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어느날, 한상진(41)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경찰과 함께 한 건물을 급습했다. 건물은 가시덩쿨로 뒤덮혀 있었다. 헐어가는 지붕엔 틈새마다 잡초가 무성했다. 철제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갈색 테이프로 칭칭 감은 비닐 덩어리가 보였다. 한눈에도 금동불상임을 알 수 있었다.안으로 더 들어가니 건물벽에 핀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렸다. 건물 안에 널브러진 종이 박스가 족히 수백 개는 넘어보였다. 신문지로 둘둘 말려있는 건 탱화였다. 고개를 들자 천장에 녹슨 구조물이 훤히 보였다
3월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남 참불선원(선원장 각산 스님)에 불자들이 모여들었다. 마스크를 쓴 채 2층에 위치한 종무소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들은 이내 3층 법당으로 이동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을 소독하고 체온을 측정한 뒤 거리를 두고 놓여져 있는 좌복 위에 착석했다. 각자 앞에는 ‘법화삼매참법’ 책이 놓여있었다. 각산 스님의 주재로 ‘제1차 법화삼매참법 천일기도 회향 법회’가 시작됐다. 회향법회는 예불, ‘법화삼매참법’ 독송, 동참자 축원, 법문 순으로 진행됐으며 완주자는 서울 67명, 부산분원 14명
부여 무량사 금동아미타불좌상은 도난된지 28년 만에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무량사 5층석탑에서 발견된 조선 초기의 아미타삼존불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1989년 7월13일 충남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에 있는 무량사 주지실에 복면을 쓴 강도 두 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주지스님의 얼굴을 가리고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어 움직일 수 없게 한 뒤 산소용접기로 금고를 해체해 보관중이었던 금동아미타삼존불상과 금동보살좌상, 청동사리구, 청동합, 보살문원판, 동경 등 여덟 점을 모두 훔쳐갔다. 다행히 아미타삼존불상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내다보이는 춘천 의암호는 봄빛을 가득 담고 출렁인다. 햇살이 비쳐 반짝이는 호수의 물도 서로에게 인사를 하니 정말로 반갑기 그지없다. 오늘도 오가다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한 인연으로, 있는 그대로 보고 어린 시절 기억 저편에 있는 추억을 안고 글 한 줄 남길 수 있으리라는 바람과 함께 대문을 나섰다. 고향 어르신이나 친구라도 만나리란 기대도 가져본다.의암호를 한참 돌아 들어가다 보면 내가 자란 고향마을로 가는 초입에 봉덕사가 있다. 절로 들어가는 언덕길에는 노랗게 아름답던 은행나무의 가지마다 새잎을 틔우기 위해 물
고구려・백제・신라 3국이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교가 주역을 담당하였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하여는 근대 역사학계에서 일찍부터 크게 주목을 받아 상당한 연구업적이 축적되어 왔다. 그러나 3국 항쟁과 통일전쟁 과정에서 불교가 담당한 역할, 특히 불교승려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으로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전해진 자료가 대단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불교계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불교는 평등과 조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절제하는 삶의 가치를 일러준 법정 스님 11주기 추모법회가 3월9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봉행됐다. 맑고향기롭게와 서울 길상사가 마련한 이번 추모 법회는 법정 스님의 유지와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라 간소하게 진행됐다.이날 추모법회는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 길상사 주지 덕일 스님을 비롯해 법정 스님 문도, 송광사와 길상사 스님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 길상사 합창단 등이 참석해 생전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해 나갈 것을 발원했다.명종 타종과 삼귀의·반야심경 봉독을 시작으로 봉행된 이 자리는 영단 삼배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건강검진을 받는다. 겨울이 졸린 듯 하품을 하고, 봄이 막 기지개를 켜고 기상하려는 순간에. 어쩌면 나 또한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빌려 한 해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의학적인 주문(呪文)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랬었다. 여태껏 봄은 언제나 ‘오는(生)’ 것이었지 결코 ‘가는(滅)’ 것은 아니길 희망했었다. 군대 가던 그해의 까마득했던 봄 한 번을 제외하고는…. 이날치 밴드가 ‘범’ 내려온다고 소리치며 흥겹게 춤을 춘다. 내 눈에는 ‘범’보다 먼저 ‘봄’이 내려 왔지만, 뭐 ‘봄’이나 ‘
한국불교 발전을 위한 백만원력결집 불사에 인천불교회관 연화사(주지 일지 스님)가 힘을 보탰다.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주지 일지 스님은 신도들과 함께 3월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백만원력결집 불사기금 1000만원을 재단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에 지정기탁했다.원행 스님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정성을 보태줘 감사하다”며 “사찰과 신도들의 노력 덕분에 불사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일지 스님은 “한국 불교 중흥을 위해 노력하
승이 풍혈에게 물었다. “큰사슴[麈鹿]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 어찌해야 우두머리[主中主]를 쏘아 맞힐 수가 있습니까.” 풍혈이 말했다. “낚싯배를 저어서 소상강의 언덕에 도착해보니, 숨이 막히고 무료하여 해오라기에게 물어본다”일반적으로 법거량으로 제기되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에서 의기투합하여 마치 상자와 뚜껑이 딱 들어맞는 경우라면 서로 찻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생뚱맞게 동문서답으로 전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답의 본래의도로부터 동떨어진 결과가 초래되어 깨달음의
인도에서 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마하바라타(Mahābharata)’에 등장하는 떠돌이 개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유디슈티라(Yudhiṣṭhira)는 쿠루왕조를 세우고 후손에게 나라를 물려준 후 천계(天界)에 이르는 길을 떠난다. 험한 여정 끝에 가족들은 모두 죽고 천계로 가는 마차에는 유디슈티라와 우연히 만난 떠돌이 개만이 오르게 된다. 천계의 신 인드라는 하늘에는 천한 개가 머물 곳은 없다고 하면서 개를 내리게 하지만 유디슈티라는 개를 버릴 수 없다며 자신도 마차에서 내린다. 이 이야기는 유디슈티라의 ‘동정심’이나 ‘자
고행은 부처님 당시 사문들만의 수행법은 아니었습니다. 베다 전통에서 고행을 뜻하는 ‘타빠스’(tapas)란 고행에 의해 축적되는 영적인 힘을 의미했고, 기원전 700년경 초기 우파니샤드 시기에 이르러 해탈에 필요한 자기 통제와 영적인 힘을 성취하고자 고행은 반드시 필요한 수행법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고행은 부처님 당시 인도 종교문화 전통에서 바라문과 사문 모두에게 해탈을 위한 필수 수행법의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처님이 고행을 버렸음은 인도의 오랜 통념에 도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당시 인도에서
“오늘 잠에서 깨어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나는 귀하고 얻기 어려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나를 영적으로 발달시키고 남들에게 나의 마음을 열고 모든 중생을 위해서 해탈을 이루겠습니다. 나는 남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며, 오늘 화를 내거나 남들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힘께 남을 돕겠습니다.”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이 남아 있는 한 저는 이 세상에 머물면서 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자로서 남겠습니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시길, 붓다는 우리에게 매일 “다섯 가지 기억들”을 낭독하라고 권유했다. 늙어가는 본성, 건강이 나빠지는 본성, 죽는 본성, 변화의 본성, 그리고 “나의 행위는 진정으로 내게 속한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경구다. 죽음, 병, 이별과 같은 고통은 체험을 통해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는데 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내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는 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한때 “문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모 학자 분의 설명에 의하면 똑같은 소리를 두고 짐승은 자신을 위협하는 소리로 알아듣고, 사람은 뜻을 헤아리는 소리로 알아듣고, 성인은 도의 소리로 알아듣는 다고 한다. 가령 산 속에서 북을 울리면 뭇 짐승들은 자기를 잡으러 오거나 해치려는 소리일지 모른다고 경계를 한다. 사람들은 귀에 익은 소리라고 생각하여 듣고 그냥 흘려버린다. 반면 성인은 천지만물이 그대로 도인줄 알아 북소리 속에서도 도를 본다.그래서인지 선가에는 소리를 듣고 도를 깨쳤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종소리를 듣거나,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나는 30년째 IT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입사 초기, 아시아의 작은 기업에서 지금의 세계적인 IT 기업이 될 때까지. 단 한 번의 이직도 없이 30년 동안 회사의 급격한 성장을 함께하며 오로지 일에만 보람과 가치를 부여하면서 열심히 달려왔다.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점검하지 않으면 오래 사용하지 못하듯 사람도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신체와 마음에서 신호를 보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했기에, 몸은 퇴근해 집에 있지만 마음은 늘 회사일을 생각했다. 이렇게 수 십 년을 쉬지 않고 일한 결과, 에너지가 조금씩 방
조계종25교구본사 봉선사(주지 초격 스님)가 추운 겨울 소외받는 이웃들이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한 나눔을 실천했다. 봉선사는 1월21일 남양주 호평동에 위치한 해피누리노인복지관(관장 이상호)에서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품 전달식’을 가졌다. 성금과 연탄은 지난해 11월부터 봉선사신도회를 주축으로 진행된 ‘봉선사와 함께하는 자비의 온정 연탄나눔 기부운동’을 통해 십시일반 모인 정성이다.해피누리노인복지관 강당에서 진행된 전달식에는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과 사회국장 지공 스님을 비롯해 김남명 교구신도회장, 이도피안 봉선사신도회장,
부처님이 “있는 그대로 보라”며 가리키실 때, 부처님 눈에는 무엇이 보였던 것일까 상상했다. 우리가 겨우 부처님의 손가락 끝이라도 보려고 애쓸 때 부처님은 어떤 광대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고 계셨던 것일까. 부처님은 자신이 볼 수 있으니 같은 인간인 우리 또한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언해주셨지만 여전히 나는 못미더웠다. 내 손의 한 뼘 자로 지구의 둘레를 재볼 수 있을까? 돌을 힘껏 던져 닿는 거리가 몇 번이 반복되어야 달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이다. 그는 지금의 긴박한 위기와, 그 위
신라의 특수한 신분제도 골품제(骨品制)는 고대사회의 실태를 잘 나타내는 핵심적인 주제어다. 골품제는 왕족을 대상으로 한 골제와 일반귀족을 대상으로 한 두품제가 별도의 체계를 이루고 있었으나, 법흥왕대 율령체제 성립으로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었다. 신라사회는 골품 등급, 즉 신분 등급에 따라 정치적 지위가 결정됐을 뿐 아니라 일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특권과 제약이 부여되었다. 골품제는 왕족인 성골과 진골, 중・하위 귀족인 6~4두품, 평민에 속하는 3~1두품 등 8등급으로 구성되었으며, 관청이나 귀족들에 예속된 노비는 골품제에 포함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 스님)이 최근 ‘퇴옹학보’를 발간했다. 2006년 제16집 발행을 끝으로 15년 동안 중단됐던 ‘백련불교학보’가 새로운 명호로 복간돼 관심을 모은다.복간호에 등재된 논문으로는 △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조병활/ 성철사상연구원) △초기불교의 중도사상과 퇴옹성철의 이해(황순일/ 동국대) △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심소법(변행·별경)을 중심으로(김명우/ 동의대)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에 나타난 ‘대반열반경’의 이해(조위유/ 북경중의학대학 대만중의약연구기지) △왕양명과 퇴옹의 심성론·수행론 비
“반목·대립서 벗어나 원융상생의 길로 나가야”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人生百年如浮雲 (인생백년여부운)箇中有人勤精進 (개중유인근정진)忽忙之中明此事 (홀망지중명차사)歷劫不昧安穩樂 (역겁불매안온락)인생 백 년이 뜬구름과 같으나그 가운데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이 있어바쁜 중에도 이 일을 밝혀낸다면역겁에 매하지 않고 편안한 낙을 누리리라.나날이 새 아침이건만 묵은해를 보내고 신축년(辛丑年)의 새 아침에, 떠오르는 광명(光明)이 부처님의 법음(法音)으로 화(化)하여 천둥으로 울리고 번개의 섬광(閃光)으로 온 세상에 무차(無遮)로 비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