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내몰렸을 때 왕자이자 대군으로서 온갖 불사는 물론 불교외호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효령대군(1396~1486)의 삶과 사상이 집대성됐다.이완재 한양대 명예교수는 최근 ‘실록 효령대군일대기’(전3권, 한양대출판부)를 펴냈다. 1967년부터 2007년까지 한양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효령대군의 일생을 복원해냈다.효령대군은 태조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91년의 긴 생애 동안 숱한 행적을 남겼으며, 깊은 학문과 높은 덕행으로 왕실과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
전국선원수좌회가 주관한 좌담회에서 발제를 맡아 선원 풍토를 지적했던 효담 스님이 해인사 소림선원 선원장에서 물러났다. 동안거 결제를 불과 5일 앞두고 선원장이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해인사측은 11월24일 효담 스님에게 “해인사 가풍에 맞지 않는다”며 선원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효담 스님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해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방장, 주지, 유나, 선원장 등 스님들이 참여하는 자리가 열렸다. 해인사측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 혜암 스님, 법전 스님 등 해인총림의 오랜 용맹정진 가풍이 있으며,
“좌선 일변도의 수행만으로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 “오늘날 선원은 몸뚱이만 모여 살 뿐 서로의 안목은커녕 생각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대화가 없다.” “수행공동체인 선원이 단지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생활공동체로 변질됐다.”전국선원수좌회(의장 선법 스님)가 11월16일 합천 해인사 소림선원에서 개최한 ‘선풍진작과 선원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는 오늘날 선수행 풍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드러내고 활로를 찾는 자리였다. 매년 겨울과 여름 2000여명의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6시간씩 용맹정진하는데 왜
지난달 말 조계종 중진스님들이 발제자로 참여한 만행결사 대중공사는 중흥과 쇠퇴의 중대 기로에 선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각하게 논의된 것 중 하나가 출가자 감소였다. 1991년 출가자가 517명으로 2002년까지는 매년 400~500명이 꾸준히 출가했다. 그러나 2003년 373명으로 떨어진 것을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더니 2016년 157명이었고, 올해는 131명에 그쳤다.이날 공개된 통계에는 출가자 감소 외에 또 다른 심각성을 보여준다. 남성출가자에 비해 여성출가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10월14일 남양주 수진사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독교인이 언제라도 들이닥쳐 사찰에 불을 지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더욱이 방화범은 2년 전부터 사찰을 드나들며 크고 작은 행패를 자행해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었기에 더욱 그렇다.현대불교사는 훼불과 법난의 역사였다. 불교계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희생양이었고 사찰은 공격 대상이었다. 기독교계는 사실상 그 배후이자 주동자였다. 기독교인에 의한 사찰 방화와 훼불은 해방 직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금껏 되풀이 되는 고질병이다.고 민영규 연세대 명예교수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책을 쓰지 않고 법상에 올라 법문도 하지 않겠습니다.”최근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는 ‘용성진종조사 오도 134주년 봉찬대재’와 불심도문 스님이 펴낸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 합본 봉정식이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를 두고 앉은 참석자들이 도문 스님에게 법을 청했고, 법상에 오른 스님은 대중 앞에서 선언했다.이 같은 공개선언은 도문 스님이기에 파격적인 의미를 가졌다. 올해 세수 86세인 도문 스님은 1946년 8월, 12살에 출가해 일평생 용성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 대표단이 10월20일 오후 2시30분 제주4.3평화공원 위령광장에서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한다.추모 위령재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원행 스님과 부회장단을 비롯해 제주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 법륜사 주지 상법 스님, 4·3희생자 유족회,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지도자 스님들이 처음으로 참석해 진행하는 이날 위령재에서는 희생자 명예회복 및 치유에 대한 국회의 특별법 처리 촉구를 기원한다.대표단은 이어 3·1운동
한국종교연합(URI-Korea, 상임대표 박경조)이 10월21일 오후 2시30분 대전 광수사에서 제106차 종교인 평화포럼을 개최한다.‘문명의 위기와 종교(기후 환경문제 중심)’를 주제로 열리는 이날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박경조 상임대표와 공동대표 무원 스님, 발표자 이정배 교수와 유연 스님, 토론자 이우송 신부와 김홍진 신부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사회와 좌장은 이상호 유교신문사 대표(URI-Korea 공동대표)가 맡는다.한국종교연합 공동대표 광수사 주지 무원 스님은 “현대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법보신문이 얼마 전 불교계 오피니언을 대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9%가 찬성을 표명했고, 반대는 3.6%에 그쳤다. 이는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 이유로는 ‘불교의 평등정신에 부합한다’가 가장 많았고, ‘현대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두 번째였다. 두 답변 모두 뭇 존재는 평등하고 현대사회는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통했다.불교는 세상의 어떤 종교와 철학보다 평등을 중시한다. 이 같은 내용은 수많은 불경과 논서들에
교육자이면서 불교 대중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리제재(李悌宰) 거사가 9월24일 세연을 마쳤다. 향년 93세.고인은 수원농생명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1963년 수원 광교산 창성사 및 인근 유적을 학생들과 답사하면서 청소년 포교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전한다. 이후 1969년 수원불교청년회와 1975년 수원불교청년회 창립을 주도했다. 특히 1970~80년대에는 학생회 지도교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수원지역 고교생들이 참여한 법회를 이끄는 등 청소년 포교에 매진했다. 향토사학자로서 지
훈민정음 창제는 반만년 한국역사에서 손꼽히는 대사건이다. 우리 언어로 읽고 사유하며 기록하고 전승할 수 있는 기틀이 비로소 마련된 까닭이다. 이는 한민족이 중국 중심의 한자문화권 테두리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주의 길을 걷겠다는 당찬 선언이기도 했다.훈민정음이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과는 달리 창제 과정은 베일에 쌓여있다. 조선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에서 알 수 있듯 나라 안 대소사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써내려간 기록의 나라다. 더욱이 불세출의 성군 세종이 주도했던 훈민정음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은 불가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9월16일 종정 예경실장에 승원 스님을 임명했다. 승원 스님은 현 태고종 종정 지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3년 선암사에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제15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불교는 수행 전통이 강한 종교다. 부처님이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수행과정에 나타나는 미묘한 심리 변화와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문헌은 의외로 드물다.2000년 중국불교 역사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위대한 고승 천태지의 스님(538~597)의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여기에는 천태 스님이 자신의 깊은 체험을 바탕으로 수행의 준비과정, 마음가짐, 수행 중 나타나는 심리 변화 및 대응책, 깨달음과 이후 불교 활동 등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최시선 광혜원고 교장은 제임스티비가 10월9일 오후 7시 청주 상당구 대성동 다락방의 불빛에서 북콘서트 소통토크에 강사로 참여한다. 최 교장은 최근 펴낸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010-7770-2587[1554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혜암은 뒷산 움막에서 뒤지라고 소리치고 흔적 없이 죽어버렸잖는가? 어디서 무슨 다람쥐 잣 까먹는 소리 어지간들 하고 자빠졌네.’하루 한 끼에 수십 년간 눕지 않고 정진했던 ‘가야산 정진불’ 혜암성관 스님(1920~2001). 선수행자의 사표였던 혜암 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보내온 축사를 본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 스님이 게송 형식으로 쓴 축사였다. 법산 스님이 선학 연구의 권위자이고 정년퇴임을 앞둔 몇 해 전부터는 방학을 이용해 함양 벽송사와 남원 백장암 등에 방부를 들이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에 한국, 중국, 티베트 불교문화를 아우르는 도량이 들어섰다.안성 정각산 법등사(주지 설오 스님)가 13년간의 불사를 마무리하고 9월5일 창건불사 낙성식 및 청동지장보살상 점안 법회를 개최했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수칙에 따라 발열 체크, 참석자 명단 기재,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이 준수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조심스럽지만 여법하게 진행됐다. 제1부는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 스님을 증명법사로 청동지장보살상 점안법회가 이어졌다. 크기 7.4미터(좌대 1.9미터 포함), 무게 2톤 규모의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9월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 입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의료계 파업 해결 단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중환자들마저 방치한 14일간의 의료계 파업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은 분명하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醫)’가 중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불교에서도 의술은 대단히 중시됐다. 부처님의 여러 호칭 중 하나가 대의왕(大醫王)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잡아함경’에는 부처님이 4가지 법을 성취했기에 가장 위대한 최고의 의사인 대의왕으로 불린다고 설명한다. 첫째 어떤 병인지 잘 아는 것
“성전(불설)의 말씀을 잘 이해해 강의하고 저술하는 것, 혹은 선정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것은 불교학자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 이는 불교신행자나 수행자의 몫이다. 불교원전에 대한 비판적 분석 없이 다만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특정불교를 시간적 공간적 맥락의 고려 없이 주어진 대로 거기서 설하고 있는 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교학이 아니다.”권오민 경상대 철학과 교수가 ‘한국불교학’ 제95집에 게재한 논문 ‘불교전통에서의 불교학, 우리 시대의 불교학’(한국불교학회 2020년 하계워크숍 발제 논문)에서 국내 불교학계를 통렬히 비판했다. 권
불교에서 절은 하심(下心)이다. 몸과 마음을 한없이 낮춤으로써 교만한 마음을 조복시키는 수행법이다. 절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지극히 공경하는 행위임은 불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법화경’에 등장하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대표적이다. 비구였던 그는 길거리를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항상 절하며 찬탄했다. “저는 당신을 깊이 공경합니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평등사상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도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지만, ‘법화경’이 편찬된 시기가 2000여년 전이라는
법상에 올라올해는 윤달이 4월 달에 들어서 4월 초파일을 두 번 지낸 하안거 결제이기에 다른 해와 달리 수행자들이나 일반 4부대중도 더욱 돈독한 수행으로 90일을 지냈을 것이다.탐진치에 묻혀 살거나 수행의 길을 택하여 살거나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간다. 하지만 뜻이 다르면 맺힌 바가 다르다 하겠다.승가에 흔히 말하기를 내 마음이 부처라 하고 부처가 내 마음에 있다 한다. 이렇게 흔한 부처와 이렇게 흔한 마음을 보았는가. 보았으면 한번 말해 보라.대중이 아무 말이 없자 잠시 뒤에 할(喝)을 한 번 하고 이르기를泥牛靑天走萬里(니우청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