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법회에서 봉사하시는 김보살님이 절에 올라왔습니다. 시골 사시는 친정 아버지가 전립선암 초기라 수술을 했는데, 건강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일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큰 병원에서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마약성분이 있는 가장 강한 진통제를 써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수술하러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광에 대못을 박았는데, 광을 건드려서 내가 아프다’며 이상한 이야기만 계속 하신다 합니다. 김보살님은 이런 미신적인 이야기를 스님께 하면 혼날 줄 알지만, 어머니가 너무 아파서 잠도
부처님의 생애에는 매우 드라마틱한 부분이 여러 번 있다. 탄생부터 출가, 수행, 교화, 입멸까지 곳곳마다 매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치열하고 진실한 삶의 아름다운 여운일 것이라 생각된다.고타마는 출가 후 직접적으로 지도해줄 스승을 찾아 학습했다. 하지만 출가 때 품은 ‘인생의 궁극적인 답’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홀로 수행하기로 하고 정진에 들어갔다. 홀로 시작한 정진은 곧 고행으로 이어졌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아프카니스탄에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행상이 그것을 잘 대변하고 있다.조각으로 조성한
어제는 평소 우리 복지관에 관심을 갖고 아껴주시는 후원자 및 봉사자님을 모시고 ‘좋은 인연’이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해주신 봉사활동에 대한 고마움, 또 어르신의 이상(理想)이 일상이 될 수 있게 해주신 후원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올 한 해도 이런 멋진 분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이 자리에서 열린 강연이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 들기 전에 감사 일기를 써보라고, 하루에 다섯 가지만 감사한 일을 적어보라고, 상대를 이해하면 용서 못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가 가
지난 여름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습니다. 2주간의 여행이었는데요. 처음이어서 그런지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첨단기술의 도시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살만한 동네인지, 잠시 여행하기 좋은 곳인지 살펴보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특히, ‘여기에 명상센터를 세우면 어떨까?’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잠시 머물면서 느꼈던 점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숙박과 교통수단이 인상 깊었어요.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앱의 혜택을 참 많이 받았는데요
저의 일상은 죽음과 매우 친근합니다. 신도나 가족, 이웃 등 인연들은 그물망처럼 이어져, 그들의 병고(病苦)와 죽음을 함께 합니다. 병문안을 시작으로 장례식장, 입관 등 항상 기도를 하게 됩니다. 가장 가까이 보기에, 죽음은 항상 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고통이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제 기도가 모자란 듯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때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 듣고 싶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죽음'이란 그림자가 짓눌러 숨을 쉬기 힘들면, 새벽빛이
어릴 때는 언제나 계절이 우리들의 감성보다 더디게 흘렀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고, 여름, 가을 또한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독 봄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3학년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시를 외우고 또 외우며 봄을 기다렸던 생각이 새록새록 하다. 입김으로 호호/ 유리창을 흐려 놓고/ 썼다가는 지우고/ 또 써 보는 글/ 봄 꽃 나비/봄 꽃 나비/ 봄아 봄아 오너라 어서 오너라/ 봄이 되면 나는 나는 새로 사학년 (‘봄 꽃 나비’)교실청소로 유리창을 닦으며 이 글들을 써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글을 쓴
얼마 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자리 포럼을 비롯해서 저희 기관을 후원해주는 봉사그룹 KLC 회원들의 모임, 미술관 신인작가전 ‘이날생전’, 사회복지행정학회 등을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책상을 벗어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는 일들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강릉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온 것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학회를 다니면서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를 알아보고, 배운 것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들이 우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각자의 분상에서 열심히들 일을 합니다
연화보살님은 결혼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가부장적인 남편과 이혼하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야 겨우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릅니다.평생 동안 혼자 외출한 적이 없고, 친구도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잊었고, 감정을 표현할 줄도 모릅니다. 이혼 조정을 위해 남편과 만날 때마다 두렵습니다. 말을 잘하는 남편은 당당하고, 보살님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줄 몰라 쩔쩔맵니다. 남편은 ‘앞으로 잘 하겠다’고 애원하고 울기도 하며 이혼에 합의해 주지 않습니다. 주
요즘 유튜브가 대세입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놀이터인데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이기도 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용 시간이 더욱 상승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법과 포교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조계종 포교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지원사업과 영상미디어 공모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전법의 방향성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죠. 저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여 불교크리에이터 1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포교원의
연일 폭풍이다. 제주는 언제나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제주를 비켜 갔다고 다행이라지만 태풍의 중심 진로에서는 벗어났을 뿐, 제주는 결코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머나먼 태평양에서 태풍이 시작되기만 해도 뉴스에서는 온통 바람 이야기로 점철되기 시작하고 제주의 관광산업은 무수한 예약 취소와 더불어 무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올해 들어 역대로 가장 많은 태풍이 반도를 덮쳤다고 한다. 바람 많은 제주는 물질적 피해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야에서 태풍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피해를 호소하는
이젠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터워지고 있네요. 이러다 “춥다”는 소리를 하는 계절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도반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네요. 각자의 처소에서 각자의 분상에 맞게 포교들 열심히 하면서 지내는 도반들을 보면서 ‘나도 더욱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지요. 부처님 제자로서 법당불사를 하였으니 ‘부처님 밥 공짜로는 안 먹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어느 도반의 말처럼 나도 부처님 밥을 공짜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뜻이지요. 유마경에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以一切衆生病是故我病),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없어질 것이다(若一切衆生得無病者則我病滅)’는 구절이 있습니다. 중생의 삶을 나의 삶처럼, 하나의 삶처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불보살의 서원입니다.이를 보면, 불교적 삶이 세간의 삶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추석 합동 차례가 끝난 후, 70대의 노거사님이 봉사하는 보살님들에게 작은 봉투에 용돈을 챙겨주셨습니
가끔 대중 강연을 갑니다. 거기에서는 주로 ‘있는 그대로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강의를 다녀보니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수렴되었습니다. 곧, 나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세상이 날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순수하고 깊은 욕구와 동기가 이끄는 삶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부처의 성품을 깨닫고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꿈꾸고 따르는 부처님의 길, 대 자유인의 길과 다름없습니다.‘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
AI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AI시대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흥미로움과 희망보다는 미묘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며 살아왔으니 미래가 펼쳐줄 그 어떤 모습이더라도 얼마간 긴장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이 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냥 공상과학 이야기 같다는 생각들을 했다. 시간은 흘러 성큼 21세기가 도래하고 우리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자각하든 못하든 정보화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다. 지금의
장마가 끝났나 싶더니 숨 막히게 더운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센터를 찾으시는 어르신들도 더위를 피해 오랫동안 머무르신다. 익숙한 것이 편안하기도 해서 그런지 긴 공사기간 동안 어디들 계셨는지 모르지만 문을 열고나니 익숙한 어르신들이 모두 다시 오시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익숙한 것, 편하고 좋은 것 같으나 정작 이것이 습관이 되고 업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잘살아야 할 것이다. 작은 것도 습관이 되면 무거운 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어제는 오전 내내 회의를 마치고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은
템플스테이나 행사를 하면 마지막에 회향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데도 좋고 나쁨은 모두 다 다릅니다. 각자의 생각이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지요.처음으로 명상순례여행에 동참한 분이 사찰의 큰방에서 다 함께 잠자는 것이 힘들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보살님이 설악산 봉정암 가면 눕지도 못한다며, 이 정도면 호텔이라고 웃습니다. 항상 집에서 혼자 씻던 아이들은 동성(同性)이라도 여럿이서 함께 샤워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어린이법회를 다닌 아이들은 절
얼마 전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했습니다.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이야기인데요, 기다리던 영화라 개봉 첫날 가서 관람했습니다. 그전에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검색해보니 평점 테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역사왜곡’이라는 댓글도 있고 ‘1점도 주기 아깝다’라는 의견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좋고 훈훈한 댓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과 동시에 호평과 혹평이 갈리는 영화가 드문 만큼 큰 이슈가 돼있었습니다.영화 자체는 정말 괜찮았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사도 참 아름답고 통쾌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여러 언어에
1895년 10월8일이었다.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역사를 배우면서 참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가끔 있는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그중 하나였다.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시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우리들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되었다고 배웠다. 그러니 더더욱 말이 되는가? 강제병합 15년 전에 일본 낭인들이 서울을 활보하고 궁궐에서 왕비를 죽이고 유유자적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하니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시간이 참 많이 빨리도 흘렀다. 100년하고도 25년이 더 흘렀다. 말 못하는 식물도 그렇고
모처럼 맘 편히 휴가를 다녀왔다.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의 시간들이 일상의 피곤함을 녹여주는 듯했다. 여유로운 마음과 도반들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시설장 스님 및 재가 시설장들과 함께한 여정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도반들과 같은 원력으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는 시간들이다.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도란도란 마음을 나눴다. 어려운 점을 공유했고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이 귀한 추억들이 나의 일상에 더해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나아가
곧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절에서는 템플스테이가 열립니다. 기대를 갖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 곤란해합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니 자신이 절에 다닌다는 말도 잘 하지 않게 됩니다.어린이 법회 날이면 1시간 이상 일찍 오는 10살 여자 어린이가 있습니다. 절에 오는 것을 좋아해서, 법회 준비나 청소까지 모든 일을 즐겨 합니다.이번 법회에도 일찍 와서 법당 좌복과 기도책을 미리 펴 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머뭇거리다 결국 법회가 다 끝나고 나서야 말합니다.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