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소설이다.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시대의 효 윤리를 대표하는 소설로도 익숙하다. 학창시절 그리 배우고, 세상 사람들도 그리 얘기하기에 누구라도 이러한 이해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이진경 과학기술대 교수가 쓴 ‘파격의 고전’(글항아리)이 놀라운 점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당연시 여겼던 내용들에 의문을 던진다.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바다에 몸을 던진다면 그걸 효라고 할 수 있을까? 심청은 왜 자신을 아껴주는 장승상 댁 부인이 쌀 300석을 내준다는 제의도 거절하면서까지 임당수에 뛰어
올해 11월17일 시행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절대평가 방식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주장에 맞서 우리의 역사관을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가 강하다.사실 역사왜곡이 꼭 외부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불교계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 중 양무제(464~549)에 대한 왜곡과 폄하는 지나치다. 최근 출간되는 선 관련 책들에서도 양무제에 대한 얘기들은 천편일률적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선거지만 언론에서 인물 됨됨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 얽혀 연일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공천 여부와 비례대표 순번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더라도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 없이 줄서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건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최근 출간된 ‘녹색평론’ 3·4월호(통권 147호)에 소개된 우촌(牛村) 전진한(錢鎭漢, 1901~1972) 거사는 국회의원들의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철 ‘녹색
불교에서는 부모자식 관계를 가장 깊은 인연으로 본다. 누군가는 전생에 아주 절친했거나 원수였던 인연이 현생에 부모자식으로 만난다고 말한다. 요즘 언론에서 부모가 어린 자식을 모질게 학대해 살해했다거나 거꾸로 자식이 늙은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른 보도를 접할 때면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한국일보(3월16일자)에 보도된 ‘총경 딸 키운 40년 촛불기도’ 기사는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 보편적임을 새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며칠 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단독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라는 이세돌 9단. 그가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고 고도의 집중력과 총체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까닭에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무참히 지면서 언론들이 온통 이 얘기로 떠들썩하다.일간지는 ‘인공지능, 인간을 이기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인간이 졌다’ ‘2살 인공지능, 5000년 인간 바둑을 넘다’ 등 이세돌 9단의 패배를 1면 톱기사로 전했다. 한 카이스트 교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
1700년 한국불교의 현장에서 사연이 없는 곳이 있을까. 그렇더라도 제주처럼 곡절 많은 곳도 드물 것 같다. 오늘날 제주는 비교적 불교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불교신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학계에서는 제주불교의 시작을 삼국시대로 추정한다. 당시 탐라가 백제 문주왕 2년(476)부터 관계를 맺었고, 고구려와 신라, 중국과 일본과도 교역했기 때문에 불교문화가 자연스레 유입됐으리라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 들어서는 추정을 넘어 본격적인 기록이 나타난다. 당시 사찰에서 불경 판각이 행해졌고 불교결사운동이 이뤄졌다는 사실
흔히 무병장수는 최고의 복 중 하나로 여겨진다. 불자들도 절에 가서 병 없이 오래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자주한다. 불보살의 가피가 아니더라도 불교를 믿고 잘 실천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 분노와 탐욕을 다스리면 스트레스가 적고, 욕심내지 않으며 적당량을 먹기에 각종 성인병과 암에 걸릴 확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학적으로도 운동 효과가 입증된 108배까지 꾸준히 하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스님들이 장수했던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덕사 초대방장을 지낸 혜암 스님이 101세, 칠보사
남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로켓(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아쳤다.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 그로 인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을 비롯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5만5000명과 이들 가족 20만여명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게 됐다.그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본격화됐다. 이로 인해 매년 투입될 천문학적인 비용과 더불어 사드 레이
유엔인구기금(UNFPA)이 최근 발간한 ‘2015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 69세, 여자 74세(평균 71.5세)로 나타났다. 고대 로마인의 평균수명이 22세였고, 1900년 경 미국인의 평균수명이 47세 정도였다고 하니 바야흐로 장수의 시대라 할 수 있다.한국인의 기대수명도 한해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일제강점기 경성대학 의학부 미즈시마 하루오 교수가 조선총독부 인구 및 사망신고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한국 최초의 주민 생명표에 따르면 1926~3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32.4세, 여자
1923년 8월 함흥 지역 큰무당 김쌍돌씨에게서 채록한 ‘창세가’의 내용은 대단히 흥미롭다. 우주의 탄생과 인간 세상에 불화가 시작된 과정을 석가와 미륵의 대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창세가’에 따르면 애초 미륵님이 계시던 세월은 태평성세였다. 그런데 돌연 석가님이 내려와 이 세월을 빼앗으려 했다. 미륵님이 아직은 내 세월이라고 하자 석가님은 미륵님의 세월은 다 갔고 이제는 자신의 세월이라고 우겼다. 결국 미륵님의 제안으로 내기가 이뤄졌고 지는 쪽이 떠나기로 했다.내기는 세 번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는 줄에 매달려 있기, 두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월15일 별세했다. 시대 아픔을 온몸으로 관통하면서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전달해 온 참 스승의 마지막을 많은 이들이 애도했다.1968년 신 교수는 이념과 냉전의 독주에 저항했다. 정권은 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세상과 격리시켰다. 하지만 마음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와할랄 네루, 안토니오 그람시, 만해 한용운 등 실천적 지식인들이 그랬듯 신 교수에게도 감옥은 사색의 공간이었다. 동양의 고전에 침잠하면서 그는 노자, 공자, 장자, 묵자, 순자, 맹자 등 숱한 성현들과 마주했다. 감
조선시대 선사이면서 염불수행에도 지극했던 침굉 스님은 숙종 10년(1684) 4월12일 순천 징광사에서 입적했다. 세수로 69살이었던 스님은 서쪽을 향해 단정히 앉아 세연을 마쳤다. 생전에 누구를 만나든 염불을 권했던 스님은 소나 돼지의 귀에 대고 염불하는 등 생명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사대부들의 흠모를 받을 정도로 시(詩)와 문(文)에도 뛰어났던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두 불살라버렸다. 뒷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공부를 해나가기를 바라서였다.정작 곤혹스러운 것은 제자들이었다. 비록 글을 태
요 며칠 추위가 매섭다. 이런 날에 나들이는 어렵지만 인도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에는 적격이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7~8월의 혹독한 무더위와 우기로 인한 눅눅함을 빗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인도를 다니다보면 생소한 상황과 자주 마주한다. 우주선을 쏘아올릴 정도로 첨단과학이 발달했으면서도 수천 년 전의 옛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적지에서 만나는 인도의 시간관도 이방인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다.문명이 발달한 국가 중에서 인도만큼 시간이나 역사 관념이 희박한 나라도 드물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체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협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협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질곡의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새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협상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의 원칙을 지켜왔으니 이번 결과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한일 위안부 협상 큰 논란박 대통령, 피해 할머니에“대승적 견지서 이해” 호소‘대승’ 이해부터 새로 해야그러나 박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한일협상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지는 해의 끝자락에 서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은 시작과 끝이 없이 다만 흘러갈 뿐이다. 그럼에도 시작과 끝을 나누는 것은 지나 온 삶을 반추해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은 항상 아쉽다. 인생이든 한해든 마찬가지다. 그래도 끝을 아름답게 회향하려는 마음이 이는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불성이 깃들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평생 걸쳐 어렵게 모은 정재인재양성에 써 달라며 기탁해 끝자락서 후회 내려놓고성불 향할 자비심 일으켜야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을 돕거나 가난한 이웃의 삶을 돌아보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춥고
삶은 죽음으로 평가받는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흐트러짐이 없었다면 예사롭지 않은 삶이다. 고귀하고 바른 삶을 산 이들은 대체로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다. 탐욕과 욕망에 찌든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 비루했다. 고귀한 삶으로 포장됐던 이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떨거나 신에게 구원을 갈구하는 비루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차이는 있지만 삶에 대한 애착,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완벽하게 초월한 분이 있다. 부처님이다. 부처님은 삶에 대한 애착은 물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전조현상(前兆現象)’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기미를 말한다. 전조현상을 면밀히 살피면 앞으로 닥칠 불행을 현명하게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조현상을 무시하면 미래의 불행은 현실이 된다.중앙아시아 평년기온 올라가자사이가산양 20만마리 집단폐사각국정상, 온난화방지 논의시작방치하면 지구촌 공멸 시간문제최근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불행한 전조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5월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던 사이가산양 20만 마리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개체수의 88%이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이가산양의 절반이 넘는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들이 신문사를 찾았다. 평생을 불교와 아동문학을 위해 바쳐 온 아동문학계 원로들의 방문이라 존경의 마음으로 맞이했다. 회원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두툼한 노란봉투를 내려놓았다. 봉투에는 같은 내용의 광고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국내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는 보는 눈을 의심케 했다. ‘소원성취, 만사형통이 이루어진다는 신비의 황금 복 돼지’라는 문구 아래 스님이 황금 돼지가 그려진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장기 광고 계약을 한 듯, 같은 광고가 일주일을 주기로 반복됐다. 내용은 황당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160여명에 이르는 사람이 희생됐다. 테러의 배후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 지목되고 있다. 테러 직후 범인들은 “알라는 위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번 테러는 2001년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에 의해 이뤄진 미국의 9.11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전세계가 깊은 애도와 함께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유일신 종교가 파리 테러 배경종교의 살육 합리화는 아이러니신의 뜻 내세우는 전쟁은 ‘광신’종교 얼굴 띤 야만이 평화 위협프랑스 테러는 종교(宗敎)의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했다. 상하원 모두 90% 이상의 압도적인 당선이다. 의회에서 대통령을 뽑는 내년 미얀마 대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어렵지 않게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헌법은 외국인 남편을 두거나 외국인 자녀를 두게 되면 대통령 출마자격을 제한하고 있다.아웅산 수지는 영국인과 결혼했고 국적이 다른 아들들이 있다. 아웅산 수지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한 악법이지만 이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