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 말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나 봅니다. 그렇게 또 한 살을 보태고 보니 자신이 처한 곳에서 초발심을 잃지 않고 신심껏 잘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핀란드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끊기고 시민들의 출퇴근이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
남을 돕는 것은 큰 수행이다. 큰 수행이라는 것은 공부가 많이 된다는 뜻으로 고통이 따른다. 좋은 일을 하면 행복해져야지 왜 고통이 따를까?도움 받는 사람이 고통에 시달릴수록 욕심·성냄·시기·질투·절망·우울 등의 망념에 빠져들게 되고 그것은 다시 상대에게 그대로 표출된다. 자신을 도우러 온 사람이 고마우면서도 말과 행동은 고슴도치처럼 되어버린다. 도우러 갔다가 가시만 잔뜩 찔리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서로 상처 없이 행복하려면 원력을 세워야하고 그러려면 발보리심이 필요하다. 발보리심이란 깨달음을 향한 마음으로, 남을 깨닫게 하려는
어릴적 ‘백설이 만건곤 할제 독야청청하리라’는 문구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외운 적이 있다. 언어란 신기해서 사전적 의미를 알지 못해도 어감이라는 것이 있어 그냥 아는 듯한데 실제 의미도 그렇다. 한자를 알면 바로 뜻을 알지만 어릴 때 한문을 모르고도 어감으로 단어를 익힌 것 같다. 며칠 전부터 눈이 내리고 또 내린다. 보통 제주는 영상의 온도에서 눈이 내리는데 갑자기 몰아닥친 북극 한파로 오랜만에 영하의 날씨에 눈이 내려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걸으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사방에 가득 찬 눈을 보니 어릴적 시조 구절이 분명한
나는 악한 사람이 죽어 지옥에 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도 사바인연이 다하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 인과의 법칙을 믿지만 ‘악인악과 선인선과’와 같은 일방적인 인과보다는 좀 더 선한 인과를 보려한다. 악한 일을 하고도 본인의 악행을 참회해 그 후로 선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원한이 있는 사람은 그 원한의 대상이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겠지만 그 또한 업의 연결고리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연결고리 말이다. 원한의 대상이 죽어 극락에 가라고 기도해주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해야 마음의 평온을 이룰 수 있다.부처님
매주 토요일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100회를 목표로, 지금 21회를 입재했습니다. 10권으로 이뤄진 이 기도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회향까지 자그마치 20년이 걸립니다. 함께 동참한 신도님들 중 연세 드신 분들은 다음 생에 회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으십니다. 농담 같은 그 말 속에, 기어코 끝을 보리라는 견고한 신심이 보여 뜨거운 감동도 함께 느낍니다. 이는 참회기도의 가피와 기쁨이 생을 통털어 가장 희유한 것임을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참회는 잘못을 알아 깊이 뉘우치는 것을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참
2020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한 장의 달력을 남기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무정한 세월은 고장도 없이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얼마 전 코로나가 조금 완화된 시기에 치매예방 교육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열심히 경청하셨습니다. 교육 중에 기억력 테스트를 하는데 어르신들 중에는 잘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도 계셔 편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아기로 돌아가는 것이 치매라서 모든 것에 보살핌이 필요하니 열심히 운동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강의를 들으시는 어르신들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시면서
‘관재자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우리가 늘 독송하는 ‘반야심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에서 ‘오온개공’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오온이란 뭘까? 불교를 오래 공부해도 오온을 이해하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간단하게 몸과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색은 몸(물질), 수상행식은 정신을 뜻한다.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몸과 마음인데, 인격은 이 몸과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인격이 훌륭하다는 것은 마음을 넓게 쓰는 것을 말하고, 넓게 쓴다는 것은 중생을 배려 이해하고, 중생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여 나와 남을 행복하게
어린 시절 국민학교(당시에는 초등학교를 그렇게 불렀다)에서는 제식 훈련이 있었다. 군사 문화의 잔재라는 것은 오랜 후에야 알았다. 줄서기와 줄 맞추어 걷기를 반복해서 어린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모두 너무나 진지하게 연습에, 아니 훈련에 임했다.당시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말씀하신 것은 기준이었다. 열을 지어 설 때도 기준이 어디인지, 걸을 때도 항상 기준이 어디인지 생각해야 했다. 어린 시절의 훈련 탓일까? 우리 나이쯤 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세상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은 매번 다가오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와 투표권은 더욱 특별합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나라 전체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것이겠지요.임금이 폭정을 하면 시체가 만리(萬里)를 이루고, 임금이 선정을 베풀면 웃음이 만리를 이룹니다. 통치자들의 선업과 악업의 결과는 개인과 완전히 다릅니다. 전쟁과 폭력, 살상, 분열 등 지도자들의 선택에 따라 가족과 백성들 역시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천민으로 왕이 되었던 혁명가이자 영웅인 홍무제(洪武帝) 주원장(朱元
아침저녁 출근길 단풍이 시간차를 두고 아름답게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며 세월이 흐름을 느낍니다. 업무의 바다를 헤매고 있는 동안 계절은 이리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최근 시설팀들과 함께 일산에서 열리고 잇는 K-방역 관람회를 다녀왔습니다. 관공서나 기업들이 입구부터 방역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소독, 발열체크, 방문기록 등을 모두 전산화 해주는 장비들을 보며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에 놀랐습니다. 여기저기 안전과 방역에 관한 전시를 둘러보던 중,
“당신은 신심이 있으십니까?” 불자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불자들 대답은 “저는 신심이 없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매일 절에 다니면서 봉사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분들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대부분 같은 답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대보살 같아 존경스러울 만큼 잘하는 불자도 역시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왜 그럴까? 우리 불자들은 정말 그렇게 신심이 없을까? 일단 신심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심(信心)이란 자신의 마음이 본래 부처임을 믿는 것이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위없는 깨달음을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왔다. 매일 넘나드는 한라산정에는 제법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우리들은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화엄경’에서는 ‘모든 것은 변화하고 우리들은 괴로워한다.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설한다. 계절이 바뀌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힘겹고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존재 자체가 괴로움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고뇌는 시간에 실려 흘러가면서 발생하기 일쑤다. 궁극적으로 시간이 흘러 점점 죽음의 문턱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