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받거나 자축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의 3년을 더욱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전국비구니회 12대 집행부 출범 1주년 기념법회에서 회장 본각 스님이 전한 메시지다. 교계 내외의 활동영역 확대와 위상강화를 향한 걸음은 계속될 것이라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 1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전국비구니회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비구니 원로의원 추대, 전국비구니회관 입구 공원조성,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사찰음식연구소·차문화연구소 개원,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21년부터 2년에 걸쳐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한 고승진영 정밀 학술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국 사찰 문화재 일제조사’ 등의 목록집을 기초로 선정된 학술조사 대상 작품은 815점이다. 화기·화제·찬문을 세심하게 살피고, 균열이나 박리·부식 등으로 인한 훼손은 물론 상태가 심각한 작품은 응급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진영에 대한 학술조사와 보존처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진영은 ‘고승의 초상화’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한 시대의 역사적 기록물이자 당 시대의 불교미술 경향과 수준을 가름할 수 있는 척도이
“이 시간이 우리에게는 뼈아픈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전국선원수좌회가 개최한 ‘선풍진작과 선원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해인총림 소림선원장 효담 스님의 일갈이다. 작금의 선원·선문화에 고착된 문제점들을 과감히 드러내보자는 굳건한 의지가 배어있다. 발제문 제목도 ‘우리는 왜 모여 있는가?’이다. 자신을 포함해 선원에 방부 들인 수좌들을 향해 ‘왜 모여 있느냐?’는 비수 같은 자문을 던진 것인데, 한국선의 활로를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들린다.효담 스님의 냉철한 진단 또한 이 시대 수행자들의 폐부를
1980년대 불교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포교당이 급속도로 건립됐다는 점이다. 주로 도심에 자리 잡은 포교당은 주중 법회를 일요법회로 전환하는 한편 불교강좌에 역점을 두었다. 법회와 강좌 프로그램이 활성 되며 계층별 불자회 결성도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1960년대의 재가불교운동을 주도한 삼보회, 1970년대를 이끈 대원회의 힘이 더해지며 교계 전반에 걸쳐 ‘대중불교’ 붐이 일어났다. 승가를 넘어 재가불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도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가 깃든 운동이었다. 불교사상을 시대에 맞게 재해
2019년 우리나라 유튜브 사용자는 3000만명으로 추산됐다. 철학, 정치, 문학, 화학, 건축, 오락 등 전 분야에 걸친 영상들이 집결되고 있으니 ‘초대형 플랫폼’이라 불릴 만하다. 일부 고령층을 제외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영상포교를 위해 스님들이 유튜버로 나섰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는 행보여서 의미 있다. 플랫폼을 통한 영상포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유튜버의 말씨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ZOOM(줌)’을 통해 수계법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수계법회 봉행만은 연내 어려울 것으로 보았는데 대불련은 온라인을 활용해 수계법회를 성공적으로 회향했다. 현장에 참여한 수계자 세 명에게 계사가 직접 연비하고, 온라인 참가 수계 대중은 연꽃 모양의 타투스티커를 팔에 붙이는 방식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놀라운 건 30여개 대학에서 70여명의 청년 대학생이 이 법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부처님 법을 올곧이 실천하려는 청년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
불교계가 잊지 않는 사건 하나가 있다. 군홧발이 새벽 법당을 침탈한 10·27법난이다.전두환 신군부 계엄사령관은 불교계 비리를 청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불교계 정화수사계획’을 수립했다. 주요 표적은 조계종이었다. 계엄사령부의 합동수사단은 1980년 10월27일과 30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군·경 합동작전으로 5700여곳의 사찰과 암자를 수색해 스님과 관련자 1900여명을 연행했다. 원로 스님들을 포함한 스님들을 마당에 세워놓고 ‘구호’를 외치게 했으니 당시 스님들이 느꼈을 모멸감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투입된 군·경 병력만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첫발을 뗀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500km 대장정의 성공적인 회향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급격한 일교차 속에서도 그동안 노천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한 결과다.돌이켜보면 인욕과 정진, 자비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었다. 자비순례단은 새벽 3시 일어나 예불을 올린 후 4시 길을 떠났다. 걷는 중에도 스님들은 승복과 대가사를 수하고 염주를 쥔 채 정진했다. 묵언정진은 재가대중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걷고 난 후 저녁 9시 몸을 뉘어야 할 곳은 따듯한 온기 가득한 방이 아니라 차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실시된 강원제도의 교과내용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사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일부 학계에서는 일단 17세기 초·중반 무렵께 사집, 사교, 대교를 뼈대로 한 ‘이력과목’이 제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려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17세기의 교과내용을 21세기에도 실행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다.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과 일제강점기, 해방, 6·25한국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감안하면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승려교육’보다는 ‘생존’에 무게의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 11월19일 신사옥 준공식을 갖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꽃마을 개원 30주년 법회’가 내년으로 연기돼 못내 아쉬웠는데 신사옥 개원으로 다소나마 달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연꽃마을을 이끌어 온 장본인은 2014년 입적한 덕산당 각현 스님이다. 현재 61개의 산하시설이 있으며 종사자만도 2400여명이다. 20주년 즈음 시설 종사자가 700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0년에만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1991년 광명의원을 개원했다. 1997년 12월에 이르러
사찰은 스님들이 생활하고 정진하는 공간이자 재가불자들의 신심을 증득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통사찰’로 지정됐다면 특별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거나 깊은 역사가 배인 사찰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적 특색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찰, 한국 고유의 불교·문화·예술 및 건축사(建築史)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찰, 한국 문화의 생성과 변화를 고찰할 때 전형적인 모형이 되는 사찰을 전통사찰로 지정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전통사찰은 우리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문화재의 보고다. 일례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이 25·26대 임기를 모두 마쳤다. 8년의 임기 동안 신선하면서도 굵직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자비나눔 캠페인 ‘행복바라미’, 세계평화 기원 ‘금강경 독송 정진’, 실천하는 불자 양성을 위한 ‘불자답게 삽시다’, 신심강화 프로그램 ‘수행바라미 정진연수’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에 산재한 신도단체들을 결집해 불자들의 잠재된 힘을 표출시키며 명실상부한 중앙신도회로 거듭나게 한 이 회장의 공로는 매우 크다.2012년 10월 취임한 이기흥 회장은 ‘혁신과 제2도약’을 선언했다. ‘혁신’은 조직개편에서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