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밤 깊어 달빛 비치는 줄만 알았지뜨락에 눈이 무더기로 쌓인 줄은 몰랐다.동틀 무렵 일어나 성안을 향해 바라보니일만 그루 매화가 하룻밤 새 피어났다. 但認更深月照來(단인경심월조래)不知庭院雪成堆(부지정원설성퇴) 平明起向城中望(평명기향성중망)萬樹梅花一夜開(만수개화일야개)-원감충지(圓鑑冲止, 1226~1292)안도현 시인은 “시 쓰는 일은 세상과 연애하는 일”이라고 했다. 선시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선시 쓰는 일은 부처님(깨달음)과 연애하는 일 아닐까. 오매불망, 한밤중에도 부처님과 속마음을 주고받고, 때로는 팔짱도 끼고, 때로는
조선후기 시인 한계현일 스님(寒溪玄一, 1630~1716)의 시 세계를 조명한 첫 논문이 나왔다. 한평생 불교 시가송(詩歌頌)에 천착한 원로학자 이종찬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동악어문학’ 제87집에 ‘한계집과 현일의 시세계’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논문 어귀에서 “시를 주고 받은 이들의 신분으로 보아 현일 스님은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고 사회에서도 인정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승인명록인 ‘동사열전’이나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근현대 한국불교사전류에서는 스님의 법명을 찾아볼 수 없다. 한계현일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다(有一物於此 絶名相 貫古今).’조선 초 억불 정책에 항거한 고승이며 ‘금강경’ 선양에 힘쓴 함허 득통 선사(1376-1433)가 ‘금강경오가해’를 풀어내며 쓴 서문의 첫 구절이다. ‘금강경’의 가르침을 통해 불법의 요지를 명명백백 밝힌 함허 스님의 저술은 이후 ‘금강경’이 한국불교의 대표 경전으로 정착되는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수행자가 가까이 두고 새기는 지침서로 자리매김한 함허 득통 선사의 금강경 서문 속에는 어떤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일까. 금정총림
"불교가 중국특색사회주의 체제와 어떻게 공존했을까" "앞으로 중국불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불교계 대표 계간지 '불교평론'이 '현대 중국불교의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겨울호(통권92)를 발행했다.불교평론은 "동아시아불교 중심이던 중국불교는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한 뒤 '마르크스주의'를 만나고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어왔다”면서 “하지만 현대 중국공산당 종교정책이 변했고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고 할 만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특집호에는 이병욱 고려대 강사의 권두언 '중국불교의 새로운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 관계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 또는 안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등으로 불안하신가요? 겉보기에 근사한 전문능력을 가진 사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사람에게도 모두 불안이라는 손님은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그리고 불안과 싸우면 싸울수록 공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공황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숫자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안을 대하는 명상적 태도란 어떤 것일까요? 이것과 관련해 재밌는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
큰 공을 멀리하고 지나치게 술을 말라.석 잔도 오히려 사양커늘 하물며 많이 하랴.불경 중에 기록되길 손으로 갚을 일 없다지만승려로서 경계하지 않으면 말년에 어찌하리.破除功業酒無過(파제공업주무과) 三爵猶辭矧敢多(삼작유사신감다)記得經中無手語(기득경중무수어) 僧而不誡末如何(승이불계말여하)-연담유일(蓮潭有一, 1720~1799)‘술’[주(酒)] 철이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묶였던 술들이 임인년 밤거리를 흔든다. 몇 해 전 이정일이라는 작가는 ‘흔들릴 때마다 한 잔’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흔들릴 때
일본과 중국 연구팀이 중국 한의학을 일본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감진 스님의 의학 처방전을 발견했다. 연구 논문에 대한 속보를 전하는 사이언스데일리는 11월11일 “일본 전통 한의학은 그 기원을 중국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연구원들이 불교를 들여온 감진 스님이 전통 한의학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하는 가운데 최근 스님의 처방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감진 스님(鑑眞, 688~763)은 양주 지역 최고 고승으로 20살 때 구족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낙양과 장안을 오가며 율학과 천태학의 대가들로부터 수학한 끝에 양주 대표 율사로 주
“1700여년의 긴 역사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전엔 수많은 서사들이 있죠. 그러나 일일이 다 찾아가고 모든 경전을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가 언급된지는 오래되었으나 이제는 적극 활용할 때입니다. 그 안에 불교가 가진 세계관을 구현하고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요소를 만들어 놓는다면 신행활동은 물론, 교육의 장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조계종 포교원(원장 범해 스님) 포교연구실은 11월23일 서울 한국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일[三歲孩兒雖道得, 八十老人行不得]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의 고승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의 한 마디 가르침에 당대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단박에 발심하고 귀의했듯 반드시 길고 어렵게 설명해야만 그럴듯한 진리인 것도 아니다. 한 문장, 한 말씀이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들기도 한다. 그러니 짧고 단순한 동화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들에게만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비가 그렇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
서소문역사박물관이 법무법인을 앞세워 해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일방적인 매도" "처신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가 창작활동을 문제삼는다" 등등을 운운하며 불교계를 꾸짖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소문박물관이 비록 왜곡된 해인도(법계도)를 철거했지만 조선불교의 중흥조인 보우 스님을 요승으로 표기한 문헌은 버젓이 전시하는 등 불교 폄훼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불교계 공분을 사고 있다.법보신문이 11월17일 입수한 내용증명에 따르면 서소문역사박물관은 해인도(법계도) 왜곡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극단 삼육오가 창작 초연작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를 무대에 올린다.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에 서는 이 작품은 11월18일 오후 7시30분, 19일 오후 3시에 공연된다. 작품은 신통한 능력으로 생사를 임의로 여탈했다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다. 용진 봉서사를 비롯해 완주 곳곳에 깃든 진묵대사의 행적과 설화를 바탕으로 고승의 신이한 행적을 국내 최초의 무대화 공연으로 그려낸 작품이다.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세의 침략과 당쟁으로 인해 도탄에 빠진 민중의 아픔에 동참해 유불선 삼교회통의 경지를 펼친 대사의 삶을 다뤘다.
(사)세계불교승황성는 10월29일 부여 마강사에서 ‘세계불교승황성 창립법회 및 정중 무상공 존자 사바강탄 1338주년 다례재’를 봉행했다.행사에는 승황 홍산해전 스님과 태종사 조실 도성, 화쟁교단 이사장 정암, 호국불교승가회장 성호 스님 등 사부대중 500여명이 참석했다. 법회는 삼귀의례를 시작으로 범패, 고유문 낭독, 법어, 관음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승황 해전 스님은 법어에서 “뜻깊은 선가의 전통 속에서 세계불교승황성을 설립하고 세계 속에 한국불교의 의상을 재정립하고자 법석을 마련했다”며 “무상선사의 무억(無憶)·무념(無念)·
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11월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제1강의실에서 학술대회를 연다'천년의 관음성지 화엄종찰 낙산사의 불상 조각'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낙산사 불상 조각 전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낙산사 불교미술과 관음신앙 성격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학술대회는 김정희 원광대 명예교수(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기조 발표 ‘낙산사 불교미술의 성격과 금당 전단소조관음보살상의 연구’에 이어 △낙산사 관음전 건칠관음보살상의 연구(이분희/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팀장)
유근자 동국대 초빙교수가 '불교평론'이 수여하는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불교평론' 편집위원회는 11월1일 "2022년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유근자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수상 저술은 '조선시대 왕실발원 불상의 연구'(불광출판사·2022)이다. 위원회는 저자의 현장감 있는 연구와 1000쪽의 방대한 지면에 담긴 풍부한 문화재 사진 자료를 높이 평가했다. 불상 복장으로 '조선 왕실 불교'를 처음 조명한 연구 성과이기도 하다.위원회는 "조선시대 아들을 낳고자 하는 기원과 질병 치유, 영가 천도, 전몰 장병을 위한
오늘은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10월22일이 되는 날입니다. 산 높고 물 맑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성철공원에서 오전에는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으로 방생법회가 있습니다. 오후에는 제49회 한국전쟁 지리산 전몰 희생자 원혼 위령제가 열립니다. 산청불교사암연합회장 수완 스님과 회원 사찰 주지스님들을 중심으로 불교 전통작법과 영산재 의식에 맞춰 여법하고 성대하게 이루어집니다.이 모든 행사는 산청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고 산청불교사암연합회, 염불정진기도회가 주관하며 산청군수님과 산청군의회 의장님 등 산청군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디자인미술학과 불교미술전공이 11월3일부터 16일까지 양산 통도사 명월료에서 ‘제3회 교수미전’을 개최한다.교수미전에는 정병국, 고승희, 박명순, 박미주, 이종억, 조해종, 최무상, 홍관식 등 디자인미술학과 불교미술전공 교수 8명이 참여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불교미술 작품 25점이 전시된다.정병국 교수는 “이번 전시가 불교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참가 교수들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방법론과 기법을 통해 펼쳐 보이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제3회 교수미전 오프닝 행사는 11월3일 오후 3시 통도사 명
백제 공예 정수로 꼽히는 보물이자 익산 미륵사 창건 역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국보로 승격된다.문화재청은 10월31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보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이 유물은 2009년 서탑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인 심주석(心柱石)의 사리공(舍利孔·사리를 넣으려고 마련한 구멍)과 기단부에서 나온 금제 사리봉영기(舍利奉迎記)와 사리호, 청동합 등 총 9점으로 이뤄졌다. 사리장엄구를 사리를 불탑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용기나 함께 봉인되는 공양물을 통칭한다.사리장엄구 중 금제사
조계종 전국 교구본사가 10월28일 가톨릭 측이 서울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신라 의상 스님이 창안한 ‘법계도(해인도)’를 선교목적으로 변형, 전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가톨릭 측이 불교 전통의례 및 문화를 일방적으로 차용해 왜곡하는 한편 천진암과 주어사를 천주교 성지로 둔갑시키고 서소문 일대의 역사유적을 천주교 순교역사의 성지로 독점하고 있는 것 등을 ‘천주교의 종교역사 공정(工程)’으로 규정하고 가톨릭 측의 사과와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가톨릭 측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10월27일 ‘순천 선암사 일주문' ‘구례 천은사 일주문' ‘문경 봉암사 봉황문’ ‘대구 동화사 봉황문’ 4곳과 사찰 문루(門樓), 불전(佛殿). 승탑(僧塔) 등 7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일주문이 보물로 지정된 건 2006년 ‘부산 범어사 조계문' 이후 두 번째다.‘선암사 일주문’은 책을 엎어놓은 듯한 맞배지붕과 공포(하중을 받치기 위해 대는 부재)가 여러 개인 다포식 건물이다. 기둥 구조는 기둥과 창방(기둥 상부에서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가로 부재)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조계산선암사'(曹
9세기 때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 목조불상 ‘해인사 목조불상’이 국보로 승격됐다.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 '상교정본 자비도량참법' '법화현론 권3~4'의 6건은 보물로 지정됐다. 종류별로는 불교 조각 2점, 불교 회화 1점, 불교 전적 5점이다.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10월26일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과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2건을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로 지정했다.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 '상교정본 자비도량참법' '법화현론 권3~4'의 6건은 보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