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극연출가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도덕적 우월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계마저 폭로의 대상이 되었다.기독교계에서는 빈민운동가로 알려진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40여일 만에 이를 인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또한 신부가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미투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자 천주교
평창올림픽이 인류의 제전으로서 크게 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특히 올림픽에서 김여정과 김영철의 방남은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이어지는 크나큰 성과를 낳았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향한 선순환적인 만남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만남이 변화를 가져온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변화는 더욱 풍성한 만남을 이끌어낸다.불교는 만남의 종교다. 붓다는 산속으로 들어가고자 출가하지 않았다. 다소 고립된 궁성의 권좌에서 내려와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구도의 길을 걷고자 출가하였다. 붓다는 당시의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만
몇 년 전 한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대사가 있었다. ‘1등이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는 더러운 사회’. 이 대사는 교육, 직장, 스포츠 등 치열한 경쟁에서 1등이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인기어가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올림픽을 대하던 모습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는 기쁨보다 분함을 표출했다. 그리고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면 코미디의 대사처럼 국민들의 기억에서 이
강원도 평창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절망으로 환호와 탄식의 소리가 드높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92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65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하나 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설원과 빙상 위에서 선수들은 0.0001초를 다투며 그 열정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 하는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는 감독과 코치들의 모습, 관심과 뜨거운 응원으로 국민이 한마음으로 만들어가는 한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30년 전 서울에서 개최된 88올림픽 개막식 장면이
요즘 정치권의 핫뉴스 가운데 하나는 홍준표 제1야당 대표가 MBN에 5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다. 홍 대표가 MBN의 ‘류여해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보도와 관련해 해당 기자와 보도국장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홍 대표는 “MBN의 보도는 나를 비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성된 허위기사이며, 이로 인해 나의 명예와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홍대표는 자신이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처음 만난 것이 지난해 6월인데 수년간 성희롱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되고 있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 공존이 한 발 한 발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크게 주목되는 것은 마식령 합동훈련에 관한 뉴스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훈련하는 남북한 선수들이 각각 태극기와 김부자 배지를 자제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하였다는 사실도 의외였다. 정말 불교적 진리가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참신한 사건이다.누구나 알고 있듯이 태극기는 남한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김부자 배지는 북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다양한 차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사태를 둘러싼 극단적인 긴장이 일시적이나마 해소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조성의 발판으로 만들자는 명분에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특히 IOC는 북한선수들이 참가함으로써 그동안 우려됐던 안전보장문제가 말끔하게 해소되는 성과를 거두어 무척 환영하는 분위기이다.하지만 북한의 참가 방식을 구체적으로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복잡한 문제들이 부상했다. 한반도기 사용, 예술공연단의 공연,
아침에 눈을 뜨고 시작하는 매일이 새날이지만, 무술년 새해 초라고 생각하니 나날이 새롭다. 새해 초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지난 해 부족함에 대한 후회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새롭게 다짐을 한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새로울 것도 없을 테지만 무언가 자신을 정돈하게 하는 시간이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초인 것 같다. 언젠가 읽은 고전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일심가이처만사 이심불가이처일사, 일심가이교만우 이심불가이교일우”(一心可以處萬事 二心不可以處一事, 一心可以交萬友 二心不可以交一友). 즉 한 마음
2018년도 최저시급은 7530원이다. 최저임금법 제10조 1항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정규직·비정규직·외국인 노동자) 1명 이상 모든 사업장에 해당된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은 전년 대비 1060원, 16.4%가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해 430원 올랐던 것에 비해 인상폭이 크다보
인천공항이 2017년 5월12일 약속했던 1만명 정규직 전환을 마침내 구체적으로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인천공항은 특히 소방대와 보안검색 관련 분야의 약 3000명을 직접고용 대상으로 발표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이러한 결정으로 이어졌다. 여러 내우외환으로 번잡한 상황 속에서나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와 아울러 국민의 기초적인 생계를 위협하면서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들이다. 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국민의 삶이 안정을 찾지 못하
우리 현대사에서 2017년은 촛불혁명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국정농단사태로 불거진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고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권력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분노를 과격한 행동으로 분출하지 않고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탄핵과정과 조기 대통령선거절차를 이성적으로 수용하여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켰다. 4.19민주혁명과 5.16군사쿠데타, 12.12신군부반란 등과 같은 초헌법적 방식이 아니라 제도화된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마무리 지웠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크게 성숙했다고 자부할
국내 모든 종교의 지표가 차가운 겨울을 향하고 있다. 이제 사찰, 교회, 성당, 교당들이 유럽처럼 연세 지긋한 몇몇 분들이 앉아 담소 나누는 그러한 공간으로 변해갈 날이 머지않았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종교가 자본주의에 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니 거의 종속되어 가는 중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종교라는 새로운 우군을 얻어 자신의 뜻대로 더욱 자신만만하게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종교도 돈이 있어야만 포교가 된다고 한다. 돈으로 법당을 건설하거나 증축하고, 돈으로 뭐라도 선물을 주어야만 신도가 온다고 한다.
한국불교를 비판하거나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주제 하나가 49재이다. 절이 돈벌이 수단으로 49재를 활용하고 있다고들 비판한다. 심지어는 아예 절에서 49재를 없애야 한다고 자학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불교인들이 자학적으로 49재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병원의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장례문화 개혁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오늘날 한국인들의 장례문화는 병원장례식장이 주도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져서, 이틀간 조문객들을 맞이한
미국이 11월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5일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소위 ‘중대 발표’를 하였다. 그는 북한 핵개발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교환할 생각이 없음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중대발표’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없었고, 5일 후에야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선포하였다.이는 미국 내에서의 미묘한 정책적 갈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국무부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갈등에 대한 수위 조절을 꾀하는 동시에, 각종 무기 및 상품 판매 등 아시아 순방의 결과 등을 공고히 할 것을 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의 모든 것이 제도화 되어 있다. 태어나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야하고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진학할 때 내신과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등 시스템화 된 사회에 살고 있다. 절집도 예외는 아니라서 처음 절집에 들어오면 6개월 정도 행자생활을 해야 하고 사미, 사미니계를 수지하고 나서는 기본교육 4년을 이수해야 구족계를 받을 수 있고, 구족계를 받은 다음에도 자기 선택에 따른 교육과 수행정진 그리고 소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도 종법에 따른 법계품수 그리고
얼마 전 사회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로힝야족 난민문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지원을 위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의 국경지대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다. 갑작스런 제안이라 일정상 어렵다고 했다. 혼자 다녀온 그 선배가 현지에서 기록한 참상을 전해 받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폭력과 총탄에 맞아 숨진 그 시신들의 형체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선배는 이러한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그 고통을 멈추게 하지 못하는 인류가 원망스럽다고 했다.이 일상화된 폭력과 살상은 증오를 낳고, 언젠가는 보복을 낳는 악순환하는
입시철이 되니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을 위한 정보들이 뉴스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그 가운데는 가급적 지원을 회피해야 할 대학들 리스트도 있는데, 이 리스트에 금강대가 들어 있다. 정부대학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신청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차 폐교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학으로 평가된 셈이다. 금강대는 그간 천태종에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으면서 지원해 온 대학인데 처참한 성적표를 받음 셈이다. 전체 한국 대학순위에서는 최하위 그룹에 속하지만, 금강대는 불교계에서 주목을 받아 온 대학이다. 불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초기 대북 압박정책 일변도에서 탈피해 북한 비핵화의 조건을 벗어나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의 작은 만남을 통해 조금씩 신뢰를 재구축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응원하는 글을 몇 차례 서술했다. 탄핵 당한 박근혜의 ‘통일대박론’ 정체가 대체로 드러난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순진한 학자의 어리석은 기대에 다름 아니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신한반도평화비전’을
가을이 한껏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나뭇잎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고 성질 급한 나뭇잎은 벌써 낙엽이 되어 거리를 뒹군다. 벌써 올해도 달력이 두 장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쉬이 피로해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서글프지만, 그보다 기억력이 감퇴해 전화번호를 외울 때 앞에 번호를 외우면 뒷 번호가 생각나지 않고, 뒷 번호를 외우면 앞 번호가 생각나지 않는걸 보면서 이만 저만 서글픈 게 아니다. 흔히 기억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되는 반면 망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또 기억과 관련된 단어
예전에 일본 도쿄의 강연회에서 동아시아의 불교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유럽에서 온 어떤 부인이 일어나, 깨달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불교를 잘 모르는 분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써 이미 깨달은 스승이 인가하는 것, 또 하나는 대중이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전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사자상승(師資相承)의 길을 말한다. 후자는 깨달은 사람의 말과 행동과 마음을 보고 대중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전자는 나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