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겨울인 듯 기온이 뚝 떨어졌다. 거의 영하권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더 아픈 것처럼 추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서둘러 외투를 꺼내 입고 내친김에 목도리까지 걸치고 집을 나선다. 10월에 굳이 추울 것까지 뭐 있느냐고 투덜대면서 출근길을 재촉했다. 때마침 어느 스님이 ‘가을 그냥 가을’이라는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 가을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라도 짧은 편지를 쓰고 싶은 계절인가 보다.일주일에 두세 번 광화문 사거리에서 남산 한옥마을까지 자자와 포살의 길을 걷는다. 가능하면 서두르지
베토벤의 칸타타 ‘조용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Op.112’는 같은 이름의 괴테 시를 합창 음악으로 탄생시킨 곡이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혼성 4부 합창을 위해 작곡되었는데, 베토벤이 1812년 괴테를 만난 후 그의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의 시를 탐독한 후에 작곡하게 되었다. 이 곡에는 베토벤의 ‘장르에 대한 갈망’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악 음악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행보를 보였던 고전주의의 완성자 베토벤이 낭만주의의 중심 장르인 ‘예술가곡(Lied)’을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확장시킨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피해자를 사망 또는 심각한 상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경 윤창호법이라는 음주 운전자 처벌 강화법도 시행되어 현재 피해자 상해시에는 1년이상 15년 미만 징역 또는 1천만원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있으며 피해자 사망시에는 3년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음주를 한 뒤 운전을 하게 될 경우 자기 자신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실제 신체는 그렇지 않다. 반응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며 시야가 좁아지고 운동능력이 전체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균주를 의미한다. 메치니코프 박사가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로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로 발효된 음료를 섭취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며 노벨상을 수상한 이래 많은 연구자들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용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치과 영역에서 충치나 잇몸병 등 대부분의 구강질환들은 세균과 세균성 부산물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충치가 잘 생기거나 치주염에 쉽게 이환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강세균검사를 시행해보면 치과
마크 트웨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니는 그의 농담을 피하기는 어렵다. 담배를 끊어보려 했던 사람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농담인 “담배처럼 끊기 쉬운 것은 없다. 나는 백번도 넘게 끊었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말은 위트와 아이러니가 무엇인지 한눈에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런 그가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상상한다면 어떤 얘기를 할까. 그의 작품 ‘아담과 이브의 일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의 일기
보청기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소리와 특성이 모두 다르다. 보청기 필요성의 판별 및 선택은 본인의 지식도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전문적인 조언을 필요로 한다. 이는 보청기 전문 센터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보청기는 소리를 듣는데 도움을 줄 뿐이며 잃어버린 청각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첫번째 목표는 그 사용자에게 언어를 보다 확실하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적인 보청기 착용에 대한 궁금증을 송파 바른보청기 오재훈 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청력을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
최근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나면서 방광염, 과민성 방광과 같은 비뇨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과민성 방광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광근육이 수축하면서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끼게 되고,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요절박 증상을 겪는 질환이다. 요실금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과민성 방광이 발생하는 원인은 중추신경계의 손상·요로감염·요로결석·당뇨·전립선 비대증(남성의 경우)·종양·심리적 원인 등 그 원인은 다양하다. 평상시 소변을 참기 어렵고, 하루동안 화장실을 찾는 횟수가 지나치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한 성인은
자연치아를 잘 보존하는 것은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목적이 되어야겠지만, 이는 쉽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치아 기능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 치아 소실 등으로 인해 기능적 문제와 함께 심미적 문제도 함께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이에 사람들은 치과를 방문,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들을 계획한다. 임플란트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치아가 상실됐을 경우 인공 치근을 식립한 후 인공 치아 보철물을 연결, 자연치아를 대체하는 과정을 거친다.하지만 환자의 구강 상태와 건강상태
막말이 뉴스가 되고 있다. 자주 듣다 보니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GSGG’라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영어단어다. 누가 봐도 ‘ㄱㅅㄲ’라는 소리로 들리지만 정작 당사자는 ‘국민의 일반의지…’를 운운하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같은 정당 출신의 국회의장을 향해 차마 ‘ㄱㅅㄲ’라는, 육두문자는 사용할 수 없으니까 ‘GSGG’라는 아무 말이나 불쑥 내뱉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악구(惡口)라는 불교 용어가 떠올랐다. 더럽거나 나쁜 입이라는 뜻이다. 이 이상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다.거짓말은 더욱 심각
승가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난다. 승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툼을 ‘승가쟁사(僧伽諍事)’라고 한다. 줄여서 ‘승쟁(僧諍, saṅgha-adhikaraṇa)’이라고 부른다. 승쟁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른바 언쟁(言諍), 멱쟁(覓諍), 범쟁(犯諍), 사쟁(事諍)이 그것이다. 언쟁이란 말다툼으로 인한 쟁사이고, 멱쟁은 교계(敎誡)로 인한 쟁사이며, 범쟁은 범계(犯戒)로 인한 쟁사이고, 사쟁은 잘못된 갈마(羯磨)로 인한 쟁사이다.승가 내부에서 다툼이 일어났을 때 재가신자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그 해답을 율장 구섬미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빈민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2018년 개봉한 영화이다. 수많은 전쟁 영화들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휴먼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가버나움’은 전쟁터에 남아 있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생지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생존자다. 여기서 생존자란 그저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겪을 수 있는 모든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자를 말한다. 자인이 법정에서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며 시작하는 영화는 기적 같은 유엔난민기구의
지난 연재에서 광배가 불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렇다고 해서 후불탱화가 잘못된 법식이라든가, 그것을 앞으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이 법식 역시 이미 오래돼 전통으로 자리잡았고, 조선불교미술의 특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광배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런 법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조선시대의 그 아름다운 후불탱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다만 후불탱화와 광배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실상사 후불탱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실상사 약사전에 모
개학을 앞두고 책장을 정리하다가 노란 표지의 자그마한 책 하나를 잡고서 다시 보고 있다. 1973년 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당선된 글을 ‘여시아문’에서 2000년에 출판한 책으로 지허(知虛) 스님의 ‘선방일기’이다. 이 책은 서울대 출신의 지허 스님이 오대산 상원사 선방에서 동안거 기간에 경험하고 느낀 점을 일기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36명의 선객들이 음력 10월15일에서 1월15일까지 3개월 동안 어떻게 참선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솔직 담백하게 잘 그려져 있다.10월25일 ‘선객의 운명’이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김유식 문화체육관광부 학예연구관과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 불사 관련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문화재 전문가의 합류로 총무원과 문화재청·경주시청 등 행정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과 정책협력을 기대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예산·공법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에 놓인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불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신라를 알고프면 경주에 가 살아라. 겨레의 혼을 알고 싶으면 서라벌(徐羅代)의 흙냄새를 맡으라. 한국불교의 원류를
승이 익주의 숭복지 화상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걸림이 없이 확 트인 말씀입니까.” 숭복지 화상이 말했다. “혀가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숭복지 선사는 숭복원지(崇福院志)로서 익주(益州)의 숭복원(崇福院)의 연교지(演敎志)를 가리킨다. 그 법계는 약산유엄-선자덕성–협산선회-반룡가문–숭복원지이다.본 문답에서 언급하고 있는 말씀이란 언설로 성취되어 있지만 일체를 포함하고 있는 법어를 가리킨다. 본래 선수행에서 언설이란 불립문자로 일종의 수단과 방편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언설이 그처럼 단순한 기능만 하는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 하안거 해제 법어오늘 하안거 해제를 하고 조계산을 나서면 동서남북 대중들은 모두가 자기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석달 전에 이 여름 결제를 위해 이 산문을 찾아올 때 발끝을 바라보며 무겁게 걸어오던 걸음과 오늘 해제하고 이 산문을 나서면서 먼 산을 바라보며 홀가분하게 걸어가는 걸음의 기분은 사뭇 다를 것이다.사리불(舍利弗)이 어느 날 성(城)으로 들어가는데 월상녀(月上女)가 성에서 나오고 있었다. 사리불이 말하기를 “어디를 가는가?” 하니, 월상녀가 대답하기를 “사리불 존자님처럼 그렇게 갑니다.” 하
자연치아를 잘 보존하는 것은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 1의 목적이 되어야겠지만, 이는 쉽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치아 기능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 치아 소실 등으로 인해 기능적 문제와 함께 심미적 문제도 함께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이에 사람들은 치과를 방문,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들을 계획한다. 임플란트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치아가 상실됐을 경우 인공 치근을 식립한 후 인공 치아 보철물을 연결, 자연치아를 대체하는 과정을 거친다.하지만 환자의 구강 상태와 건강상태
이번 연재에서는 다시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김환기, 장욱진, 백남준 등 쟁쟁한 화가들과 불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은 건너 뛴 채 지금 이 시대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순서로 넘어와 버렸다. 이중섭에 대해 쓰지 못했던 것은 아무래도 그와 불교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물게 그가 불교와 관련된 작품을 남긴 것이 있음을 알았지만 실제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이 작품을 직접 보게 돼
Q. 아내와 사별하고 2년 전부터 아들네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밥해 먹는 것도 어렵고, 혼자 살다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는데, 큰 아들이 같이 살자하니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살림을 합치기 위해 혼자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하고 아들 명의로 서울에 큰 집을 사서 이사를 했습니다. 합가만 하면 아들며느리의 수발과 손주들 재롱을 마음껏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도 살기 바빠 온 식구가 얼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답답하고 심심해 나가보려 해도 길도 잘 모르고 갈곳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니까야를 읽는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대응하는 아가마와 대조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 선명하게 이해될 때도 있다. 초기경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 조금씩 다르다. 예전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경이 요즘에는 가슴에 와 닿는 경우도 있다. 연륜이 쌓이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최근 ‘빱바뚜빠마-숫따(Pabbatū pa ma-sutta, 산의 비유경)’(SN3:25)를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경은 꼬살라국의 빠세나디(Pasenadi, 波斯匿王) 왕과 붓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