히 꽃피우고 열매 맺어 떨구고 한 철 삶을 마감하는 단풍이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한라산의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특이하게도 제주는 부락이 모여 있는 해변가에서 단풍을 보기 힘들다. 자칫 바쁜 삶에 쫓기다 보면 가을이 깊어진 줄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린이들도 어른들의 모순된 말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른들이 지은 어린이 노래와 동시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지만 어린이가 지은 동심의 세계를 따라가기는 아무래도 힘든 것 같다. 중국에서 만난 어린아이처음엔 인사 완강히 거부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과거 집착말고 미래 봐야어릴 때 불렀던 ‘앞으로’라는 노래를 가끔 불러본다. 가사가 마음에 든다. 어린이가 쓴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이의 심정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지구가 둥글다’는 이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라는 숙어를 외우고 수년이 지나서야 그 참 뜻을 알았다. 람색을 색상으로 인지도 못했을 때 글부터 배웠다. 언젠가 짙고 짙은 쪽빛을 보고 이걸 두고 ‘남색’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짙은 남색에 물을 넣어 희석시키니 한없이 푸르고 푸르러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연하디 연하도록 물을 부으니 정말이지 파란 가을하늘 같은 빛으로 변했다. 처음 람색은 검은 빛마저 띄었는데 이토록 파란 빛으로 변하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이후에야 ‘청출어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분명히 알게 되었고 분명한 의미로 응용할 수
가을이다. 가을이 완연하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바다 빛이 그렇고, 하늘빛이 그렇고, 먼 곳에서 달려와 우리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전하려는 청량하기 이를 대 없는 가을바람이 그렇다. 바람과 함께 우리들의 바람 또한 그렇다. 삼여자는 세가지 여유에 관한일타 큰스님의 일관된 가르침이번 가을부터 한발 물러서서하루일과와 계절 찬찬히 보길계절의 변화는 문득 어느 날 오는 것 같지만 조금만 고요히 살펴보면 계절은 온 몸으로 자신의 소식을 매일매일 조금씩 전하고 있었나보다. 어찌 보면 우리들 삶의 황혼도 갑자기 다가온다고 하지만 그 황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