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과 꽃 향기를 안은 증평 남하리사지 3층 석탑이 한 때 미륵마을이라 불렸던 염실마을을 품고 있다. 바위 위에 세워진 3층 석탑((충북유형문화재 제141호)은 고려 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탑 옆 20m 지점에 삼존불과 반가사유상, 여래불이 새겨진 바위 마애불상군(충북유형문화재 제197호)이 자리하고 있다.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만의 독창적인 선화세계를 구축해 온 허허당 스님이 5월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바람의 기억’을 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작품은 40여점. 가로 1200cm, 세로 280cm의 초대형 화폭에 100만 동자를 담은 ‘새벽’도 전시회를 통해서는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화단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칠레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타조! 모래마저 녹여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태양 앞에 꼿꼿이 서서는 그 붉은 태양마저 삼켜버리고 있다. 단숨에 한강물도 들이킬 기세고,
"법당 뒤 켠 장경각 담장아래백매 몇 송이 숨어서 웃음 짓네그대, 隱梅라 부르노니 수줍지 마라" 선암사로 갔다.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처럼 눈물이 나서가 아니다. 선암사 무우전 흙돌담길 옆 백매(白梅)를 보기 위함이다. 겨우내 내렸던 눈 그치고, 봄기운 오르는 3월이면 순백의 자태 내 보이는 저 매화를 두고 사람들은 ‘선암매(仙巖梅)’라 했다. 꽃 중에서도 유독 매화를 좋아하는 홍선웅 판화가는 고려시대부터 꽃을 피워 그 향기 지금까지 전하니 ‘고려매(高麗梅)’라 해야 한다고 초봄만 되면 지인들에게 목청을 높인다. 그럴만한 이유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가 마음수련, 명상, 요가 등의 사회 트렌드를 좇는 한국불교의 현재 모습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활동은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뿐 포교저변을 확대시키는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이사가 짚었듯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100만 명이 참여했으나 한국갤럽의 2004, 2014 ‘한국인의 종교’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나듯 불교 신자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그것도 3대 종교 가운데 불교가 유일하다. 따라서 시대의 유행인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불자들의 종교
‘버릴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데 박고’버거워도 살아가자야! 기가 막히다. 한 발 앞은 낭떠러지고 한 발 뒤는 절벽. 오산의 사성암은 절벽과 절벽 사이에 절묘하게 앉아 있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처럼 허공에 매달린 암자! 그렇다고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쭉쭉 뻗어 오르려는, 유유히 흐르는 구름도 단박에 움켜잡아 이리저리 흔들어 보려는 양 당찬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회색과 적갈색의 막돌이 자아낸 돌담과 계단은 유럽 중세의 한 고성(古城)으로 이어진 돌길을 연상시켜 이국
꽃과 꽃 사이로 펼쳐진 풍경 그대로가 화엄세계다. 화엄사 각황전 삼백 살 노매(老梅)가 피우는 꽃은 붉다 못해 검붉어서 흑매다. 선암사의 600년 고매(古梅)가 무우전 돌담서 만개해야 열흘 후 흑매가 제 모습을 보이는데 올해는 화엄사 흑매가 앞서 피었다.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창틈으로 보인 산은 하늘에 닿았고 누각아래 부는 바람 물결로 여울지네"정족산(鼎足山)! ‘솥발뫼’라니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보면 솥뚜껑을 거꾸로 얹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솥’이라 하고, 솥을 받치는 세 개의 다리와 같다 하여 ‘족’이라 했다고 한다. 마니산(摩尼山) 줄기가 서쪽으로 뻗어나가다 여기에 이르러 세 봉우리로 솟았으니 그렇게 이름 할만하다. 양양과 울산의 정족산 유래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동문과 남문 중 어디로 들어서도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삼랑성(三郞城)이지만 굳이 남문을 택해 서문으로
"자네는 집 밖 쫓아다니고 나는 집안에 앉아 있네. 집 밖에 있는 건 무엇인가?"설악산과 소백산에 변산바람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니 봄이라 해야 할까? 하나,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린 서울이다. 봄이라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니 서울의 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햇살은 춘삼월 기운을 담아 따듯하다. 그 햇살, 일주문 현판에도 앉았다. 수락산 학림사(水落山 鶴林寺)! 고고함을 상징하는 두루미와 연관 있을 터. ‘학이 알을 품은 형국’이라는 학포지란(鶴抱之卵)에서 유래됐을 게다. 일주문에서부터 대웅전
"진정성 없이 시 쓴다면 썩은 땅에서 맑은 샘물 길어 내려는 것"수종사 산길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몇 굽이를 휘돌아 걸었지만 산사는 보이지 않는다. 등줄기 따라 흐르는 땀이 그치지 않지만 운길산 깊은 품안에 드니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겸재 정선도 이 산길을 걸었을까? 화폭에 수종사 담아놓고는 ‘붓 놓은 순간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했을 수도 있겠다.조선의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한양(서울) 주변의 진경을 담은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독백탄(獨栢灘) 한 폭을 남겼다. ‘홀로 있는 잣나무(독백)’와 ‘
태고종 내홍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현 총무원장 도산 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판결 내용은 간단하다. ‘중앙종회가 결의한 총무원장 도산 스님 불신임과 종회의원 18명에 대한 제명’이 모두 ‘무효’라는 것이다.종단 내홍의 두 축은 도산 스님을 중심으로 한 현 총무원 집행부와 종연 스님을 중심으로 한 종단비상대책위원회다. 도산 스님은 총무원장에 취임한 후 ‘종단청문회 특별법’에 의거해 2014년 5월19~23일 ‘종단부채 및 교육현안 개선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총무원 집행부는 44억원 부채
조계사가 생전예수재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한국정토학회와 공동으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생전예수재’주제 학술대회까지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단순히 신년 계획의 하나로 발표한 것만은 아닌 듯싶다. 생전예수재의 역사적, 문헌적 고찰을 통해 불교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여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조계사 주지 원명 스님은 ‘생전예수재는 신앙에 치중하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신행을 강조하는 불교 특징이 함축돼 있는 가장 불교적인 의례’라고 평가했는데 일리 있다. ‘생전예수재’에는 ‘예수시왕생칠재금생(豫修十王
“좋은 말로 할 때 내놔.”“누가 당신 구슬을 가져갔다고 이러십니까?”“당신 말고 누가 있어. 그럼 딴 사람이 훔쳐갔단 말이야?”장인은 눈알을 부라리고 곧장 대문을 닫아버렸다.“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래, 꼭꼭 잘 숨겨봐라.”장인은 씩씩거리며 비구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하지만 비구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속살을 내보이지 않았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도 비구는 끝내 옷을 벗지 않았다.“지금 나와 싸워보겠다는 거냐?”“당신과 싸울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구슬을 훔치지 않았다면 옷을 벗어서 증명해.”“남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
신석정 시인은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답다 했다. ‘한사코 높아서’, ‘아무 죄없는 짐승과 에레나보다 어여뿐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아름답다고 한다. 참 예뻤던 꽃들 잠시 뫼땅 속에 숨겨 놓고, 하늘 이고 우뚝 서 있는 태백산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령스럽게 다가온다. 배달겨레를 상징해 온 산 아닌가."눈보라 헤쳐 온 주목이 묻는다‘난, 이리 산다. 넌, 어찌 사느냐!’서글퍼도 허리 곧추 세워숨 한 번 고르는 거다"옛 사람들은 태백산(太白山)을 ‘한밝뫼’라 했다. ‘한’은 ‘크다’, ‘밝’은 ‘밝다’, 뫼는 산이니 그대로 풀면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이하 연구윤리진실위)의 최근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 동국대 총장 선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논문표절 여부를 심사해야 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제대로 심사하기는커녕 스스로 절차와 규정을 어겨가며 특정인의 논문을 ‘표절이라 판정’했기 때문이다.동국대 연구윤리진실위가 존재하는 주된 이유는 ‘연구부정행위’ 유무를 심의해 판정하는 것이다. ‘표절 행위’는 연구부정행위에 포함된다. 그러기에 논란의 중심에 있던 동국대 총장후보자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여부를 동국연구윤리진실위에 물었던 것이다.보광 스님의 논문표
“스님들에게 ‘중 정신’이 없다. 오로지 자기와 절 밖에 모른다. 나 역시 출가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스승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어려서 출가하고도 정치하며 절 뺏는 일부터 배웠다. 그러니 후학들에게 전해 줄 것도 없다. 조계종 종단 출범 후 50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일이다.”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교계 대내외에 던진 이 말은 결코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다. 뼈저린 각성에서 인 참회다. 이대로 가다간 50년 후에도 이 악순환 이어질 테니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끊고 새 활로를 찾겠다는, 아니 찾고야 말겠다는 강
충남 보원사지 지근에 세계 최고의 걸작이 숨 쉬고 있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 국보로 지정된 7개 마애불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이유는 친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누구라도 그 미소 한 번 보면 저절로 미소로 답하게 되니 말이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은 대략 200여 개. 지역에 따라, 마을에 따라 형상도 제각각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애불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풍토는 물론 그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애불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어느 정도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거주 이주민은 17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이 늘어나기 시작 한 건 1990년 이후다. 이주민은 해를 거듭 할수록 급증했고 그에 따른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심하다. 특히 노동자와 여성인권 침해 사건은 지금도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이주민 노동자 대부분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공장, 기피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박봉은 고사하고 월급마저 떼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2
"이런 좋은 경치는 실컷 원대로 봐둘 일이 제일 크고, 제일 마땅한 일이다."뱃바람 차가운 한 겨울에도 바다 위 섬이 아늑해 보이는 건 바다가 섬을 품어서일까? 석모도 바람길을 따라 걷다보면 꼭 그래서만은 아닌 듯싶다.겨울바람살에 흙속 깊이 몸을 사리고 있지만 저 갯벌에는 큰 집게발을 가진 농게, 한 밤의 사냥꾼 낙지를 비롯해 소라, 모시조개, 갯지렁이, 칠게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극히 작은 생물마저 마다않고 품은 섬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해안 중 단위 면적당 미생물 개체수가 가장 많은 갯벌이 석모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것도 통도사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울산시를 상대로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은 그 동안 통도사와 지역 불교계가 힘을 합친 영축환경위원회가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지역의 이웃종교와 시민단체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고 영축환경위는 흔쾌히 받아들여 기존의 영축환경위를 확대한 신불산케이블카반대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참여 단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신불산의 수려한
외국인 근로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사회의 비중 있는 일원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그렇다’이다. 반면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착해 가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직도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조계종 포교원 국제전법단이 최근 설문조사해 내놓은 결과는 외국인 근로자가 안고 있는 고충이 무엇인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주목해야 한다.그들의 가장 큰 바람은 ‘한국어 지원’이었다. 주거환경, 직장생활, 건강분야도 대책이 시급한 건 맞지만 언어소통 부재에서 오는 버거움이 가장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