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 간 ‘지옥을 사유하다’라는 주제로 일주일에 한 편씩 칼럼을 써왔는데 어느 덧 마감할 때에 이르렀다. ‘사유하다’라는 개념에는 지옥사상이 파생시킨 문화현상에 대한 파악이나 지옥교설의 경전적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는 통찰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함부 경전에서부터 훨씬 뒤에 나온 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지옥교설의 층위는 두터웠고, 서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가 싶다가도 판이하게 다른 용어와 내용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갈수록 복잡하게 죄악상을 반영하고, 계율과 교의의 그물을 촘촘하게 엮어갔던 흔적이 발견된다. 다시 말해
종교학 전공인 필자에게도 이슬람은 마치 심연처럼 함부로 재기 어려운 신앙이며, 특히 현대사회에서 워낙 복잡다단한 현상으로 종교성들을 드러내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얘기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단지 이슬람의 ‘지옥사상’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하겠다.죽음은 끝 아닌 영혼의 시작윤회 말하는 불교에 가까워전장에서 도망하면 지옥행테러 정당화에 이용 아쉬움이슬람에서는 지옥을 ‘자한남(jahannam 혹은 나르nār)’으로 부르며, 단순히 징벌의 공간이 아니라, 생전에 죄로 인해 더럽혀진 영혼을 정화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불교의 지옥을 주재하는 최고신은 야마(Yama; 閻魔)로서, 그 기원이 베다시대로까지 소급된다. ‘리그 베다’에 의하면 야마는 인류 최초로 ‘죽은 자’로서 명부를 개척하고, 나중에는 인간의 사후에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자가 된다.도교선 죽으면 태산 돌아가명부에서 10명 시왕이 심판도교 지옥, 옥력초전에 기록지옥, 현세 어딘가 존재 믿어이 야마가 중국에서는 염라(閻羅) 혹은 염마(閻摩)로 번역되면서 중국 도교의 태산부군(泰山府君)과 결합하게 된다.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태산으로 돌아가게 되며, 태산부군은 지상의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이 쓴 조선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에는 세종 대의 선비 박생의 눈으로 관찰한 지옥 이야기인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가 수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남염부제 혹은 남염부주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말하지만 김시습은 여기에 불교의 지옥교의에 등장하는 초열지옥(焦熱地獄)의 이미지를 대입하고, 명부의 심판자인 염마를 등장시키고 있다. 즉, 김시습이 말하는 ‘남염부주’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명부와 지옥이 중첩되어 있는 세계인 것이다. 박생이라는 유학자를 통해불교의 각종 재 무용론 주장유학자로
‘바리데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사무가로서 탄탄한 구성과 상징성을 갖추고 있으며, 분포된 지역도 넓다. 업비대왕의 일곱 번째 공주로 태어난 바리가 옥함에 넣은 채로 버려졌다가 석가세존에 의해 구제되는 서두 부분에서부터 이미 이 서사무가가 불교와의 진한 친연성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한국의 대표 서사무가지만불교와의 친연성 근본바탕자신버린 부모구제 나선 건효 중심의 불교 신행상 반영비리공덕 할아비와 할미에 의해 키워진 바리가 15세 되던 해에 그의 친부모가 한 날 한 시에 죽을병에 걸리게 되고, 치료약을 구해줄 수 있는 이는 오직
불교의 지옥에서 흔히 등장하는 고통상 중에 ‘잿물의 강’ 혹은 ‘납물의 강’이 있다. 아직 불씨가 남은 재가 강물처럼 흐르는 강이나, 납의 용액이 흐르는 강은 죄인들이 형체도 없이 녹을 정도로 뜨겁다. ‘신곡’의 지옥에서도 붉은 핏물이 끓는 강이 등장하는데, 폭군과 약탈자들이 그 안에서 눈썹까지 잠긴 채로 고통을 당하게 된다.지옥서 고통받는 죄인 중에교황이나 추기경 자주 등장불교와 같이 ‘신곡’ 지옥편도교단 지키기 위한 저자 열망자살한 사람들의 영혼은 숲에 떨어지는데, 마치 잡초씨앗처럼 싹을 틔워서 야생의 나무가 된다. 하나님이 주
이번 회차에서는 13세기 그레코로만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서사를 들여다보면서 중세 시인들의 지옥순례에 동참해보기로 하겠다. 불교지옥과 마찬가지로기독교 지옥도 빛 없어지옥 상징 3가지 짐승들불교 삼독과 유사한 맥락단테의 ‘신곡’은 전체적으로 기독교의 심판과 구원론, 그리스로마 신화와 역사, 그리스 철학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마치 한국의 무가나 불교의 게송처럼 음률을 맞춘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정법념처경’에서 지옥의 고통상과 죄업의 본성을 관조하는 비구의 눈을 빌려 지옥을 순례했던 것처럼 단테의
아비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신양수고처(身洋受苦處)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어서 땅 위로 솟은 줄기와 가지, 잎은 불타고 있으나, 뿌리부분에서는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있다. 죄인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이 나무뿌리 밑에 있는 지옥에 나서 항상 얼음처럼 찬 물에 젖어서 404가지의 병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이 신양수고처에서는 나무와 불, 쇠, 기갈, 병의 다섯 가지 고통을 받으며 유구한 시간에 걸쳐 전생의 죄업을 갚아나가게 된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 후에 이 지옥을 벗어나더라도 죄인은 700생 동안 연기를 먹는 아귀로 태어나며, 그
아비지옥의 네 번째 별처지옥인 ‘야간후처(野干吼處)’는 일체의 지혜를 가진 이를 폄훼하고, 벽지불과 아라한을 비방하며, 불법을 훼손하고, 법이 아닌 것을 설법하고, 이를 남들에게 따르게 한 악업의 인연으로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 야간후처에서는 여우와 비슷하게 생긴 지옥짐승인 야간에게 온몸을 물어뜯기고, 비법을 전한 죄로 옥졸에게 혀를 뽑히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아라한 비방하고 불법 훼손온몸 물어뜯기고 혀도 뽑혀재물은 지푸라기 하나라도깨달음을 위해 쓰라는 경고 다섯 번째 별처지옥인 철야간식처(鐵野干食處)는 못된 마음을 품고 절에
아비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죄인은 중유에 있을 때부터 이미 저 근본지옥에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고통의 소리를 듣게 된다. 중유로부터 2만 5000유순이나 떨어져 있는 거리인데도 들려오는 아비지옥의 소리는 다른 지옥에 있는 중생들조차 듣기만 해도 자신의 고통을 잊고 두려움에 떨 정도이다.무간지옥으로도 불리는 건쉼 없이 고통 계속되기 때문끔찍한 전율 정도에 비례해경고의 강도도 더욱 높아져 중유에 있는 죄인은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인해 생긴 찬바람, 즉 업풍(業風)에 불리어 차츰 땅 밑의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아비지옥으로 죄인을
이번 회차에서는 대초열지옥의 열다섯 번째 별처지옥인 무비암처(無悲闇處)와 마지막 열여섯 번째인 목전처(木轉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대초열지옥을 마감하고 아비지옥에 들어가 관찰해보기로 하겠다. 무비암처는 이름 그대로 ‘자비가 없는 어둠의 지옥’으로서, 목전처와 마찬가지로 생전에 사견에 포섭되어 청정한 계율행을 실천하고 있는 비구니를 범한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무비암처에서 죄인을 태우는 불의 색깔이 마치 견숙가(甄叔迦)나무처럼 붉다고 표현하고 있다. 부모 죽이거나 여래 상하게 한오역죄 지은 중생이 가
대초열지옥은 음행이나, 비구에게 파계를 권한 죄가 업인이 되어 떨어지는 대지옥이기 때문에 그 고통상도 다양하지만 지면상 다 적을 수 없어서 특징적인 것만 옮겨보기로 하겠다. 중유에서 불타는 업풍에 쏘이며 고통 받던 죄인은 마침내 대초열지옥의 근본지옥에서 하나하나의 별처지옥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그 첫 번째가 ‘일체방초열처(一切方焦熱處)’라고 불리는 곳이다. 중유에 있을 적에는 온 지옥이 불에 타는 것을 보면서도 몸 속 기관까지 추위에 얼어 벌벌 떨리는 현상에 시달리지만 일단 지옥에 들어오면 불구덩이 속에 떨어져 다 타게 된다.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