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말씀이 중국으로 들어온 초기에는 말씀 그 자체를 외는 음성경전이었다. 이들을 한어로 전환하여 기존 율조에 얹어보니 어그러졌다. 붓다의 말씀과 그를 칭송하는 범음이 뜻글자인 데다 고저승강(高低乘降)의 한어 율조와 맞지 않아 겉돌고 있던 그때 천재 시인 차오지(曹植·192~232)를 만났다. 차오지는 10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시론(試論), 사(詞), 부(賦)와 같은 문장을 읊을(頌) 수 있었으며 스스로 지을 수도 있었다.그러자 부친인 조조가 아들의 재능이 믿기지 않아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자신의 것이라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수행하는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챙김은 원래 주의 집중이라는 의미를 지닌 불교의 사띠(sati)가 존 카밧진(Jon Kabat-Zinn, 1944~ )의 심리치료적 응용을 거치면서 ‘비판단’과 ‘수용’과 ‘자비’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그의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 스스로 현재 일어나는 경험에 수용적인 방식으로 주의 집중하는 것을 훈련하여 치료적 효과를 얻도록 한다. 마음챙김이 대중적인 명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카밧진의 연구 덕분이라
구도의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깨달음을 일체의 번뇌가 없이 고요하고 평온한 어떤 좋은 심리 상태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을 하면서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으면 수행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기고, 마음이 생각들로 인해 괴롭고 시끄러우면 수행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분별을 일으킨다.그런데 사실 이런 마음으로 수행을 하는 것은 천상에 태어나 마음 편안하게 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말로는 수행자라고 하지만 좋은 경계 체험은 붙잡으려고 하고, 괴로운 경계 체험은
조선총독부가 1927년 3월 31일에 발행한 조사자료 제20집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에는 조선인의 종교의식(宗敎意識)을 소개하는 짧은 글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글에는 불교 14만1000명, 기독교 32만1000명, 천도교 계통의 유사종교 19만9800여 명, 비천도교 계통 유사종교 7317명이라고 각 종교별 신도 수가 적시되어 있다. 이 기록은 1920년 경의 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천주교 신도는 8~9만 명 내외였고, 장로회와 감리회 등에 소속한 개신교 신도 수는 20만 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이
경제의 문제는 직접적으로는 의식주의 문제이며, 과거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먹는 것의 문제가 가장 핵심이었다. 불교교단의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중요한 문제는 먹는 문제였다. 불교경영의 이해도 이 먹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몸을 그저 빨리 벗어버려야 하는 짐처럼 인식하면서도, 애써 탁발하며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여러모로 설명하고 있다.불교에서는 밥을 먹는 것을 ‘공양한다’고 하는데, 공양하기 전에는 공양게를 읊는 것을 권하고 있다. 여기에 불교에서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잘 압축되어 있다. 공양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① 마른 뼈 한 무더기대중을 거느리신 부처님이 남쪽으로 가시다가 마른 뼈 한 무더기에 오체투지를 하시자, 아난이 여쭈었지. “삼계의 큰 스승이신 세존께서, 어째서 마른 뼈 무더기에 예배를 하시옵니까?”“이 뼈가, 내 조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뼈를 조각내어 보아라. 남자 것이면 희고 무거울 것이며,여자 거면 가볍고 검으리라는 말씀.“세존이시여, 산 사람은 남녀의 옷차림으로 구별이 되지만 죽은 이의 뼈가 어떻게 구별이 됩니까?”“세상을 살 때 남자는 법당에서 법문을 듣고, 삼보께 예배하고 부처님 이름도 생각했으니 뼈가 희고 무거우니
시 공부 10여 년에 쌓인 책 이희승 국어사전 빼고 나머지 한 도라꾸 판 돈으로 한 여자 모셔와 서울 청계천 판자촌에 세 들어 살면서 나는 모과할게 너는 능금해라 언약하며 니뇨 나뇨 살아온 지 오늘로 50년 오매 징한 사랑아!(서정춘 시집, ‘하류’, 도서출판b, 2020)2년 전인가? 서정춘 시인이 ‘현구집(玄句集)’이라는 제목의 책 세 권을 보내왔다. ‘현구집’은 태화당(泰華堂) 정원(淨圓, 1950~) 스님이 경론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1994년도에 옛날 책의 장정으로 펴낸 것이다. 당신이 그다지 열심히 보지 않은 책인데, 내
중국 선종은 인도불교와 차원이 다르다. 인도불교에서 탈피해 완전히 중국화된 문화와 사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문화의 코드로 변형된 점은 선이 일상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달마가 중국에 입국[대략 520년]하기 이전부터 중국에 선수행자가 있었다. 곧 중국 선종의 역사는 달마를 처음 기점으로 보지만, 선사상적 측면에서는 그 이전인 200∼300여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처음 중국에 선이 수입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선을 도교적인 성향에 견주어 이해했다. 즉 신비스럽거나 감통(感通)으로 받아들였다고 보
“0.1%라도 부처님법과 인연 맺을 가능성이 있다면 전법을 해야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다 읽어야만 발심하는 것이 아니듯 한 말씀, 한 문장이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 귀의하고 발심하고 때론 출가도 하게 되는 것이 인연입니다. 신문 한 부가 때로는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불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법을 전하는 데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 13대 집행부의 첫 기획실장인 금해 스님이 법보신문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하며 ‘전법’을 강조했다. 지난해 개산 20주년을 맞은 서울 관음선원 주지
“법보신문을 왜 이제 알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롭고 신선한 부처님의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더 많은 부산 불자들이 법보신문을 통해 부처님의 법향을 마주하고 희망을 발견하길 기대합니다.”이호열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 로터스불교대학 총동문회 회장이 법보신문 법보시에 동참하며 법보신문이 부산 불교도의 희망 등불이 돼주길 기대했다. 이호열 회장은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가 설립한 로터스불교대학은 도심 속 재가불자 교육과 신행의 기관으로 지난 2009년 설립돼 발전을 거듭해 왔다”며 “코로나의 어려움으로
2000년대 초반 초기불교 수행법이 국내에 소개되고 사띠(sati)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학자 간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른바 ‘사띠 논쟁’. 이 논쟁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법보신문’으로 한층 확장됐다. 연구자들은 지면에서 자신의 관점을 가감 없이 전했고 사띠에 대한 해석을 넓혔다. 때론 서로를 향한 직언도 마다치 않았다. 그 사이 불교학계는 논쟁으로 달궈졌고 사부대중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논문도 쏟아졌다. 조준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초빙교수는 이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