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혼란과 불운의 시대에 맞서 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용성 스님(1864~1940)의 삶과 사상, 활동을 살펴보고 현대적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시인이자 불교사회운동가인 진관 스님은 동국대서 용성 스님에 관한 연구로 201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 ‘용성 사상 연구’는 진관 스님의 논문을 기초로 발간한, 용성 스님 관련 단행본 학술서다. 용성 스님의 생애와 행적, 역경과 포교 활동, 선농불교 또는 저술 등 각 분야별 단편적 연구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성직자’의 사전적 정의는 신자들에게 정신적·도덕적 지도, 교리 해설,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사람으로 승려, 목사, 신부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간혹 불교계에선 “스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얘기한다. 스님은 직업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종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의례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저명한 종교학자 니니안 스마트(1927~2001)가 세계적인 종교의 공통 특성으로 △교리적 차원 △신화적 차원 △윤리적 차원 △의례적 차원 △경험적 차원 △조직적 차원으로 분류했듯 종교에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
[1680호 / 2023년 5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사찰은 수행과 신행 공간이다. 그렇다고 사찰을 불교라는 종교의 테두리에 가둘 수는 없다. 1700년 전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지어지기 시작한 사찰은 장구한 세월을 함께 했다. 그 옛날처럼 지금도 사찰에는 삭발하고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오간다. 그래서 사찰은 모든 계곡의 물들이 흘러드는 큰 강물과 같다. 사찰이라는 공간에 문화와 사상이 흘러들고, 선지식과 대중들의 마음이 모인다. 그 강물이 다시 대지를 비옥하게 하듯 사찰에 모인 문화, 사상, 인물, 인심은 다시 새로운 역사의 물줄기를 형
교리는 현학적이고 수행은 오리무중이다. 불교에 대한 보통의 생각들이다. 다른 종교처럼 그냥 믿고 구원을 받으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스스로 공부하고 수행하고 깨우쳐야 한다. 그래야 부처가 될 수 있다. 이리해도 어렵고 저리해도 어렵다. 그런데 이런 미로와 같은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정작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목적이라는 지향점이다. 천일을 기도해도, 엉덩이가 문드러지도록 참선해도 팔만사천가지 교리를 모두 다 배운다 해도 결국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월호 스
한국, 중국, 일본의 시대별 비구니 삶과 승가의 활동에 대해 다룬 논문들을 엮은 책이다. 동아시아 비구니에 대한 해외의 연구업적 가운데 대표적인 글들을 한 권에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그동안 한국비구니에 대해 쓰인 논문들도 널리 알림으로써 앞으로의 연구방향 및 주요쟁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과 불교, 특히 출가수행과 삶에 대한 국내 학계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편집자의 노력이 ‘응용불교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성과 불교, 비구니 연구에 전기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향순 엮음, 민속원, 5만원.[1680
석가모니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설하신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다. 동아시아 전통의 선종에서는 ‘사십이장경’ ‘위산경책’과 더불어 불조삼경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 상징적 경전이었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낯설다. 영화 스님은 2008년 미국의 베트남 사찰에서 이 경전을 영어로 강설했으며 이 내용을 녹취한 것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일심으로 수행하라”는 부처님의 간절한 당부를 전하는 영화 스님은 특히 ‘일심’을 강조하며 “일심이 정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영화 스님 강설, 어의운화, 1만5000원.[1680호
성인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장애인불자모임 보리수아래(회장 최명숙)가 2020년부처 추진하고 있는 ‘보리수아래 감성작품집’ 발간 사업의 14번째 결실이다. 보리수아래는 뇌성마비장애인 성인제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시작으로 이경남, 김영관, 홍현승, 이순애 등 장애시인들의 시집 11권, 수필집 2권을 발행했다. 이번 시집에는 저자가 매일매일 세상과 소통하며 써온 시 70여편을 실었다.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누군가는 이미 좋아요를 눌렀을 듯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들이다. 성인제 지음, 도반, 1만2000원.[1680호 /
교조와 경전이 없는 힌두교에서 ‘마하바라타’는 대서사시인 동시에 사실상 경전으로 여겨진다. 방대한 이야기 ‘마하바라타’ 가운데에도 사촌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바가와드 기타’는 ‘힌두교의 신약’이라고도 불리며 간디를 비롯한 인도의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의 지침’으로 삼은 명실상부한 인도 대표 고전이다. 저자는 ‘마하바라타’와 함께 힌두교의 또 다른 경전으로 여겨지는 ‘라마야나’를 참고해 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지혜, 행위, 신애의 가르침을 전한다. 김영 지음, 북튜브, 1만8000원.[1680호
초의선사의 다맥을 이은 한국 유일의 ‘초의차’ 계승자 박동춘 박사가 초의 사상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에 최근 발견된 초의선사의 새로운 자료를 모두 망라한 ‘초의선사의 다도연구’를 출간했다. 조선 후기, 우리 차는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던 차 문화와 전통을 되살린 것이 초의 선사다. 그러나 다맥은 다시 흔들렸다. 겨우 되살려 놓은 다법은 조선의 국운 쇠락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이라는 굴곡 속에서 가는 실낱처럼 위태했다. 그러나 다행히 맥은 끊어지지 않았고 근대에 이르러 다풍은 응송 스
“교학이 없는 신행은 맹종하기 쉽고 신행이 없는 교학은 체득하기 어렵다. 불교철학은 마음과 행위의 과학이며 수학과 같아서 한 치의 오차도 없다.”냉철한 진단과 선언으로 책의 서문을 연 백송정목 스님은 30여년 동안 원효 스님의 불교학을 탐구하고 염불수행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성취한 요지를 한 권에 담았다. “오직 한 권으로 대·소승 경론과 선어록을 꿰뚫고 자연히 깨닫는다”고 천명한다. 스님은 ‘대승기신론’ ‘기신론소’ ‘무량수경종요’ ‘아미타경소’를 중심으로 불교의 요체를 밝히고 염불문을 탐구하고 ‘왕생론’의 ‘오념문’에 의거해
불교미술인이 바라본 한국 불교미술의 현실은 정체되고 도태된 과거의 전유물이다.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 종교미술의 한계를 수용하더라도 한국불교계에서 횡횡하고 있는 획일화된 불사 행태는 불교미술의 독창성을 사그라들게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동국대 미술학과 1기생이었던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가 50여년 동안 불교미술 현장에서 겪은 현실적 한계를 기록했다. 동시에 저자가 직접 선정하고 공히 인정받는 ‘시대정신을 담은 불사’ 22곳, ‘현대적 혁신 가능성을 담은 불사’ 5곳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갖고 날카로운 비판을 주저하지 않으면
불교미술인이 바라본 오늘날 한국 불교미술의 현실은 정체되고 도태된 과거의 전유물이다.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 종교미술의 한계를 수용하더라도 한국불교계에서 횡횡하고 있는 획일화된 불사 행태는 불교미술의 독창성을 사그라들게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동국대 미술학과 1기생이었던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가 50여년 동안 불교미술 현장에서 겪은 현실적 한계를 기록했다. 동시에 저자가 직접 선정하고 공히 인정받는 ‘시대정신을 담은 불사’ 22곳, ‘현대적 혁신 가능성을 담은 불사’ 5곳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갖고 날카로운 비판을 주저하지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화엄경(華嚴經)’은 방대한 양으로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경전의 내용 또한 난해해 눈 밝은 길라잡이의 인도가 아니고서는 그 뜻을 이해는커녕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화엄경’이 초기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승의 은밀한 종취(宗趣)까지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엄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총망라한 경전의 꽃, 불경의 종합판이라 불려 왔다. 물론 ‘화엄경’이 처음부터 이렇게 방대한 경전이었던 것은 아니다. ‘화엄경’의 여러 품들은 원래 독립적인 경전이었다. 그러나 이 경전들이 찬술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화엄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조선시대 수륙재 관련 문헌자료들을 중심으로 이와 연계된 감로탱의 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대승사상의 의례와 나아가 중생 구제의 실천적 세계관까지 조명하는 새로운 시도의 연구서다. 방대한 감로탱의 도상들을 취합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시도하기 힘든 방대한 작업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도상과 문헌들을 비교하며 다시 불교민속학과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저자의 노력은 이 책이 왜 연구 시작 10여년 만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대중 융합성이 강한 우리나라 불교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의례가 바로 수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