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세기말적 상황이라 해야 할 것 같다.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더해만 가고 있다.균과 인류와의 싸움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누군가는 하루 자살자가 40여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은 것을 빗대어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이런 비교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놀란 마음을 쉬이 진정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류 전체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유전자 속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집단적 사망
지난 휴일 어느 날, 예쁜 부부가 세심청심에 나오는 저의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독자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불교공부도 같이 하고, 틈 날 때마다 전국 사찰을 순례할 정도로 신심이 깊었습니다. 함께 나들이 하는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간단히 차 한 잔을 놓으니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절에서 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찰이든 참배만 했지, 보살님이나 스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답니다. 스님을 만나 차를 마시는 설레는 장면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아침 출근길이 쌀쌀합니다. 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요, 모 역에 정차하는 동안 대합실 벤치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모습이 왠지 너무도 쓸쓸해 보입니다. 열린 문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무엇인가 할 일이 있어야 긴 노년의 삶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노년기에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그나마 복지관을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은 노년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고 계시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요즘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밝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네 번에 걸쳐 새해를 맞이하는데요. 그 시작이 동지입니다.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떨치는 의미를 갖습니다. 양력 1월1일에는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는 타종식을 함으로써 새해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음력 1월1일에는 떡국을 먹고 웃어른께 세배를 하면서 문안을 여쭙고 덕담을 듣습니다. 2월4일 또는 5일에는 12지지의 띠가 바뀌는 때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문 앞에 걸어두어 한해의 길운을 기원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새해를
어린이 법회에서 봉사하시는 김보살님이 절에 올라왔습니다. 시골 사시는 친정 아버지가 전립선암 초기라 수술을 했는데, 건강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일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큰 병원에서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마약성분이 있는 가장 강한 진통제를 써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수술하러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광에 대못을 박았는데, 광을 건드려서 내가 아프다’며 이상한 이야기만 계속 하신다 합니다. 김보살님은 이런 미신적인 이야기를 스님께 하면 혼날 줄 알지만, 어머니가 너무 아파서 잠도
부처님의 생애에는 매우 드라마틱한 부분이 여러 번 있다. 탄생부터 출가, 수행, 교화, 입멸까지 곳곳마다 매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치열하고 진실한 삶의 아름다운 여운일 것이라 생각된다.고타마는 출가 후 직접적으로 지도해줄 스승을 찾아 학습했다. 하지만 출가 때 품은 ‘인생의 궁극적인 답’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홀로 수행하기로 하고 정진에 들어갔다. 홀로 시작한 정진은 곧 고행으로 이어졌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아프카니스탄에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행상이 그것을 잘 대변하고 있다.조각으로 조성한
어제는 평소 우리 복지관에 관심을 갖고 아껴주시는 후원자 및 봉사자님을 모시고 ‘좋은 인연’이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해주신 봉사활동에 대한 고마움, 또 어르신의 이상(理想)이 일상이 될 수 있게 해주신 후원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올 한 해도 이런 멋진 분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이 자리에서 열린 강연이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 들기 전에 감사 일기를 써보라고, 하루에 다섯 가지만 감사한 일을 적어보라고, 상대를 이해하면 용서 못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가 가
지난 여름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습니다. 2주간의 여행이었는데요. 처음이어서 그런지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첨단기술의 도시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살만한 동네인지, 잠시 여행하기 좋은 곳인지 살펴보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특히, ‘여기에 명상센터를 세우면 어떨까?’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잠시 머물면서 느꼈던 점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숙박과 교통수단이 인상 깊었어요.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앱의 혜택을 참 많이 받았는데요
저의 일상은 죽음과 매우 친근합니다. 신도나 가족, 이웃 등 인연들은 그물망처럼 이어져, 그들의 병고(病苦)와 죽음을 함께 합니다. 병문안을 시작으로 장례식장, 입관 등 항상 기도를 하게 됩니다. 가장 가까이 보기에, 죽음은 항상 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고통이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제 기도가 모자란 듯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때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 듣고 싶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죽음'이란 그림자가 짓눌러 숨을 쉬기 힘들면, 새벽빛이
어릴 때는 언제나 계절이 우리들의 감성보다 더디게 흘렀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고, 여름, 가을 또한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독 봄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3학년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시를 외우고 또 외우며 봄을 기다렸던 생각이 새록새록 하다. 입김으로 호호/ 유리창을 흐려 놓고/ 썼다가는 지우고/ 또 써 보는 글/ 봄 꽃 나비/봄 꽃 나비/ 봄아 봄아 오너라 어서 오너라/ 봄이 되면 나는 나는 새로 사학년 (‘봄 꽃 나비’)교실청소로 유리창을 닦으며 이 글들을 써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글을 쓴
얼마 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자리 포럼을 비롯해서 저희 기관을 후원해주는 봉사그룹 KLC 회원들의 모임, 미술관 신인작가전 ‘이날생전’, 사회복지행정학회 등을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책상을 벗어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는 일들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강릉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온 것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학회를 다니면서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를 알아보고, 배운 것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들이 우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각자의 분상에서 열심히들 일을 합니다
연화보살님은 결혼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가부장적인 남편과 이혼하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야 겨우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릅니다.평생 동안 혼자 외출한 적이 없고, 친구도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잊었고, 감정을 표현할 줄도 모릅니다. 이혼 조정을 위해 남편과 만날 때마다 두렵습니다. 말을 잘하는 남편은 당당하고, 보살님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줄 몰라 쩔쩔맵니다. 남편은 ‘앞으로 잘 하겠다’고 애원하고 울기도 하며 이혼에 합의해 주지 않습니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