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35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천만 관객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판도라는 진도 6.1의 지진으로부터 시작된 핵발전소의 대재앙 속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은밀하고도 집요한 방해에 맞서 완성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난 9월28일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 남의 나라일로만 알고 있던 대규모 지진이 우리나라에도 덮쳐올 수
올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도 드물다. 연이은 막말과 엄청난 세금을 탈루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가 하면 국내에선 대통령과 비선 및 진짜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성추문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 10월 저명 시인과 소설가 등 10여명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당사자들은 공개사과를 하거나 사건 자체를 아예 부인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경찰청의 성폭력 범죄 검거자 수가 알려지면서 성직자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문 직종
2017년은 정유년 닭띠 해다. 그런데 닭띠 해를 앞두고 닭들이 혹독한 수난을 겪고 있다. 11월16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불과 20여일 만에 살처분 가금류가 800만 마리까지 늘었다. 지난 2014년 1월 발생한 AI로 195일간 14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임을 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AI는 자칫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AI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축산 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느니, 달걀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느니, 살처분을 하는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주말이면 백만 개가 넘는 촛불이 대도시를 밝힌다. 휴일의 안락함을 뒤로한 시민과 학생들이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검찰 조사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이를 동조·묵인했던 세력들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할 특별검사팀이 “성역 없는 수사”를 표방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수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 전 실장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고위공직자 출신의 정치인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헌법을 만드는 데 관여했던 그는
‘능엄경’에는 자신의 귀를 크게 막고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다른 사람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언급된다. 자신의 과오를 어떻게든 감추려는 의도겠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런 이에게 ‘숨고자 하나 더욱 드러난다(欲隱彌露)’고 일깨우고 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그 꼴이다. 두 번의 대국민사과 및 담화도 거짓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 그랬겠지만 거짓말로 인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성형시술을 둘러싼 박 대통령 의혹도 그 중의 하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에서 성
법보신문은 최근 불교계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학대 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휠체어에 앉아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장애인에게 건장한 남성 사회복지사가 다가가 입을 틀어막고 팔을 비트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지속적인 폭언과 학대가 이뤄졌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기사와 영상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늘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담당자가 되레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이는 학대를 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학대를 한 사람에게도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일반적으
11월16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시 능인대학원대학에서는 3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원재임용 심의가 열린다. 지난 6월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심사 결과에 따라 능인대학원대학이 갈등과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 6월19일 이사회는 7명의 재임용 대상 교수 가운데 5명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내부에서 갈등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낙담한 일부 교수들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떠났고, 이 중에는 외국인 교수도 있었다.그러나 3명의 교수들은 학교 측에 다시 평가해줄 것을 요청했
최근 고려 말 인물인 신돈 스님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씨를 보면 고려를 멸망하게 한 공민왕 때 신돈을 떠올리게 한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신돈이 공민왕 때의 고려를 망하게 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을 신돈에 비유했다.이들 국회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많은 언론이 ‘신돈’을 요승으로 보도했다. 신돈은 공민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인물이며, 자신의 반대파들
10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돌연 개헌을 꺼내 들었다.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2017년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블랙홀과 같다”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근까지 밝혀왔기 때문이다.대통령의 개헌 의
오늘날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서구사회다. 전통적으로 서구에서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모든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여겨왔다. 근대철학의 출발 이후에도 동물은 기계와 같다는 인간중심의 관념이 뿌리 깊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동물 권리의 실현을 위해 이론을 개발하고 과격한 시위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서구였다.1641년 매사추세츠에 식민지를 건설한 미국 청교도들은 “어떤 사람도 인간을 위해 잡혀 있는 동물에게 잔혹한 힘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를 만들었다. 1822년 영국에서는 동물학대를 금지하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유쾌한 발상과 도전적인 실행으로 세상을 가꾸어가는 사람이란 의미다.1980~1990년대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였던 박 시장은 국내 동물복지운동에도 큰 기여를 했다. 1990년대 초반은 잔혹한 도살이 사회적 관심사로 자주 떠올랐다. 일부 도축업자들이 자행한 개도축도 엽기적이었다. 그들은 개를 가둬 햇볕 속에 7~8시간 동안 방치시켜 갈증을 느끼게 한 뒤 물을 잔뜩 먹였다. 그러고는 개의 머리를 쇠망치로 때려 가사상태에 이르게 한 다음 다
요제프 괴벨스(1897~1945)는 가장 열광적인 히틀러 숭배자였으며 나치즘의 핵심 인물이었다. 문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소아마비 탓에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히틀러가 ‘좌절한 지식인’ 괴벨스를 등용하자 그는 타고난 선동가로서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랄프 게오르크 로이트의 평전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에 서술돼 있듯 그는 타고난 연설가이자 천재적 선동가였다. 단 몇 마디 말과 몇 줄의 글로 사람들을 분노와 열광, 광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국민들은 라디오로 매일 괴벨스의 선전을 들으며 집단최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