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남기신 ‘아득한 성자’는 성과 속, 세간과 출세간이 하나가 되는 삶을 노래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분별과 욕망, 차별심을 일으키는 근원인 육안을 넘어 혜안이라는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다본 것이었다.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의 세계, 즉 오도(悟道)의 세계인 공의 삶을 통찰한 것이었다.”선사로서, 시인으로서 아득한 경지에서 유유자적하며 격외가를 부르던 설악무산 스님. ‘아득한 성자’를 비롯한 스님이 남긴 언어의 사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지만 정작 그 심오한 선시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
근대 과학의 기초가 됐던 뉴턴의 만유인력과 현대 과학의 시발점이 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종교의 모순을 다뤘다.서울대 및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진리탐험의 길을 걷는다는 저자 배길몽 씨는 종교적인 신비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종교경전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또 뉴턴의 만유인력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우주 원리를 제시하면서 과학과 종교에 대한 상식들을 180도 뒤집어 놓는다.과학과 종교에 대단히 비판적인 저자이지만 불교에 대해선 상당히 바람직한 종교로 평가한
“60년이라는 숫자는 사람뿐 아니라 단체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960년 시작된 경북대 불교학생회는 60년간 이어지며 젊은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이는 불교학생회를 넘어 우리 불교사에도 뜻깊은 일입니다.”현대 불교사에서 대학생불자들의 활동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 잇따른 대학생불교회의 창립은 지식인 불교, 젊은 불교, 실천 불교로의 전환을 상징했다. 이들 대학생불교회는 연합법회, 사상강연회,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운동 등을 펼치며 불교계 안팎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반야심경’은 워낙 유명하고 한문과 한글로 된 내용을 술술 외우는 이도 많지만 실상 이처럼 어려운 경전도 많지 않다. 600권의 방대한 반야부 경전 핵심이 농축돼 있기에 그렇다.중국의 저명한 불교저술가인 저자는 ‘반야심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단순한 자구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길로 이끈다. 무림 고수가 난해한 비급에서 감춰진 무예의 진수를 읽어내듯 저자는 ‘반야심경’ 260자가 사람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음을 역설하며, 마음의 굴레를 벗어버릴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법까지 친
거장은 일정 분야에서 빼어난 인물을 일컫는다. 천재가 뛰어난 재능에 방점이 찍힌다면 거장은 재능보다 성과물에 더 무게가 실린다. 거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결같음과 인내가 전제될 때 비로소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미술사의 거장이다. 올해 6월14일로 꼭 팔순을 맞은 문 교수는 1960년대 중반 경북대 박물관 조교로 근무하며 미술사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박물관에 소장된 수많은 문화재를 손수 정리하며 ‘옛것’에 심취한 그는 관련 고문헌을 해석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안목을 넓혀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라는 찬사를 받으며 900여년간 수많은 납승들의 바랑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선수행 교과서 ‘벽암록’. 이 책은 북송 때 선승인 원오극근(1063~1135) 스님이 편찬한 선종 제일의 공안집이다. 북송 초기 설두중현(980~ 1052) 스님이 당대(唐代) 선사들의 문답 중 100칙을 선별해 자신의 안목에서 송(시)으로 표현한 ‘설두송고’에 원오 스님이 촌평(착어)과 강설(평창)을 붙였다.‘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 ‘사교입선(捨敎入禪)’ 등 문자와 언어를 극도로 경계하는 선에서 ‘벽암록’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다고 피해가지 않는다. 죽음은 그래서 평등하다. 하지만 죽은 뒤에 그 시신이 어떻게 다뤄지냐는 지위와 권력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은 거대하면서도 은밀한 무덤을 만들어 자신들의 시신 훼손을 막고자 했다. 사후에 현세의 삶이 재현된다는 믿음으로 온갖 귀중품은 물론 시중들 사람들까지 함께 묻도록 했다.반면 불교의 죽음은 극히 소박하다. ‘옷 세벌에 발우 하나(三衣一鉢)’면 충분하다는 출가자들은 죽어서도 별다른 자취를 남기지 않았다. 일부 고승의 경우 화장한 뒤
김미숙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의 ‘자이나 사상-인도문화와 종교 철학의 뿌리’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국내 우수출판콘텐츠 발굴과 출판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된 이번 제작 지원사업에서는 출간을 앞둔 원고 총 2450편 가운데 100편이 선정됐다. 선정작에는 각각 출판제작 및 저작상금 900만원이 지원되며, 김미숙 교수의 ‘자이나 사상’은 올해 10월 중 올리브그린에서 출간될 예정이다.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대일경소’에는 불간린일체법계(不慳吝一切法戒)라는 바라이죄가 나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가르치는데 인색한 것은 4가지 중죄 중 하나라는 겁니다. 포교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진심을 다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들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빛나게 하는 일입니다.”신성현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계율학자이며 신심 깊은 불자다. 불교를 연구하는 동시에 주변에 불법의 수승함을 알리는 데에도 늘 적극적이다. 신 교수의 아내와 딸, 2명의 조카들까지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
작가 채사장(40)은 내면의 여행자다.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 않았다. 권위 뒤에 어설프게 안주하기를 거부했다. 여행이란 본 적이 없는 세계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고, 아는 길이 아니라 감춰진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 여겼다. 그는 지식의 바다를 항해했다. 내면의 세계로도 깊숙이 나아갔다. 이해와 통찰은 길을 나서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떠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여행에서 그는 인류가 쌓아올린 지식의 견고한 성을 목도했다. 위대한 성현들이 고구정녕하게 들려주는 지혜도 경청했다. 중고교 시절 제도교육이 강요했던 지식에서는 발견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애주 보유자가 5월10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춤 가운데 하나인 승무의 발전과 전승에 크게 기여한 고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김보남 선생에게 입문해 본격적으로 승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대한민국 문화공보부 주최 제7회 신인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재능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1970년부터는 고(故) 한영숙 전 보유자에게 승무를 전수받아 1976년 승무 이수자가 됐으며, 1992년 전수교육조교(현 전승교육사)를 거쳐 1996년에 초대 보유자였던
흔히 무병장수는 최고의 복 중 하나로 여겨진다. 불자들도 절에 가서 병 없이 오래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자주한다. 불보살의 가피가 아니더라도 불교를 믿고 잘 실천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 분노와 탐욕을 다스리면 스트레스가 적을뿐더러 욕심내지 않고 적당량을 먹기에 각종 성인병과 암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 게다가 운동 효과가 큰 108배까지 꾸준히 하면 금상첨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스님들이 장수했던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산 수덕사 초대방장을 지낸 혜암 스님이 101세, 칠보사 조실이었던 석주 스님이 94세까
불교의 여러 학설과 교리를 엮은 경전으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집필 근간이 됐던 ‘금강삼매경’의 저자가 당 현장법사의 4대 조력자로 꼽혔던 신라승 신방(神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전 동국대 교수 법공 스님은 한국불교학회가 5월14일 동국대 동국관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금강삼매경의 저자’ 제하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출삼장기집’ ‘개원석교록’ 등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금강삼매경’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경은 현장 번역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경을 누가 썼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신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생명의 속성이다. 그래서 불교에선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악업으로 간주한다.2600년 전 인도사회에서는 동물을 제물로 바쳐 복을 얻으려는 제사문화가 만연했다.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이러한 희생제의로 복을 받기는커녕 다른 생명을 무참히 죽인 무거운 과보를 피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불교의 생명관이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이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자타카(본생담)’이다. 여기에
“법보신문은 전법을 위해 노력하고 불교적인 관점으로 사안을 보려 노력하는 정론지로 알고 있습니다. 학술이나 문화재와 관련해 눈여겨 볼 기사들도 많고요.”늘 불자임을 자처하는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여말선초를 대표하는 고승인 무학 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불교사학자다. 여말선초 불교계 연구의 권위자인 황 교수는 역사와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불교학계와 일반학계를 넘나들며 뜻깊은 연구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호압사, 관악사(지), 청계사, 봉녕사 등 서울 인근은 물론 북한 지역 사찰의 역사와 의미를 밝히는 작업
“법보신문은 읽고 스크랩하다보면 나중에는 신문이 조각조각이 납니다. 두고두고 볼 유용한 기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조계종 호계원장 보광 스님은 법보신문 애독자이며 지지자다. 오랫동안 논설위원을 맡아 글을 쓴데다가 법보신문을 창간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산 스님(月山, 1913~1997)과 인연도 깊다.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출가한 보광 스님은 1970년대 초 경주 불국사 주지를 맡았던 월산 스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뛰어난 선승이면서 항상 인자하고 근엄했던 월산 스님이 보광 스님에겐 한시도 잊을 수 없는 마음의
“불교 언론 역할은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교 언론이 지향해야 할 정론입니다. 법보신문은 우리 불교계의 대표적인 정론지로 지금까지 그 역할을 충실해왔습니다.”불교학계에서 신심 깊은 학자로 익히 알려진 김선근 동국대 명예교수가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자신의 법보시가 교도소와 군법당 등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김 교수는 법보신문 25년 독자로 신문이 오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꼼꼼히 살펴본다. 불교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슈가 무
법화종 총무원장에 당선된 거암 스님의 직무집행정지가 인용된 가운데 이번에는 법화종 종정 도선 스님의 이중승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총무원장 측은 3월23일 도선 스님의 이중승적 등이 종헌종법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종정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총무원장에 이어 종정스님까지 법원 판결에 의해 향후 직무 활동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법화종 관계자에 따르면 도선 스님은 조계종에서 스님으로 활동하다가 1996년 법화종에 입종해 법화종 최고 품계까지 모두 취득했다. 그러나 도선 스님은 법화종에 입종한 이후인 2010년까지 조계종
올해 1월11일 법화종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거암 스님이 더 이상 총무원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가 3월25일 대구 선불사 주지 지성 스님(전 법화종 경북교구 종무원장)과 창녕 구봉사 주지 서안 스님(법화종 중앙종회 부의장)이 총무원장에 당선된 거암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에서 거암 스님이 총무원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거 과정도 적법하지 않았다고 보고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총무원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법원은 거암 스님이 2013년 폭력행위로 징역
불교는 1700년 동안 온갖 부침을 거듭하며 한국인의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호불 군주의 지지 속에 불교는 화려한 꽃을 피우기도 했고, 혹독한 억불의 회오리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때도 있었다. 불교가 숭상되는 시대에는 위대한 사상가가 돋보이지만, 불교가 탄압받는 암울한 시대에는 법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가 빛을 발한다. 한국불교에 수많은 순교자가 있었고, 그들에 힘입어 한국불교는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이 땅에 처음 불교인의 피가 흩뿌려진 것은 삼국시대였다. 고구려와 백제가 왕들의 주도로 각각 372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