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지멜로 교수. 미국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화엄학에 있어서 가장 넓고 깊은 지식을 갖춘 교수를 선택하라면 아마도 지멜로 교수가 첫 손으로 꼽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화엄에만 국한된 학문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엄과 관련된 선, 천태, 법화, 정토 등 불교의 여러 전통과 아울러 인도·중국·한국·베트남·일본에 걸친 광범위한 국가의 불교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불교를 기독교 신학과 종교학 속에 결부시켜 그의 제자들로 하여금 불교를 바라보는 거시적·미시적 관점을 갖도록 해왔다. 올해 일흔이 된 지멜로 교수의 불교에 대한 학문적 태도는 비판적이라기보다는 항상 주의깊고, 세심하며, 조심스러운
“‘의식’은 종교핵심 중국불교 의식화는 단순한 고정관념” “종교체험 경험자만 禪 말할 수 있다면 학문적 연구 불가능” 미국 버클리 대학의 로바트 샤프 교수는 서구학계에서 중국불교 연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 불교의 역사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또 무엇을 토대로 연구해야만 하는가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펼쳐 나갔다. 이는 일본의 선(禪)불교사를 재구축한 야나기다 세이잔(柳田聖山) 선생의 문헌 실증주의를 토대로 1953년 「Philosophy East and West(동서철학)」라는 학술지에 기재된 중국의 석학 호적(胡適) 선생과 일본의 스즈끼 다이세츠(鈴木大拙) 선생의 선불교 연구방법 논쟁에 재접근한다는 목적을 전제하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선학계의 석학 야나기다 세이잔(柳田聖山) 선생이 향연 83세로 지난 11월 8일에 세상을 떠났다. 올초에 건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던 야나기다 선생께 나중에 다시 찾아뵙고 그 동안 공부한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열반에 들어 어디서 뵐 수 있을지 마음이 황량해진다. 선의 철학화를 내세운 교토학파(京都學派)의 영향권에 있었으면서도 독자적인 중국선의 해석으로 인해 야나기다류의 학풍을 세운 그의 공적은 불후의 업적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야나기다는 1922년 시가현(滋賀縣)에 있는 연주사(延壽寺)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이 사원이어서인지 어릴 때부터 불교에 심취하기 시작해 15세 때는 임제(臨濟)학원전문학교〔현재 하나조노(花園)대학의 전신〕에 들어가 공부
“하나의 예술작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나와는 다른 문화를 진실로 이해하는 수단이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인도 세계를 불교, 그것도 일본의 불교를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일단 인도미술의 도판을 열어보면 풍요로운 생명의 다채로운 모습과 일본 불교미술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인도미술에서 현세와 피안의 이원론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현세와 피안이 혼연히 일체화되어, 현세 속에서 끊임없이 피안을 바라보는 위대한 시선이 있다.” 1997년 출간된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에서 유홍준과 이태호는 오늘날 미술사연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양식론에서의 탈피 내지 재정립’을 들
세계의 불교석학으로 평가받으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학계에서 중견 내지 석학의 반열에 올라서야 할 것이며, 자신의 학문을 세계를 향해 발산하고 또 세계로부터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야마가타(山形) 대학 인문학부의 마츠오 겐지(松尾剛次) 교수는 이러한 두가지 조건에 잘 부합하고 있는 학자다. 내가 마츠오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그의 책 『스님의 일본사』를 통해서였다. 교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일본불교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2005년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라는 이름으로 동국대 출판부에 의해서 번역·출판되었다. 그때 ‘옮긴이 해설- 일본불교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현재 미국 학계에서 주류를 이루는 불교 학자들 가운데는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들이 종종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프린스톤대 종교학과 중국불교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타이저 교수다.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쓰여진 미국내 주요 불교 서적들의 뒷면에는 스티븐 타이저 교수님의 서평(書評)들이 즐비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는 그 만큼 미국 학계에서 그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말 하바드 대학교 불교학 교수로 임명이 되었으나 프린스톤에 계속 남겠다는 보기 드문 결정을 했으며, 현재 미국 내에서 큰 영향력을 구사하고 있는 불교학자 중 한 명이다. 스티븐 타이저 교수의 연구는 일본 학풍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종파 중심의 불교 교리나 사상 위주 학문에서 벗어나 사
백제 무광왕(武廣王)은 지모밀지(枳慕蜜地)로 천도하여 정사(精舍)를 새로 경영하였다. 정관(貞觀)13년 세차(歲次) 기해(己亥, 639년) 겨울 11월에 하늘에서 큰 뇌우(雷雨)가 쳐 제석정사(帝釋精舍)에 화재가 나 불당 7층 부도(浮圖)와 낭방(廊房)이 일거에 불에 탔다. 탑 아래 초석속에는 가지가지 칠보와 불사리, 수정병이 들어 있고, 또한 구리로 종이를 만들어 『금강반야경(金剛般若經)』을 베껴 목칠함(木漆函)에 넣어 저장했었는데 초석을 열어보니 모두가 불타고 오직 불사리병과 반야경칠함만이 그대로 있었다. 수정병의 안팎을 보니 뚜껑의 움직임이 없는 데도 사리 전부가 없고 그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병을 대왕에게 보냈는데, 대왕이 법사를 청하여 참회하고 병을 열어보니 불사리 6과가 모두 병안에 있고,
올해 봄 동국대학교 건학 100주년 기념 ‘지식기반사회와 불교생태학’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이안 헤리스 교수. (사진제공=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주로 고전에 대한 치밀한 번역과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불교학 전통이 옥스퍼드와 켐브리치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이러한 연구 성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응용하는 연구는 랭카스터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안 헤리스는 이러한 랭카스터 대학의 연구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초기불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불교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윤리학과 정치학의 분야에서 불교적인 접점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학자이다. 올해 봄 동국대학교 건학 100주년 기념하기위해 ‘지식기반사회와 불교생태학’이란 주제로 개최된 국제학
요시즈 요시히데 선생은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화엄 교학의 대가인 동시에, 독자적인 관점으로 불교를 파악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 범위가 워낙 방대해 모두를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여기서는 주요 저작인 『화엄선(華嚴禪)의 사상사적 연구』(1985년)와 학위논문 「화엄일승사상(華嚴一乘思想)의 연구」(1991년)를 중심으로 선생의 업적을 소개하기로 한다. 수당대(隋唐代)에 형성된 중국 화엄교학은 전통적으로 두순(杜順), 지엄(智儼), 법장(法藏), 징관(澄觀), 종밀(宗密) 등 다섯 명(전통5조)을 중심으로 그 성립과 전개가 논해진다. 실제로는 법장과 징관의 사이에 혜원(慧苑)이 있고, 또 법장보다 조금 후대에 이통현(李通玄)이 나온다. 화엄교학사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신념과 시대 상황 속에서
지금은 보편적인 학문의 영역이 된 심성사는 197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아날학파에 의해 처음으로 주창되었다. 심성사를 방법론으로 취한 연구는 역사학회는 물론 다양한 학문의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데, 동아시아 불교학계에 가장 먼저 이 분야에 연구성과를 드러낸 이가 바로 이케미 쵸류(池見澄隆) 교수이다. 심성사가 자신의 방법론의 튼튼한 두 다리로 삼고 있는 것은 집단적 무의식과 긴 역사적 시간이라고 하는 술어이다. 집단적 무의식이라는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시대 민중의 관념화된 심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심성이 긴 시간의 흐름, 예를 들면 2∼3백년이니 3∼4백년이니 하는 시간을 두고 변화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논해온 정치·경제의 역사는 배제되기 마련이다. 승
황심천(1928~)은 중국내 인도불교학을 대표하는 불교학계의 원로학자이다. 그는 불교학자로서, 수많은 경력을 통해 불교학계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현재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사회과학원의 동방문화연구센타 명예주임,북경사회과학원의 남아시아연구센타 고문, 중국사회과학원의 한국연구센타 부이사장,중국사회과학원의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연구원 박사지도교수,협서성 사회과학원의 장안불교센타 주임, 현장(玄藏)연구센타 주임,인도의 용수(龍樹)대학 명예교수,항주대학과 산동대학 철학과 겸직교수,인도의 켈커타 국제문화연구협회연구소(ISISAR) 명예연구원,협서전통문화연구원 고문, 국제인도철학연구협회 집행위원,국제범문(梵文)연구협회 고문,태평양협회 중국위원회 위원, 중국남아시아학회 부이사장,중국종
도날드 로페즈 교수는 현재 미국 미시건대 아시아 언어문화학과의 인도, 티베트 불교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티베트 불교에 대한 철학적, 역사문화적 연구뿐만 아니라, 불교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연구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버지니아대 종교학과 인도-티베트불교학 전공으로 제프리 홉킨스 교수의 지도하에 1982년 「자립논증 중관학파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은 짱꺄 뢸빠 돌제의 자립논증 중관학파에 대한 저술부분을 연구한 것으로, 18세기 겔룩빠의 중관학파에 대한 이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18세기 불교 철학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 로페즈 교수는 1998년 출판한 『샹그리라에 같힌 이들, 티베트 불교와 서구』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부터 그의 새로운 관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