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운 날씨가 제법 익숙해진 것인지 34~5도가 이제는 그냥 덥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창 더울 때는 우리 체온보다도 높은 온도를 경험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습관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 같다. 더운 날씨도 반복적으로 지속되다보니 우리 몸이 익숙하여져서 자신의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뎌내는 것을 보면서 습(習)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칠 전 복지관이 평가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3년에 한 번씩 전국 복지관 평가를 한다. 서울의 복지관들은 서울형 평가로 대체해 받는다.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
여름철에 열리는 ‘청소년 템플스테이’는 즐겁고 활기찬 행사입니다. 공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다립니다.올해 프로그램 가운데 주변 인연들에게 삼배를 올리는 자비발원문 사경 명상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 경쟁자, 괴롭히는 사람, 배신한 사람 등의 대상을 정하고 그의 이름을 “존귀한 ○○○부처님”이라 붙여서 자비발원문을 사경하며 삼배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막상 기도를 시작하니, 아이들 모두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한 법우가 “나를 괴롭히는 나쁜 친구에게 행복하라고 기
방학하는 날이다.열정과 환희심으로 처음 시작한 불교대학을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어제 종강을 하고 방학을 시작했다.방학이라고 해봐야 2주간 수업이 없을 뿐이지만 모두들 방학을 이렇게 즐거워할 줄은 정말 몰랐다. 본인들이 좋아서 공부 하자고자 입학해 놓고 그래도 수업하지 않고 쉬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사회는 지금 52시간 주간 근로 시간으로 매우 어수선하다.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알고 살아왔는데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법적으로 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을 즐거워 하는
복지관에서는 행복하고 활기찬 노년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그 중 커피학교 교육을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함께 날씨가 개고 시야가 맑은 날 커피농장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면서 미사리의 한 커피 농장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자라나는 커피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커피가 잘 자란다는 것, 커피의 쓴맛에 비해 달콤해 보이는 빨간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처음 보는 하얀 커피꽃 향기에도 듬뿍 취했다. 우리나라 기후도 아열대가 되고 있음을 커피가 자
스님들이 선방에서 수행 정진하는 하안거는 언제나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절에서도 하안거 수행 정진에 동참해서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습니다. 다라니 독송과 참선 정진, 그리고 도량 청소를 하는 것으로 신행 숙제를 정했습니다.어느덧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올 때마다 풀이 쑥쑥 자라납니다. 그런데 템플스테이 준비와 뜻밖의 공사 등으로 안팎의 일이 바빠 풀 뽑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마침 보살님 한 분이 하안거 신행 숙제로 하루씩 날을 정해 풀을 뽑아 주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무더위가 시작되고 햇빛이 뜨거워졌습니다. 걱정되어 찾아보니 보
1%의 간절함이 99%의 자만심을 눌렀다.부처님 앞에 합장한 어느 간절한 신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정말 기적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57위 한국이 지난 월드컵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독일을 눌러 이겼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간절함 가득한 마음이 모여 이 같은 결과물을 도출한 것이라 생각된다.독일은 19회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믿기지 않는 선전으로 3:0으로 지고도 16강에 오르게 된 멕시코의 기쁨은 극에 달한 것 같다. 뉴스에 보니
어느덧 산과 들은 온통 푸른 기운으로 충만합니다. 며칠 전은 더위가 시작되는 양의 기운이 가장 치성하다는 오월 단오였습니다. 조상들은 모내기가 끝나고 잠시 틈을 내어 세시풍속으로 여자들은 창포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고 남자들은 씨름하고 놀았습니다. 단오선이라는 부채도 나누었습니다.절에서는 충만한 불기운을 누르고 화마에서 절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금단지를 묻거나 전각마다 단지를 교체하는 의식을 지냅니다. 우리 절에서도 정성껏 관음기도를 올리고 전각마다 소금단지를 교체하고 신도들의 가정과 나라에도 화마가 일어나지 않기를 발원하였습니다.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월도 하순을 향해가고 있다. 이맘때면 복지관에선 상반기 살림 점검을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점검하면서, 살아온 것을 돌아보고 남은 하반기도 잘살아가자고 초심을 다진다.“일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한해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소 직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일상을 잘 관리를 하려면 건강관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요즘은 직원들도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식단관리뿐 아니라 요가며 헬스로 체력관리를 한다고들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환희로운 축제인 ‘부처님 오신 날'을 봉행하면서도 TV방송에서 나온 종단 소식으로 내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더구나 청소년 법우가 학원에서 윤리사상시간에 이 문제를 주제로 토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찾아 줄 수 없었습니다.다음 날 불현듯 도반스님과 만행을 떠나, 땅끝에 숨어있는 섬과 섬을 찾아다녔습니다.작은 섬의 작은 마을에도 교회는 꼭 하나씩 있는데, 사찰은 여러 섬을 통틀어 겨우 4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찾아간 작고 오래된 절은 섬에서도 가장 높은, 올라가기도 힘든 곳에 있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젊은 도반스님들이 모여서 이일저일 종단사를 얘기하였다. 이야기라 하지만 사실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도반 하나가 말했다.‘스님들 뭐하고 있어요? 스님들이 지금 불평이나 할 위치입니까?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스님들 위치면 종단을 걱정하고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스님들이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불평이나 하고 있으면 언제 우리 불교가 바뀌겠습니까?’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그날의 무기력함만은 긴 세월 고스란히도 넘어서 다시 내
대웅전 앞에는 불두화가 소담하게 피었습니다.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니 점점 부처님 머리처럼 봉긋이 솟아오릅니다. 불두화는 연꽃처럼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숱한 작은 꽃잎이 켜켜이 쌓여서 하나의 봉오리를 이루고 꽃이 질 때는 산산이 부서져서 바람에 황홀하게 날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모든 법은 본래 공하고 인연 따라 생멸하는 관계임을 깨달은 부처님의 원음을 듣습니다.남북이 통 큰 합의 이뤄냈어도온전한 평화 위해선 점수 필요내년 부처님오신날엔 우리차로신계사서 공양 올릴 수 있기를이러히 산하대지는 저마다 제빛과 향기로 부처님 오심을
요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거리엔 꽃들이 만발하고 가로수엔 새싹들이 초록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꽃들의 잔치가 열린 가운데 서울노인복지센터엔 나눔의 향연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센터의 5월은 유난히 신납니다. 각종 나눔 현장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어서 매일 흥겹습니다. 특히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선배시민들이 덕분에 진한 감동이 퍼지기도 합니다.봉사자들에 고마움 전한 어르신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알려면매사에 평등심 유지할 수 있어야얼마 전 어르신들이 정말 선배시민임을 느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수행할 때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부처님처럼 완벽한 스승을 찾기는 어렵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길을 열어주는 스승은 어느 곳에서나 만납니다. 환성 지안(喚醒志安) 선사의 시처럼 돌에 앉으면 돌의 단단함을 배우고, 물을 보면 그 맑음을 배우며, 소나무를 보면 곧음을 생각하고 달을 보면 밝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가 다 스승이고 벗이 됩니다.‘큰바위 얼굴’ 주인공 소년에겐말없는 바위 삶이 가장 큰 스승부처님 닮길 발원하고 정진하면마침내 부처님 될 수 있을 것요즘 ‘무문
봄이 왔다. 봄이 왔다 갔다.‘우리는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형성된 자아가 인식하는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려면 자기중심적 자아에서 탈피해야 한다. 봄이 왔다 가도 왔다 간 줄 모르는 것은 봄 탓이 아니다. 봄이 마음속에 없는 사람에게는 천하에 봄볕이 가득해도 봄을 찾지 못하는 법이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이야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는 “인간세상 사월에는 꽃들이 지는데 산사의 봄은 복사꽃으로 피어난다. 자취 없이 떠난 봄 찾을 길 없더니 이곳에 와 있을 줄 그 누가 알았으랴”하고 노래했습니다.한바탕 비바람을 동반한 꽃샘추위에 마을에는 꽃들이 벌써 지고 산중에는 산벚꽃과 개복숭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웃 종교인들이 산사의 봄을 찾아왔습니다. 반갑게 맞이하여 선방 툇마루에 앉아 다담을 나누는데 세 봉우리의 연꽃 같은 앞산이 마치 형형색색의 꽃과 여린 싹들로 어우러져 동자승들처럼 천진하게 수런거리고 있습니다.마을에 일찍이 피었던
어느 날 김○○ 보살님이 꼭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당신은 부처님 덕분에 귀한 손주를 얻었다고 그 고마움을 나눔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싶다고 하면서 백미 600kg를 보시하겠다 했다. 보살님의 따님과 귀한 손자, 손녀를 데리고 삼대가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쁘게 잘 자라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이 나라의 동량이 되길 축원했다.센터에는 가끔 이런 예기치 못한 훈훈한 일들이 있다. 어느 해인가는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이 나를 찾아왔다. 속으로 나는 이 어르신이 무슨 민원을 이야기 하려나
도덕 또는 윤리는 서로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합니다.도덕·윤리 시대 따라 변하지만부처님은 모든 시대 통틀어 완전 계율은 시공 초월한 완벽한 도덕오계 굳게 지니면 평화도 실현 또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도덕 또는 윤리를 기준해서, 매순간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좋고 나쁜 일을 나누고, 착한 일과 악한 일을 구분합니다.그렇다면 옳고 그름을 나누는 기준인 사회적 도덕, 윤리는 과연 언제나 평등하고 공평할까요? 남자 형제 둘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가
춘분이다. 입춘이 한참 지났으니 봄이 깊어도 한참 깊어야 할 때이다.입춘에 때아닌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다. 마침 강원 졸업 도반스님들의 모임이 있어 육지로 나갔더니 가는 날이 장난이랄까 추워도 너무 추웠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스님들이 모였다. 벌써 유명을 달리한 스님이 세 분이나 계셔서 매년 해제 후 모여 다례재를 올린다. 생각해보면 스님들은 정말 흔적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 후손이 있어 거둬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함께 수학한 도반들이 살아 있으니 차라도 한잔 대접받을 뿐이다.죽음 후의 단출함을 생각하다 보면
봄맞이 대청소를 끝내고 나니 단비가 흠뻑 내렸습니다. 동백꽃은 서로 다투어 붉은 입술을 살포시 내밀고 조사전 앞에는 매화가 마침내 향기를 터트렸습니다. 비가 그치고 새벽 도량석에 나가보니 연밭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옵니다.끝 없이 흐르는 중생의 업력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수행기도·참선은 용광로와 같아삼매의 불로 중생 업력 녹여오늘은 우리 절 신도님들과 정초기도를 마치고 남해로 삼사순례를 떠나는 날입니다. 30여년 만에 다시 밟는 보리암의 풍광이 눈앞에 나타나고 가슴이 설레는 것은 신도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보리암은 태
동안거 해제와 더불어 맞이한 정월대보름날, 복지센터에서는 오곡밥 공양 후 각양각색의 세시풍속 놀이로 하루를 시끌벅적하게 보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은 많은 어르신들이 활동하는 강당 바로 옆에 있어 어르신들의 일상을 아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정월 대보름날 강당에서는 제기도 차고 복조리도 만들며 시끌시끌 어르신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대보름 복조리 만들며 한 이야기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청춘같아살아있음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곁에 있는 선지식 보며 수행정진그날은 결재해야 할 일이 많아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