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날마다 좋은날 되길 발원합시다”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온 세상 만물이 기쁜 날, 희망과 치유의 등불을 밝히며, 온 세상이 날마다 좋은날 되기를 발원합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라는 임제선사의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지난해 종정예하께서는 부처님오신날 법어를 통해서 코로나19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빚어진 것이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으로서 처절한 반성과 더불어 겪고 있는
여주교도소에서 전체 형기 5년 가운데 2년째 복역 중이다. 제대로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뜻밖의 행운을 만났고, 그 행운으로 지난 잘못을 참회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행운은 부처님과 인연을 맺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2020년 7월 모든 재판이 끝난 후 이곳 여주교도소로 이감됐다. 같이 공장출역을 하던 동료 재소자가 “종교거실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며 “함께 불교를 공부해 보자”고 권유했다. 사회에 있을 때 어머니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절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불자라고 생각해 본 적
토요일 오전 9시 조금 느리게 하루를 시작해도 좋으련만 칠곡군 보현사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스님과 재가불자 등 20명이 모여 야채를 다듬고 양념에 버무린다. 물이 끓으면 재료를 넣는다. 썰어놓은 고기는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과 함께 볶는다. 김치 같은 숙성이 필요한 반찬은 어제저녁부터 준비해놓았다. 이웃을 위한 맛있는 냄새가 사찰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자비나눔 반찬봉사회(회주 묘현 스님)는 스님 4명이 모인 승가결사체로 칠곡군 지역 소외계층의 안정적인 식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결성됐다. 매주 토요일 회원스님 4명과
“승가결사체 이름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입니다. 자비심과 보살행을 몸소 실천하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불법을 전하는 것은 불제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처럼 모든 이가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습니다.”승가결사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의 시작은 2000년 안산 보문선원이 개원하면서 조직된 동명의 봉사단체다. 당시에는 효경로잔치를 주된 봉사활동으로 삼아 여러 차례 주변의 어르신들을 초대해 흥겨운 잔치를 열었다. 답답한 집에서 나와 왁자지껄한 잔치에 모인 어르신들은 주름진
매주 목요일 오전 9시가 되면 희망드림 사무실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소외이웃들에 전해줄 밑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다. 배달할 반찬은 생선조림, 시금치, 오이소박이 등. 소외계층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선정한 메뉴다.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보니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 더 신경 써서 준비할 수밖에 없다. 스님과 봉사자들은 재료를 다듬고, 볶고, 무치기 시작했다. 불 앞에서 조리를 하는 까닭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어느덧 음식이 완성됐고 사무실엔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조리된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 불쑥 찾아올지 모르기에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체념한 체 두려운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음은 더 그늘지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환자가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는 죽음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왔다. 그러나 점차 사회적으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죽음을 앞두거나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처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의 고리를 끊고 위안
“허허허. 다른 사람 돕는 게 남 좋을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더. 이웃을 생각하는 만큼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거라예. 다 제 복지을라고 하는 겁니더.”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툭툭 내뱉는 한마디에 왠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우리는 남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법상 스님 이야기 속에서 새삼 ‘이웃’의 의미가 떠오른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는 제법 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가운데 4명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됐고 시간적 여유도 사라졌으며 개인화 성향도 강해진
5월11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 인근 한 오피스텔 5층. 살짝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도마에 칼이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더해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봉사자 4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다. 빨간 대야에 손질한 홍고추, 애호박, 무, 대파가 알록달록 쌓였다. 맵싸한 파 향기로 잠깐 사이에도 눈물이 찔끔 났지만 재료를 썰고 있는 봉사자들 손길은 멈추질 않았고, 눈매에는 웃음기만 가득하다. 그 사이를 한 스님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단법인 다나 대표 탄경 스님이다. 스님은 “오늘 밥차가 나가는 날이라
우리 가족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06년 3월 무렵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여자의 갱년기 증상처럼 자꾸 얼굴에 열이 나고 매운 것을 먹은 것처럼 혀가 화끈거린다고 했다.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 먹어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남자도 갱년기가 올 수 있으니, 약을 먹고 기다려보자”고만 했다. 내심 걱정이 돼 “MRI라도 찍어보면 좋겠다”고 했지만, 의사는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했다. 의사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남편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없이 내 머리를 맴도는 나쁜 생각과 말들, 달라이라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꽃을 생각하라 했던가? 머리로는 알지만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1년 전 나는 이렇게도 나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고 있었다.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정하고 능력 있는 의사 남편을 두었고, 바르고 공부 잘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일찍이 불법을 알아 아주 부유하지는 않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2년 전 남편이 병원 개원 준비로 마케팅회사를 알아보던 중
동트는 아침에 수행하며 발원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자아를 넘어서는 성숙한 인생이냐 아니냐를 좌우할 만큼 큰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우리 삶은 단순하지 않다.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고 뒤틀린다. 언제나 순풍에 그림처럼 미끄러져 가는 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거센 비바람이 불고 태풍을 만나기도 한다. 생각지도 않던 일이 벌어져 일을 망치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좌절하거나 물러서면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발원하는 삶에는 좌절과 불가능이란 없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도 발원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올해의 부처님오신날도 작년과 다르지 않기에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불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의 지난한 삶이 이어져 가고 있기에 제8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에 선정된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잠시나마 위안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신행수기는 불자의 체험과 신심을 바탕으로 다소 투박하더라도 진정성이 스며들어 있기에 전문 작가의 글은 아니지만 이로 하여금 위안과 희망을 안겨준다. 김분애 불자의 ‘부처님과의 인연’은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고 나의 생각과 행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