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스님에 연심 품었으나 굳은 구도심에 감복해 귀의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청량함이 감도는 얼굴에 날렵한 콧날, 총명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떡 벌어진 풍채와 느긋하면서도 안정된 몸놀림, 진중한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비범한 인상마저 풍겼다. “어찌 저리도 멋진 분이 있단 말인가.” 선묘낭자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머나먼 나라 신라에서 바다 건너 온 귀한 손님이라 했다. 화엄불교를 배우기 위해 막 당나라에 당도한 참이라고. 손님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뒤에 서서 공손히 예를 갖추고는 있지만 벌렁대는 심장에 숨이 막혔다. 몰래 훔쳐보다 언뜻 비친 온화한 미소에 선묘낭자의 복숭아 빛 두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만권독서 만리행(萬卷讀書萬里行)’이라는 말이 있다. 독서와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일상의 틀에 갇혀 지내는 이들에게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행여 잔뜩 용기를 내 떠났더라도 며칠 지나면 슬슬 일상의 틀이 그리워지는 것이 소시민의 슬픔이다.오전 6시, 게으름을 떨쳐내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행지에서의 새벽은 늘 피곤함과 설렘이 교차한다. 어제 다녔던 사찰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동시에 일본 사찰에서는 왜 스님들을 보기 어려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는 사찰마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정작 사찰의
공주불자연합회 신임회장에 김국환 공주 정안파출소장이 취임했다. 공주불자연합회는 2월25일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공주불자연합회장 취임법회’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마곡사 주지 원혜, 원효사 주지 해월 스님을 비롯해 이준원 공주시장과 이시준 공주경찰서장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국환 신임회장은 취임사에서 “공주불자연합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전임 장동철 회장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화합과 공감이라는 큰 틀에서 공주불자연합회원들의 신심과 역량을 결집시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마곡사 주지 원혜 스님은 법어를 통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는 일체의 존재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이며 모두가 부처라는 것”이라며 “모두가 부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봄소식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제 65차 108산사순례 팔공산 수도사에 도착하자 매서운 칼바람이 가사자락을 휘감는다. 겨울이 겨울답게 마지막 추위를 한껏 품어내는 것 같다. 나와 우리 회원들은 수도사의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없이 먼 길을 달려왔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봄이 오면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추위조차 인내한다. 그것이 진리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병풍바위 아래에서 원효대사 역시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추위를 견디고 이곳에서 수도를 하였으리라. 그래서 절의 이름도 금당사에서 수도사로 바뀌어졌다. 많은 후대의 학자들은 원효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은 일심(一心)이라고 평가한다. 일체유심조가 그렇고 마음의 근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원효는 “인간은
이제 예를 들어 올바른 참회와 참법에 대해 마무리하자. 얼마 전에 어떤 절의 주지에 출마한 스님이 투표권을 가진 스님 370명에게 돈을 뿌렸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비난이 가해지자 당사자들은 ‘관례’라고 항변하였다. 돈 선거도 문제지만 이 점이 더 충격이었다. 참담하였다. 죄를 짓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그를 범하고도 참회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출가 수행자들이 ‘삼의일발(三衣一鉢)’이나 ‘육물(六物)’만 소유하고 무소유의 삶을 살라 이른 계율을 어긴 것이니, 가르침대로 모든 소유물을 4인 이상의 도반들 앞에 내놓고 참회해야 한다. 이것으로 충족된 것은 아니다. 이참(理懺)에서 행한 대로, 먼저 죄업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관례란 관습화한 전례를 뜻한다. 돈 선거가 관례라는 것은 두 가지, 곧 관
▲‘자현 스님의 불교, 문화로 읽는다’ “간혹 사찰 법당에 맨발로 들어가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찌 이뿐이랴. 민소매와 핫팬츠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태국의 왕궁사원이나 터키의 블루모스크처럼 덧입을 수 있는 행주치마와 같은 형식의 의복을 빌려주자는 의견도 있다. 법당에서의 기준은 붓다가 된다. 이럴 경우 맨발은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닌가(…) 육식도 마찬가지다. 유목문화 속에서 탁발에 의존했던 붓다 당시 승려들은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신도가 공양하는 대로 먹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육식에 대한 거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논문을 통해 불교를 설명해왔던 자현 스님이 불교라는 큰 주제를
자장은 가시덤불 속에서맨몸으로 견뎌가며 정진 혜통은 제자 되기 위해불화로 머리 위에 올려 ▲부처님께서 과거세에 보살행을 실천할 때 제석천으로부터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게송 반 구절을 듣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제석천에게 공양했다고 경전은 전한다. 그림은 단양 구인사 설법보전 벽화. 구도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래도 구도자는 그 길을 갔다. 그리고 오늘도 간다. ‘삼국유사’에는 구도자의 이야기가 유난히 돋보인다. 온몸으로 불법을 구하던 고승들의 이야기는 천년 세월을 넘어 여전히 감동으로 와 닿는다. 자장(慈藏)은 7세기 전반 신라의 고승이다. 그의 젊은 날은 치열했다. 일찍이 두 부모를 여의고 속세의 시끄러움을 싫어한 그
자비참법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널리 행해졌다. ‘고려사’에 예종(睿宗)이 원년(1106)에 친히 문덕전에서 자비참도량을 설치한 기록이 있다. ‘자비도량참법’이 고려대장경 보유부(補遺部)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니 늦어도 12세기 이전에는 전해졌고 고려 중기와 후기에는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몇몇 고승들은 자비참에 대한 바른 해석과 수행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고려 말의 분위기에서 이의 바른 수행을 통해 사회 풍조를 개혁하고 교세를 다시 진작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주석을 행하였다. 조구(祖丘: ?~1395)가 편찬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를 보면, 미수(彌授: 1240~1327)의 ‘자비도량참법술해(慈悲道場懺法述解)’에 관한 내용이 100여 곳 이상에서 인용되고 있다. 법상종의 승려로서 당대
▲불교포럼(상임대표 김동건)은 1월31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창립법회를 갖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구현 및 대중화를 위한 종책수립 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할 재가지도자 네트워크 ‘불교포럼’이 출범했다. 불교포럼(상임대표 김동건)은 1월31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창립법회를 갖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창립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종회의장 보선, 교육원장 현응,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 등 종단 주요 스님들과 불교포럼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불교포럼의 출범을 축하하고 발전을 축원했다. 불교포럼은 불교적 가르침에 입각한
민족 수난기에 기록된역사와 희망의 서사시 나라 스승 일연 스님이집념과 정진으로 완성 ▲인생은 역사적이면서도 신화적이고, 종교적이면서도 세속적이다. 우리들 인생은 때때로 꿈꿀 필요가 있고, 현실과 세속을 초월할 필요가 있다. ‘삼국유사’는 우리를 꿈꾸게 하고 초월로 이끈다. 사진은 ‘삼국유사’가 집필된 경북 군위군 인각사. 법보신문 자료사진.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책이 있다. ‘삼국유사’가 그런 책이다. 재미있다고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삼국유사’는 쉬운 듯 하지만 사실은 어렵다. 전문 학자들이 오랜 세월 연구해 오지만, 그 비밀이 다 풀린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다 밝힌
한국여성, 승단 외호·지탱하는 지지기반1700년 불교역사 속 여성 재가불자 조명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대승불교의 핵심은 여래장(불성) 사상과 보살사상이다. 즉 누구든지 성불(成佛)하겠다는 서원을 일으켜 보살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 사람이 바로 보살이며 미래에 깨달음을 얻을 부처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승불교에서 보살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하는 이상적 인간상이자, 중생들이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적 목표이기도 하다. 본래 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과거세에, 무수한 이타행으로 공덕을 닦던 시절의 인물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중생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불교학자들에 따르면 부파불교에서 보살은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견 기념 불학논총과 국제학술대회 논문집. 현대 한국불교학계의 학문적 수준과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뜻 깊은 학술논문집이 나왔다. 천태종 원각불교사상연구원은 최근 한국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1911~1974) 대조사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61명의 국내외 저명 학자들의 논문을 수록한 ‘불학논총’을 펴냈다. 700~800여쪽 분량의 책 2권으로 이뤄진 ‘불학논총’은 권기종 원각불교사상연구원장을 학술행사준비위원장으로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현 동국대 교수 등 20명의 준비위원과 4명의 석·박사급 실무팀이 주축이 돼 2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됐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