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또는 법회 공간에서 “성불하세요”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려니 하고 보통은 들어넘긴다. 예전 사람들의 “조반 드셨습니까?”라는 인사말처럼 말이다. 그러다가도 문득 그 말을 생각하게 된다. 성불(成佛)이라. ‘깨달음을 이루다’라는 말인 듯도 하고, ‘부처가 되다’는 말인 듯도 하다.성불하려면 부처가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를 알아서, 그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 부처가 일생 보여준 생각과 말과 행동이 기록된 경장이나 율장을 읽어야 할 것이고, 이 둘을 풀이한 과거 조사 스님들의 글을 읽어
전 세계를 휩쓸며 수많은 사람을 고립감, 우울증 등 정신적 괴로움에 빠지게 한 코로나19,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과 무분별한 발전이 야기한 환경오염, 지구기후위기 등 심각한 세계적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천태종 삼룡사가 극복하는 마음이 담긴 사경노트를 부처님께 봉정하는 법석을 열었다.삼룡사는 6월26일 경내 3층 지관전에서 ‘지구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경탑 및 사경 봉정 법회’를 봉행했다. 법회에는 천태종 총무원장이자 삼룡사 주지인 무원 스님을 비롯한 흥천 강룡사 주지 홍법, 여주 성주사 주지 인덕, 단양 광법사 주지 선백,
서위(西魏) 시대에 조성(538)된 막고굴 285굴은 주실의 남북벽에 각각 네 개의 선방을 조성해 놓은 선굴(禪窟)이다. 사방의 벽면에 장식된 벽화의 내용은 마치 이곳에서 좌선하는 수행자들을 독려하듯, ‘오백강도성불도’ ‘화발제장자급자도’ ‘시신견게도’ ‘사미수계자살도’ 등 모두 득도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내용의 본생도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남벽 우측 구석에 그려진 하나의 도상이 이색적이다. 화면에는 하나의 대좌 위에 두 분의 부처님이 나란히 앉아 계시고 그 위로 역시 하나의 화개를 함께 쓰고 계신 모습이다. 두 여래는 중간에
670년 의상의 귀국으로 화엄학 전래는 원효불교에도 새 변곡점이 되었다. 원효불교의 사상은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쳤지만 불교내용이 바뀌거나 교체되는 과정이 아니라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원효는 631년 15세 즈음 출가하여 17~8년 동안 삼론종·열반종·섭론종 등 구역불교를 섭렵하였고, 648년 32세 즈음 ‘유가사지론’을 비롯한 신역경전을 접하면서 구역불교 토대 위에 유식학을 중심으로 하는 신역불교의 이해를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공·유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전으로서 ‘대승기신론
이제까지 우리는 초기불전에서부터 미륵보살이나 석가모니불의 전생을 보살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음을 보았지만, 이제 특정한 인물과 관련해서만 사용된 보살이란 용어를 보다 보편적 맥락에서 확장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대승의 보살 관념의 주된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승의 기원을 재가자와 출가자, 불탑신앙, 대승경전의 편찬과 관련해서 설명하려는 현대불교학자들의 관점을 간단히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서 여전히 학계에서 많은 흥미로운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천상적 보살의 문제와 재가-출가의 문제 그리고 불탑신앙과 경전의례라
祖印恒作七佛師 大智亦爲菩薩首조인항작칠불사 대지역위보살수刹刹現身示無身 普令衆生超三有 찰찰현신시무신 보령중생초삼유(조사의 심인(心印)으로 항상 칠불의 스승이시어/ 크나크신 지혜 또한 보살 가운데 으뜸이라./ 온 세상에 몸 나투지만 몸 없는 몸 보이시어/ 널리 중생을 삼계에서 벗어나게 하신다네.)평창 상원사 문수전의 주련은 출처를 알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탄허 스님께서 문수보살 찬탄 시구를 쓰신 것으로 보인다. 이 시문은 정선 정암사 문수전 주련에도 인용돼 있다.문수보살을 산스크리트어로는 ‘Manjusri-bodhisattva’이
“참회와 혁신으로 승가 공동체 정신을 되찾기 위한 결사의 원력을 담아 일흔여섯 번째 보탑(寶塔)을 쌓아 올리는 지중한 법석을 봉행하오니 초발심으로 돌아가자는 결사 운동이 중단됨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중 공의를 통해 대중들이 서로 경청하고 소통하는 원융살림을 열어가겠습니다.”대한불교법화종이 창종 76주년을 맞아 오랜 내홍의 종식을 발원하는 종도 참회와 화합의 기념 법석을 봉행했다.대한불교법화종(총무원장 관효 스님)은 6월8일 경남 창원 비음산 불곡사에서 ‘창종 76주년 기념 법회’를 봉행했다. ‘참회와 혁신으로 승가공동체 정신 회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141호 사경장 다길 김경호 선생의 사경 작품 공개행사가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6월1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경호 사경장의 백지묵서 ‘묘법연화경’권제1을 중심으로 전수교육생 13명의 작품 26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전통 금니사경의 제작과정 동영상과 금니은니 장엄경 사경의 재료 및 도구가 함께 소개되며 개막일인 14일 오후 4~5시에는 사경 관련 질의응답의 시간도 갖는다.이번 전시는 김경호 사경장의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을 기념해 기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국태민안과 경제성장을 기원하는 영산재가 봉행됐다. 특히 이번 영산재는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곳곳에서 참혹하게 희생된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어 더욱 특별했다.(사)국가무형문화재 영산재보존회(회장 원허 스님)는 6월6일 영산재보존도량 태고종 신촌 봉원사 경내 특설무대에서 ‘제34회 세계평화와 국가안녕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했다. 영산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년여 동안 비대면으로 봉행됐었다. 그러나 올해 영산재는 코로나 방역지침이 완화돼 3년여 만에 대면법회
‘갈등공화국’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회에 갈등이 만연하다. 젊은 남녀는 가장 뜨겁게 사랑할 나이에 서로를 맹렬히 미워하고, 청년 세대는 시대적으로 ‘운이 좋았던’ 40~50대가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 출근길 갑자기 멈춰선 지하철에선 “장애인” “불편” “불법시위” “죄송” 등 단어로 구성된 방송이 흘러 나온다. 닫힐 줄 모르는 전동차 문을 사이에 두고 안에선 “특권”을, 바깥에선 “차별”을 외치며 서로를 겨눈다. 2007년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적지근한 상태. 인간이 모두
오늘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인문학의 문학, 역사, 철학 중에서도 문학 이야기입니다. 인문학이든 불교든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대승불교의 경전들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불교를 쉽게 전달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방편설’이라고 부릅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을 통해 진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일, 이것이 대승불교에서 오래 고민해 온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소설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대승경전입니다. 소설은 단순히 옛날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옛날이야
‘법화경’의 25품인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별도의 독립경전으로 편찬했다. 산스크리트 원전을 번역하고 한문경전과 한글경전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독송하는 수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에 의지해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세상살이의 험난한 고비를 넘길수 있다는 가르침이 현대인들에게 뜻밖의 위안으로 다가간다. 박지명 원전주해, 지혜의나무, 2만원.[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현대 한국불교에서 사표로 꼽히던 선지식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 현 시대 수행자상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중앙승가대 승가학연구원(원장 지은 스님)이 5월27일 교내 대강당에서 ‘우리 시대 선지식들의 생애를 통해 본 수행자상’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첫 번째 선지식은 월주 스님(1935~2021)이었다. 행복문화연구소장 원빈 스님은 월주 스님의 보살행을 4단계(파종기·발아기·개화기·회향기)로 나눠 생애를 조명했다. 월주 스님은 신군부가 집권한 1980년 제17대 총무원장에 선출됐으나 ‘10·27 법난’ 때 강제 연행돼 취임 6개
외국에서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탓에 절에 다닐 기회가 없었다. 가끔 새벽에 ‘천수경’을 독송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유일한 불교 기억이다. 부처님을 처음 마주한 건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다. 집에 있던 어느 책 속에서 발견한 석굴암 본존 석가여래 엽서. 온화하고도 평온한 미소를 짓고 계신 부처님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당시엔 불심이 생기지 않았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가끔 부처님 엽서가 떠오를 뿐이었다.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서야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 집안과 연이 있던 한 암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절에 다
원효는 저술 편년 제2기에 ‘유가사지론’을 비롯한 현장의 신역경전을 접하고 인도 대승불교의 양대 주류인 중관학과 유식학의 공·유 대립 극복 문제를 새로운 사상적 과제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대승기신론’의 사상체계를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한 메모로서 ‘대승기신론별기’(이하 ‘별기’로 표기)를 기술하였다. 이어 제3기가 시작된 태종무열왕 8년(661)부터 10여년간 ‘대승기신론’ 연구에 집중해 주석서인 ‘대승기신론소’(이하 ‘소’로 표기)를 저술함으로써 공·유 대립을 화쟁시키는 불교사상체계를 수립하였다.그런데
심화된 갈등이 야기한 우크라이나 전쟁, 전대미문의 질병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내외 곳곳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태고종 영산재보존회가 세계평화와 국가안녕을 기원하는 법석을 마련한다.(사)국가무형문화재 영산재보존회(회장 원허 스님)는 5월17일 서울 은성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태고종 영산재보존도량 신촌 봉원사에서 ‘세계평화와 국가안녕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34회째를 맞는 영산재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종식을 비롯한 세계평화와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국가안녕의
조계종부산연합회가 재가 불자들의 수행 독려를 위해 이번 하안거 재가안거 수행 프로그램으로 ‘묘법연화경’ 사경을 제안하며 60일 정진의 출발을 알렸다.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원허 스님)는 5월13일 부산 혜원정사에서 ‘불기 2566년 임인년 재가 하안거 수행 입재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재가 하안거에는 조계종부산연합회 회원사찰 11곳에서 800여 명이 동참을 신청한 가운데 ‘묘법연화경’ 사경 수행을 제안하며 불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 재가안거 수행 기간은 5월15일부터 7월13일까지 60일 동안 진행된다. 13일 봉행된 입재법석에서 조
법화경 수행도량 진주 약사정사가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상국립대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자비나눔의 기도 원력을 인재불사로 회향했다. 진주 약사정사(주지 진여 스님)는 5월6일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 사범대학 미래교육센터에서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 경상국립대 장학금 전달식’을 봉행했다. 경상국립대교수불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약사정사는 경상국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6명에게 50만 원씩 총 300만 원을 전달하며 건강한 학업을 기원했다. 장학금 전달식에는 진주 약사정사 주지 진여 스님과 신도 대표, 김
지난 연재에서 대승의 기원에 관한 히라카와의 가설에서 대승운동을 주도했던 중추세력이 재가자인가 아니면 출가자인가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제 대승과 불탑신앙의 관계에 대한 그의 논의의 요점을 보자. 불탑은 인도의 다른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불교만의 독특한 문화현상이기 때문에 불탑의 의미와 그 상징구조 그리고 실제 사회에서의 역할 등은 이미 19세기 근대불교학이 시작될 때부터 주목되어왔다. 히라카와의 연구는 불탑이 당시 불교사회의 중심지로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팔리 율장에 불탑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또 팔리어 ‘대반열반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주인몽설객 객몽설주인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금설이몽객 역시몽중인(주인은 나그네와 꿈을 이야기하고/ 나그네는 주인에게 꿈 이야기를 말하네./ 지금 꿈을 말하는 두 나그네여/ 이 역시 꿈속의 사람들이지.)삼몽시(三夢詩)로 널리 알려진 이 시의 원제는 삼몽사(三夢詞)다. 조선 중기 청허휴정(1520~1604) 스님의 시문이다. 스님은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어려울 때 선조가 내린 팔도십육종도총섭이라는 직첩을 받아 73세의 노구를 무릅쓰고 승병장으로 활약하였다. 세간에는 서산대사로 알려진 고승이며 묘향산 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