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이지만, 많은 구도자들이 수행의 과정에서 잊고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왔다 갔다 하는 손님을 주인으로 착각”하는 경우이다. 즉 없었다가 새로 생겨난 신기한 경계 체험을 하게 되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깨달음의 체험인가 보다’라고 여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경험을 붙잡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경계 체험의 내용은 어느덧 변해서 사라지고 만다. 원래부터 있었던 주인이 아니고 객으로 찾아온 경험은 인연이 다하면 언젠가는 떠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진실에 밝지 못한 구도자는 손님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1922년 11월호 ‘조선'에는 “조선 기독교의 장래”라는 흥미로운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은 1907년 10월 1일에 설립된 평양조합교회의 목사인 다카하시 다카조가 쓴 것이다. 당시 조선에서는 일본기독교회, 일본조합교회, 일본메소디스트교회, 일본성공회가 전국 도회지에 교회를 세우고 있었다. 일본인 목사의 시선으로 본 조선 교회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당시에 도청 소재지가 있는 도회지에는 500명 이상 집회할 수 있는 교회당이 반드시 2개 이상 있었고, 경성과 평양에는 10여 개 교회당이 있었다. 많은 교회에 남
부엌 구석 자루에 담긴 고구마삶아 먹으려고 꺼내보니삐죽삐죽 싹이 돋아 있다어둠 속에서몸으로 온몸으로 생명을 싹 틔운침묵의 비명이내 몸을 찌른다이 한 뿌리가 내뻗은 줄기로밭 한 고랑이 풍성하겠고내년 겨울도 풍성하겠지종자가 된 고구마봄은 이렇게 준비하는 거라고마음의 밥은 이런 거라고한 수 뜨겁게 가르쳐준다(배한봉 시집 ‘주남지의 새들’ 천년의시작. 2017)고구마는 겨우내 가만히 명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내 방 한구석에는 고구마 보관장치가 있었다. 보관장치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은 잊어버렸다. 멍석을 재료로 원통형으로 만든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당대∼오대[8세기∼10세기]는 중국불교 역사상 선의 르네상스이다. 다음 시대인 송대는 간화선이 등장하지만, 선의 발전이라기보다는 답보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연하자면, 송대까지 선과 선종이 정립되고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선종사를 개괄하면, 달마∼6조 혜능까지 선의 씨앗이 뿌려지고, 당나라 때의 선[마조계 조사선]이 근간을 형성했으며, 북송과 남송 시대에 살이 붙고 피를 통하게 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이에 중국 선의 최고 정점은 당대 조사선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한국불교도
‘열반경’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군대를 갇힌 공간으로 여기는 장병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이야기이다.어느 나라의 왕이 진리에 대해 말하다가 대신들에게 한 마리의 코끼리를 몰아오게 하여 여러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각각 손으로 만져보게 하였다. 그리고 왕은 그들을 불러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빨을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는 큰 무뿌리와 같다고 말하고, 귀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가 키와 같다고 말하고, 등허리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는 평상과 같다고
‘홍길동도 아닌데 왜 선을 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간화선을 간화선이라 부르지 못할까요?’‘동국대서 선학 사라진다’는 법보신문의 기획 기사가 보도된 후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은 간명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어느 땐가부터, 명상과 선을 구분하지 못하고, 선을 선이라 못하고, 간화선을 간화선이라 못하고 명상이라 했습니다.…선도 명상일 수 있고, K명상이라 해도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행해지는 명상들 속에는 선과 다른, 선과 합쳐져서는 안 되는 명상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산중에도 의대 바람이 불고 있다. 공부 좀 하는 학생, 공부 좀 했다는 학생들이 의대에 가겠다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런 욕구를 욕망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의대는 신분 상승과 성공의 대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정부가 의사를 대폭 늘린다고 한다. 의사들은 절대 반대한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한 답답함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환자들의 몫이 됐다. 병원의 문턱이 높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병원에서 청소 일하시는 분이라도 있으면 빽이 된다고 할까. 의사 만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병원에 가
속리산 토굴에서 지내고 있다. 집 뒤로 냉골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올라가면 속리산에서 제일 높은 천황봉에 다다를 수 있다. 냉골이라는 말처럼 계곡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돌고 아직도 응달에는 잔설과 얼음이 골짜기마다 남아 겨울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에는 애기냉이들이 듬성듬성 있어 지난주에는 여린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어려서인지 향은 그리 나지는 않았다. 동장군이 쎄다 해도 봄날 훈풍을 어찌해보겠는가.나는 일주일에 한 번 보은 읍내에 나가 장도 보고 목욕도 하는데 새로 잘 지은 건물이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이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계종이 ‘국민 행복과 전통문화 전승을 위한 정책 제안’ 자료집을 공개했다. 이 자료집은 주요 정당과 불자 국회의원 후보, 교구본사 및 주요 사찰에 배포한다. 불교 현안 12대 의제 중에서도 ‘사회 통합을 위한 실천’은 불교의 공익적 부분과 사회 역할을 역설하며 그에 따른 정당한 평가를 요구한 것이기에 의미 있다. 특히 조계종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주문해 온 ‘호국의승의 날’제정에 따른 각 정당의 호응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1700여 년의 한국 불교사를 관통해 온 핵심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지 근 1년, 침체에 빠져있던 예년과 달리 올해 출가재일은 많은 불자가 잊지 않고 기념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바쁜데 그런 행사까지 해야 하나요?”강원도 한 사찰 종무원의 답에 큰 실망감이 몰려왔다. 이어지는 “성도재일은 성대하게 기념했고, 다른 기도를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설명은 쉬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른 사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충청도의 한 사찰 종무원은 “출가재일을 처음 듣는다” 했다. 성도재일과 같은 불교의 4대 명절이라 설명해주
육군 제2작전사령부 호국무열사(주지 보경 함현준 선임군승)가 3월 21일 사명대사의 국난극복정신과 의승군활동을 재조명하는 ‘호국불교의 역사와 전통계승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조계종군종특별교구(교구장 법원 스님) 호국무열사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사명대사의 의승군 활동과 호국불교정신을 통한 국난극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조망해 한국불교의 미래인 군장병들에게 호국불교사상을 고취할 계획이다. 동시에 사명대사가 보여준 호국·호법의 교훈을 되새기며 호국불교의 발전방안을 모색한다.기조강연으로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가 ‘호국불교의 역사적 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서호노인복지관(관장 이관구)이 3월 12일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참여 지원을 위한 ‘서호노인참여나눔터’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주도적인 자세로 나눔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서호노인참여나눔터는 한국헬프에이지(회장 조현세)가 지원하는 2년차 사업으로, △공예활동 △노래수업 △월례회의 △역량강화교육 △나들이 △자조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어르신들이 공동체를 형성하여 지역사회 참여와 나눔을 실천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 활동가와 회원들은 쾌적한 지역 환경을 위한 정기적인 쓰레기 줍기 실천,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바우뫼주간보호센터(센터장 정태호)가 3월 12일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과 연계해 ‘치과이동진료’를 실시했다.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구강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지만, 병원에 대한 접근성 및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주목한 바우뫼주간보호센터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강검진, 불소도포, 스케일링, 치석제거 등을 준비했다. 센터 이용자 및 이동이 어려운 관내 장애인 12명을 대상으로 지원하였으며, 충치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은 인근 병원으로 안내했다.정태호 바우뫼주간보호센터장은 “찾아가
신흥사복지재단 속초시노인복지관(관장 묘근 스님)이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적기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돌봄서비스 강화에 나선다.속초시노인복지관은 3월 14~15일 속초시가 추구하는 고독사(ZERO) 도시 선포에 발 맞춰 속초시 북부지역 노인맞춤돌봄서비스 A권역 5개동 (영랑동, 동명동, 금호동, 교동, 노학동) 시민들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인력 73명을 파견, 대상자 발굴을 진행했다.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안전지원(방문, 전화, ICT 및 AI 안부확인), 사회참여(평생교육, 자조모임), 생활교육(건강, 보
국난극복의 상징인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웹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게 된다.문화재청이 3월 18일 “국보이자 유네수코 세계기록유산이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디지털 자료를 구축하고, 누구나 쉽게 활용 가능한 웹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문화재청은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을 위해 △기초학술 조사(경판의 정밀 기록, 보존 상태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통한 보존대책 마련 △각 경판 정밀사진 촬영 △전통방식의 인경본 제작 후 디지털 자료화(스캔)를 추진할 계획이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 스님)가 3월 16일 봉녕사 대적광전에서 ‘승가대·금강율학 승가대학원 입학식’을 봉행했다. 이날 승가대 7명, 전문과정 7명, 연구과정 2명으로 총 16명이 입학했다.봉녕사승가대학은 1974년 묘엄 스님이 설립해 경율론 삼장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승가의 화합정신을 체득시키는 학문과 수행을 겸하는 교육기관이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은 1999년 묘엄 스님이 개원해 율장연구, 습의와 율사 양성을 목표로 전문과정과 연구과정으로 운영된다. 전문과정은 2년으로 사분율, 범망경, 윤리학 등을 연찬하고 연구과정은 3년간 초기
정천구 백성욱연구원 이사장(전 영산대 총장)이 3월 16일 오후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으며 입관은 3월 18일 오후 6시, 발인은 3월 19일 오전 8시20분이다. 장례는 백성욱연구원장으로 봉행되며 송석구 연구원장을 장례위원장으로 류종민·정재락·송재운·김선형·최용춘·김재숙 장례위원을 각각 구성했다. 유가족은 배우자 정정자 여사와 아들 효진, 딸 효선, 며느리 이소연, 사위 김진식 씨다.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
대학 동아리를 잇달아 창단하고 청소년들을 향한 선순환 장학제도를 구축하는 등 청년전법도량으로 거듭난 조계종 제25교구 봉선사가 새학기 개강을 맞아 경기 북부 3개 대학 불교동아리를 동시에 창립했다.교종본찰 봉선사(주지 호산 스님)는 3월 17일 ‘상월결사 청년대학생 창립연합법회’를 열고 양주 서정대, 남양주 경복대, 의정부 신한대 3개 대학 불교동아리를 출범했다. 특히 서정대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이뤄진 국제 불교학생회를 동시에 출범해 이날 법회에 동참한 300여 사부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독교 계열인 신한대도 지도교수와 학생들
구례 화엄사 홍매화가 활짝 핀 3월 16일 상춘객들이 화엄사를 찾아 지난 2월 국가유산 천연기념물로 확장 지정된 ‘화엄사 화엄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화엄사 홍매화는 꽃잎이 검붉어 ‘흑매화’라고도 불리며 일명 ‘장육매(丈六梅)’ ‘각황매((覺皇梅)’ ‘화엄매(華嚴梅)’ ‘삼불목(三佛木)’ 등으로 불린다.화엄사를 방문한 방문객은 21년도 5만명, 22년도 7만명, 23년도 10만명이며, 올해는 30만명이 화엄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1722호 / 2024년 3월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