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 죄냐고 묻는다면 알고 짓는 죄가 더 큰 죄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훨씬 악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그러나 불교에서는 달리 말한다. ‘밀린다왕문경’이라는 경전에서 밀린다왕이 나가세나 스님에게 묻는다.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중에 어느 쪽이 더 큰 죄입니까?” 나가세나 스님이 대답한다. “불에 달궈진 쇳덩이를 알고 잡는 사람과 모르고 잡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큰 화상을 입겠습니까? 모르고 잡는 사람이 더 크게 심하게 화상을 입을 것입니다. 그러니 모르고 짓는 죄의 과
불교에 오역죄(五逆罪)가 있다. 부처님께서 천 번을 다녀가셔도 구제받기 힘들다는 5가지 범죄들이다. 이런 이유로 무한자비종교인 불교에서도 오역죄는 용서를 입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오역죄 중에 파화합승(破和合僧)이 있다. 파화합승은 험담과 이간질, 편 가르기로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을 말한다. 단체든 나라든 구성원들 사이의 화합이 깨지면 남는 것은 비극적 파멸뿐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그런데 정치에 종교를 끌어들여 국민을 분열시키는 함량미달의 정치인이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전도사를 자처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
선가에 구두선(口頭禪)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수행은 뒷전이고 말로만 떠드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여성의 인권문제가 민감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기관과 기업,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감지하는 ‘젠더감수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성대결 양상으로 번져 일부 잡음도 있지만 양성평등의 사회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대통령이 믿는 종교라 해도 성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이 외국방문길에 보여줬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스마트폰 속 경고음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를 뿌옇게 가득 덮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보발령이 처음에는 고맙다가 종국에는 국민적 스트레스가 됐다. 이런 종말적인 재난에 마스크 착용 안내 문자나 남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역습은 영화에 등장하는 지구 종말의 스산한 분위기와 너무도 닮아있다. 그러나 최장기간 계속된 미세먼지에 불안했지만 일주일 이상 계속되니 적응이 됐다.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속 개구리가 느긋하게 헤엄을 치다가 결국 삶아져 죽듯이, 우리 또한 냄비 속 개구리처럼 비극적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가 됐다. 황 대표는 “문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전투가 시작됐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해야 폭정을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비극적 사태에 책임져야 할 전 총리의 화려한 정계복귀에 참담해하는 국민들이 많다.2015년 총리로 임명된 그는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35개 종교단체가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삭발하는 등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적이 있다. 광신을 넘나드는 종교관, 퇴행적 역사인식, 각종 비리의혹 때문이다. 황 대표는 검사의 신분으로 신정일치를 꿈꾸는 성시화 운동에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김희중 대주교가 참회문을 발표했다. 김 대주교는 “한국 가톨릭이 일제의 침략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신사참배를 권고했던 친일행위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가톨릭은 안중근 의사를 파문시키고, 3·1운동에 참여했던 신학생들을 퇴학시키는 등 친일부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항일투쟁 계획을 고해성사를 통해 듣게 된 신부가 총독부에 이를 밀고한, ‘105인 밀고사건’으로 서울 명동성당을 비롯해 수많은 부동산을 획득한 비열한 과거는 친일의 정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종교계 지도자 23인에
새해가 되면 신문사로 적잖은 편지가 교도소에서 온다. 정갈한 글씨며 정성껏 그린 그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내용들을 읽다보면 보람과 감동을 한꺼번에 맛보게 된다.인쇄된 글씨가 흔한 세상에, 옛 추억을 떠올리듯 정성을 들여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인간의 온기와 한 사람의 정성과 불자로서의 신실함이 같이 읽힌다. 그리고 일불제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으로서의 인연을 느낀다. 불성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모두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확인하게 된다.대부분의 편지는 신문 보시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감사편지다. 그리고 감
설이다. 음력을 쓰는 오랜 풍습으로, 음력 1월1일이 돼야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해를 맞이한다. 설날에 고향을 찾아 아침 일찍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조상들께 차례를 올린다. 새해 첫날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올리는 절을 우리는 세배(歲拜)라고 한다. 요즘이야 설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지만 어찌됐든 차례를 포함한 세배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가장 가까운 인연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세간에서 설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듯이 사찰에서도 뜻깊은 새해맞이 의식이 있다. 통알삼배(通謁三拜)다. 통알삼배는 범종을
과거 독재정권은 국민들에게 자주 겁을 줬다. 전쟁의 위험을 내세워, 반공이념 앞에 줄을 세웠고, 저항하는 사람은 간첩협의로 가두거나 목숨을 뺏는 것으로 국민을 협박했다.이제는 이런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매일 청와대 앞 시위가 끊이지 않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민주주의를 만끽하고 있다.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 겁을 주는 못된 버릇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는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출산율 0명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0명대 출산율은 가임기여성이 평균 1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인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만화책 손오공을 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란 말이 눈에 들어왔다. 손오공이 도술을 부릴 때면 이 주문을 외웠다. 손오공뿐만 아니었다. 어릴 적 보았던 수많은 만화에서 스님이든, 산신령이든, 도사든 다들 ‘수리수리 마하수리’라는 주문을 외웠고 그 후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그래서 ‘수리수리 마하수리’란 주문을 정성껏 외우면 정말로 마술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그러나 이 주문이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는 입으로 지은 업을 맑게 정화하는 불교의 진언, 즉 ‘정구업진
지난해 12월 소속당 의원이 탈당하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언론을 통해 회자됐다. 한자로는 사염승거(寺厭僧去)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불자들은 해의 마지막을 무척이나 불쾌한 마음으로 보내야 했다. ‘중’은 스님을 천민 취급했던 조선시대의 욕설이다. 중의 어원은 범어인 상가(Samgha)에 있다. 상가를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승가(僧伽)라고 했고, 이를 의역한 것이 중(衆)이다. 그래서 중은 많은 스님들이 모여 있다는 의미에서 대중(大衆)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사대
기해(己亥)년입니다. 기(己)는 누런 땅을 뜻하고 해(亥)는 돼지를 뜻합니다. 사람들이 올해를 황금돼지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돼지가 주는 풍요의 이미지가 새해에 대한 희망을 부풀게 하고 있습니다. 세간의 희망처럼 법보신문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과 불자님들 모두 올 한 해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법보신문은 올해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해 11월20일 법보신문 30주년 기념대법회에서 ‘법보신문 창간 30주년 희망비전 5’라는 내용으로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올해
거짓말은 교묘하다. 속여야 거짓말이 성립된다. 그러나 대놓고 하는 거짓말도 있다. 사람들은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입을 닫는다. 국가가, 권력이 거짓말을 할 때 그렇다. 진시황이 죽고 권력을 잡은 환관 조고는 사슴을 세워놓고 대신들에게 말이라고 주장했다. 사슴이라 말한 대신들은 모조리 죽였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8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르면서 우울한 국민들에게 명랑사회를 강요했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친인척을 비롯해 수많은 부정비리로 몰락하는 순간까지도 정의사회구현을 외쳤다. 측근들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이
한해가 진다. 피가 돌았던 365일의 삶들이 곧 추억의 틀에서 굳은 채 1살의 나이로 치환될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중생의 업력을 지닌 이상 후회란 생사를 초월한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나 반성과 참회, 이를 통한 정진의 열망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성불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불교에는 4개의 큰 명절이 있다.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오신날, 성도를 위해 카필라 성벽을 넘은 출가절,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성도절, 부처님의 육신이 소멸한 열반절이 그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한 데 이어 피해자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부산형제복지원은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다가 가둬놓고 강제노역과 구타, 감금, 성폭행 등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12년간 51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당시 원장 박인근은 공금횡령으로 징역 2년 6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벌만을 받았다. 폭행, 특수감금 등 모두 것이 무죄였다. 검찰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살인혐의는 입에 담지조차 못했다.비록 늦었지만 문 총장이 과거를 참회하고, 판결을 바로 잡으려고
보편적 질량단위인 ㎏의 기준이 바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중의 저울 속 ㎏을 절대적 수치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대중들의 삶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 대한 기준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상수로 바뀌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의 기준은 130년 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였다. 지구 적도에서 극점까지 거리의 10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금속막대를 국제미터원기를 삼고, 1㎥에 해당하는 물의 질량을 토대로 제작된 금속원기둥을 국제킬로그램원기로 삼았다. 그리고 백금과 이리
11월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법보신문 창간 30주년 기념대법회에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날 법회에는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원로 스님, 교구본사 주지 스님, 중앙종회 의원 스님, 승재가 지도자들, 법보신문과 직간접의 인연을 맺고 있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늦게나마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법보신문을 애독해 주시고 주변에 권선해 주신 독자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법보신문이 30년 동안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정론직필의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중생에 대한 사랑을 동체대비(同體大悲)라고 한다. 중생이 자신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여겨 무한한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이 동체대비이다. 남과 부대끼며 매일을 살아가는 범인들에게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틈틈이 동체대비를 느끼며 살아간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한 사랑이 그것이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그 자체는 부처님의 자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11월15일 대입수능시험이 끝났다. 자식들의 합격을 바라며 100일
김정숙 여사가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 아요디아에서 열린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한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허왕후는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부인으로 ‘삼국유사’에는 인도 아유타국 공주로 기록돼 있다.일부 학자들은 허왕후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설화일 뿐이고, 백번 양보해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유타가 기념공원이 들어서는 인도 아요디아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중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 천명 이후 조급증에 빠진 정부가 신화를 역사로 둔갑시키고 있
11월1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고 감옥에 가뒀던 아픈 역사가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을 체포한 이래 지금까지 2만여 명이 군 입대 대신 감옥에 갇혔다.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는 오랜 세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상한 종교의 잘못된 신앙심에서 비롯된 일탈행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1년 평화운동을 하던 오태양이라는 불자가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