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눈도 제법 내려 아마도 산사는 하얀색으로 덮였을 것입니다. 요맘때 산사를 방문하면 눈에 덮여 더욱 운치 있는 탑도 보고, 눈 덮인 절 마당에 자기 발자국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약간 멀리서 바라보면 산사의 그윽한 정취가 더욱 돋보이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눈 덮인 겨울 산사의 모습을 회화로 남긴 조선시대 설경산수화는 다른 계절에 비해 숫자가 많지 않고, 그중 산사를 중심으로 한 실경산수화는 더더욱 찾기 어렵습니다. 오직 19세기 해거재(海居齋) 홍현주(洪顯周, 1793~18
요즘 연일 매체와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는 뉴스는 법무부와 검찰의 공방입니다. 사실 둘 다 행정부에 소속된 같은 계열 상하 조직임에도 서로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고소, 고발까지 하는 모습이 참 가관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이전투구가 정말 답답합니다. 사실 두 조직 간의 충돌이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권력다툼입니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던 검찰 권력을 사법개혁을 통해 분산시키려는 세력과 그에 저항해 자신의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 간의 충돌입니다. 아무튼 이런 뉴스를 보면서 조선시대
지난달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 전라남도로 ‘예술기행’을 다녀왔습니다. 해남 대흥사, 무위사 등 여러 고찰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컸지만 강진만 생태공원에서 만난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진만의 안쪽 깊은 곳까지 들어온 바닷물과 그 물에 부서지는 햇빛, 창공에서 군무를 뽐내는 철새들, 끝도 없이 펼쳐진 갈대밭 등 실내생활에 지친 여행객에 말할 수 없는 시원함을 전해주었습니다. 현대 도시인에게 가장 좋은 위로는 자연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갈대밭을 걷다 보니 갈대와 관련된 그림이 여러 점 생각났습니다. 그
매년 이맘때면 서울 조계사 앞마당은 온통 국화꽃 향기로 가득합니다. 비록 도심 사찰이지만 절을 찾은 많은 방문객에게 우리 사찰의 아름다운 풍경을 전하기 위해 국화꽃 잔치를 여는 것입니다. 국화는 우리나라 꽃 중에 가장 늦게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국화입니다. 이렇게 국화가 만발하는 계절에 국화꽃 그림을 감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국화도가 많지만 이번에는 여러 이유로 의미가 깊은 ‘국화도’ 한 점을 감상해보겠습니다. 왼쪽 벼랑에 바위가 튀어나와 있고 그 주변으로 들국화가 무더기로 피어 있습니다
얼마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청첩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청첩장도 온라인으로 받곤 했는데 오랜만에 직접 봉투에 든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봉투를 열고 보니 사촌 누님 딸의 결혼청첩장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청첩장도 별로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언론에서도 청년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을 연기한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고 힘들게 결혼식을 치룬다해도 가까운 친인척만 모여 단출하게 한다는 뉴스도 기억이 납니다. 오촌 조카가 어려운 시기에 결혼을 한다니 생각나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부’라는 그림으
지난 일요일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도서관에 다녀오던 중 길 옆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논을 보았습니다. 경기도에 살다보니 도심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큰 장점이자 즐거움입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떠올리면 논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허수아비가 생각납니다. 허수아비는 귀중한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 등을 쫓기 위해 세운 것인데 최근에는 허수아비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 요즘은 허수아비 외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참새로 인한 곡식 손실 정도는 괜찮다고 그냥 나두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벌써 코앞입니다. 항상 이맘때면 고향에 내려갈 교통편도 준비해야하고 어르신들 선물 준비와 벌초 등으로 마음이 바쁜 시기입니다. 추석은 우리 민족 명절 중 가장 큰 행사입니다. 그러나 올해 명절 풍경은 예전과는 조금 다를 듯합니다. 방역당국과 언론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때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명절에 친척이 모이는 것도, 제사 참석도 자제하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방역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명절을 기점으로 전국적으
오랜 장마가 끝났다 싶더니 큰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로 몰려왔습니다. 태풍의 위력도 매우 강력해 많은 비와 강풍, 벼락을 동반하였습니다.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강력한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 이야기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다른 해보다 높아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참으로 환경문제는 인류 공통의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벼락으로 하늘이 번쩍이면 잘못한 일도 없는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간혹 산과 들에서 사람이 벼락을 맞았다는 뉴스를 접하면
아직 8월이라 여름이 한창이지만 절기상으로 입추(立秋)도, 처서(處暑)도 지났기에 이제 더위는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무더위도 예년보다는 조금 덜 한 것 같습니다. 열어놓은 창문 밖으로 들리던 우렁찬 매미소리도 이제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더위에 창문을 열면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설친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입니다. 매미는 수컷만 독특한 발음 기관을 가지고 있어 소리를 낼 수 있기에 들리는 모든 매미 소리는 수컷의 울부짖음입니다. 암컷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매미 소리가 줄어들고 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많은 분들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합니다. 여름휴가뿐 아니라 당분간 해외 출국은 여러 사정상 쉽지 않은 상황이니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에게는 국내밖에 선택지가 없을 것입니다. 외국의 낯선 풍물과 사람, 음식 등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접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답답한 상황일 것입니다.해외여행이 어려워지니 TV나 유튜브 등에서 외국 여행지를 감상하는 ‘랜선 투어(Line tour)’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직접 가볼 수 없으니 눈으로 대리만족이라도 즐기고 있다고 합니
밤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장마철이니 내내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장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면 왠지 내 마음의 시끄러움도 쓸려 내려가는 듯해 조금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남부지방에는 비 피해가 있다하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조금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엄청난 비로 큰 재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중국 남부는 거의 한달 내내 내린 비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여 40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4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재난 대비가 철저하다는 일본도 역대급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비를 뿌리니 햇볕은 변화무쌍하고 바람도 많이 부는 초여름 날씨입니다. 절기상으로 소서(小暑)가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니 모두 국내여행으로 휴가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써 강원도와 제주도 등 유명 여행지의 숙박시설은 전부 예약이 끝났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여름 휴양을 떠올리면 바다보다는 계곡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릴적 동네 아이들과 작은 개울에서 올챙이, 가재 잡으며 놀던 기
요즘 심심치 않게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자녀를 굶기고 때리는 것도 모자라 쇠 젓가락을 불에 달궈 지지고 여행가방에 가두거나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니 그 잔인함과 폭력성에 제 귀와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어찌 자기 자식을 짐승보다 못하게 대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으로서 정말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학대가 세상에 알려져 경찰에 잡혀온 아동학대자들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는데 왜 그렇게 몹쓸 짓을 했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아이가 못된 짓을 해서 고치려 매를 들었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활약으로 그동안 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아쉽게도 클럽이나 노래방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말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실천해야하는 마당에 밀접시설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연락처를 제대로 남겨놓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니 더욱 걱정이 됩니다. 연휴를 맞아 클럽을 방문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창 혈기 왕성한 시기에 몇 달 동안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을지 짐작됩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젊은이
요즘 TV를 보면 반려동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한두 개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여러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개나 고양이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많이 방영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봐도 동물병원이나 애견분양소 등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반려인 능력시험’도 있다고 하니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 분명합니다.반려동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역시 개입니다. 인간이 개와 함께한 세월이 2만년이라 하니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우리나라도 개 모습이 고구려
지난달 국회의원 선거를 무사히 치렀습니다. 혹시나 선거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루는 우리나라를 외국에서도 주목하며 선거를 마친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거는 1등을 뽑는 경쟁이라 당선인이 있으면 나머지 출마자들은 전부 낙선인이 됩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가 253명이니 아마 낙선자는 적어도 1500명 이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낙선자 중에서는 유독 말로 다른 분들을 상처 준 경험이 있는 분들,
봄의 절정기입니다. 봄이 오면 벚꽃이나 개나리 같은 봄꽃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올해는 그런 소박한 호사마저 누릴 수 없지만 봄에는 꽃구경을 제일로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봄꽃을 감상해야 진정한 봄을 맞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봄을 꽃으로 느끼기보다는 봄나물을 통해 더욱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겨울 내내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나온 강인한 생명력의 봄나물을 먹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는 느낌이듭니다.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는 직접 담근 된장에 쑥을 넣어 만든 쑥국을 끓여주시곤 했습니
코로나19로 한 달 동안 산문을 폐쇄했던 합천 해인사가 다시 산문을 개방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불교계는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서둘러 산문폐쇄와 함께 일체의 법회 및 대중모임을 멈추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종교계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런 방침 하에 법보종찰 해인사는 지난달부터 산문을 폐쇄하고 법회를 중지하였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불자들로 늘 붐비던 해인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이번에 산문을 다시 개방한다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해인사뿐 아니라 한국의 산사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생활하며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불자뿐
매년 이맘때면 남쪽의 매화와 산수유 등 여러 꽃소식으로 곧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뉴스가 한창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사찰 한 켠에 고고히 서있는 매화나무들은 가람의 청정함과 어우러져 그 자태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선암사의 홍매, 송광사 백매, 화엄사 흑매 등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무사히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들뜨게 하였습니다. 오랜 추위를 견뎌낸 고담스러운 줄기와 수묵화 같은 가지의 휘어짐, 가지에 서로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앉아있는 희고 붉은 꽃 등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감
여전히 코로나19 전염병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교적 잘 통제되던 우리나라도 대구의 한 종교단체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말았습니다. 전염병 발원지라 알려진 중국 후베이 우한시는 도시 자체가 완전 마비상태입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우한 박쥐연구소 유출설, 야생동물 매매시장 유출설 등 여러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확실한 점은 이 세균이 박쥐로부터 전파되었다는 점입니다. 박쥐가 전염병의 근원으로 밝혀지면서 박쥐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빠졌지만 옛날 중국을 비롯한 조선에서도 박쥐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