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아지랑이’수행으로 얻은 깨침 통해자신의 실상을 인식하고인생에 대한 관조는 물론견처 읊은 깨달음의 노래오현(1932~) 스님의 시는 불교의 심오한 사색과 깨달음의 세계를 일상적인 평이한 시어로 쉽고 감동적으로 읊고 있다.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인 ‘아득한 성자’가 하루살이의 삶
목어를 두드리다졸음에 겨워고오운 상좌 아이도잠이 들었다.부처님은 말이 없이웃으시는데서역 만리 길눈부신 노을 아래모란이 진다. ‘청록집’ 만해 지조·시 계승한 시인한가로운 산사 모습 묘사세상사 갈등·시비가 없는자연 그대로의 평화 그려조지훈(1920~1968)은 혜화전문(동국대학교 전신)을 졸업하고, 고려대 교수가 되어 지식인을 대표해 자유당 독재와 군사정권에 항거하였다. 지성과 양심을 지키고 실천하는 상아탑의 지성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유교의 명문가에서 자라나 어려서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였다. 당시 시인 가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새노야 새노야!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새노야 새노야!기쁨 일이면 저 산에 주고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새노야 새노야!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새노야 새노야!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새노야’ 고은(1933~)의 시는 난해하지 않고 쉽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운율이 춤을 춘다. 그가 젊은 나이에 출가하여 불도를 닦은 공력으로 시 속에 녹여낸 심오한 선사상과 기발한 돈오(頓悟)의 깨달음이 솟구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불명은 일초(一超)이다. 단번에 뛰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순간의 꽃’고은(1933~현재)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한국의 국민 시인이다. 굴곡이 많은 한국현대사의 중심에서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여 네 차례나 투옥된 민주투사이다. 그는 민중과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실천하는 양심과 지성을 통해 드러낸 작가의 정신이 투철한 시인이다. 시인의 평가는 시로써 한다. 고은은 시집, 소설, 수필, 평론 등의 저술이 150권이 넘으니 대단하다. 그의 시가 모두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절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가 만약 지금과 같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였습니다.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그러므로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들였습니다. ‘님의 침묵’사랑의 줄은 번뇌의 속박끊음은 번뇌를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더냐. 너에게도 님이 있더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님의 침묵’님은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잃어버린 조국과 자유와오욕의 삶 초극한 절대자부처이며 중생이고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