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일주문 양쪽에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혜(莫存知慧)’라는 글귀가 있지요. 이 말은 ‘이 문에 들어오거든 뭘 안다고 하지를 말아라. 다 비우고 들어오라’는 얘기입니다. 즉 무해공기(無解空器), 알음알이 하지 않는 빈 그릇을 가지고 있어야 대도성만(大道成滿), 즉 크나 큰 도를 꽉 차게 가득 담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중생계에서는 내가 뭘 좀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부처님의 진리를 얻어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한국불교태고종 17‧18‧19세 종정을 역임한 혜초 스님은 태고종이 갖는 정통성과 역사성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천태종 제17대 종의회의장에 서울 삼룡사 주지 무원 스님이 선출됐다.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 제17대 종의회는 1월20일 도용 종정 스님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제113차 임시종의회를 열어 의장에 무원 스님을 선출했다. 부의장에는 덕해 스님과 황세열 재가의원, 총무분과위원장에 설혜 스님, 법제분과위원장에 석용 스님, 재무분과위원장에는 갈지 스님이 선출됐다.의장 무원 스님을 비롯한 종의회의장단, 각 분과위원장과 간사(총무분과 최병열, 법제분과 김장욱, 재무분과 정찬영)는 1월15일 단양 구인사에서 봉행된 동안거 해제식에서 사령
코로나19로 전국 사찰과 사정에서 관음정진에 몰두한 천태불자들이 겨울 동안거를 원만회향했다.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1월25일 단양 구인사 설법보전에서 ‘제120회 경자년 재가불자 동안거 해제식’을 봉행했다. 해제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용 종정 스님을 비롯해 원로원장 정산, 총무원장 문덕 스님 등 종단 스님 일부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도용 종정 스님은 전국 사찰과 가정에서 동안거에 동참해 회향한 이수자 대표로 주승우(경주 청강사), 차이순(울산 정광사) 불자에게 이수증을 수여했다. 이어 제17대 종의회의장에 선출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지난해 12월11일 ‘전등록’과 ‘백장청규’ 등 선문헌에 대한 고찰로 오늘날 선수행 풍토를 지적한데 이어 1월26일에는 ‘누가 더 오래 앉아 있느냐’가 수행의 척도가 되고 있는 선원 문화를 고찰한 글을 보내왔다. 윤 대표는 ‘당송사원의 생활과 철학’을 저술해 불교평론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무자화두 10종병에 대한 고찰’ 등 논문이 있다. 편집자지금 한국 선(禪)은 좌선병에 걸려 있다. 좌선에 속박, 경도되어 있다. 불(佛)에 속박(걸려)되어 있는 것을 ‘불박(佛縛)’이라고 하고, 법에 속박해 있는 것을 ‘법박
고요했던 고운사에 선풍(禪風)이 휘몰아 쳤다.(1980) 통도사 극락선원, 묘관음사 길상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해 온 현봉근일(玄峰勤日) 스님(현 고운사 조실)이 주석하며 승가는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참선의 길을 열어 보였는데, 월말이면 어김없이 참선법회를 열어 철야정진으로 이끌었다. 안동대 미술학과에 입학(1979)해 불교학생회에 가입한 청년은 2학년 때 고운사를 찾아 큰스님을 처음 친견했다. 선기 충만한 세납 40대의 근일 스님 위모(威貌)는 고산 속 설원을 활보하는 호랑이를 보는 듯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이뭣고’ 화두를 받
조계종 17대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가 3월4일 열린다.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세영 스님)는 1월2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376차 회의를 열어 17대 중앙종회의원 보궐 선거일을 확정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통도사 각성 스님의 입적과 고운사 등운, 관음사 함결 스님의 사직에 따라 열린다.선거법에 따르면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는 매년 2월과 8월 넷째주 목요일에 실시하지만, 선거일이 안거기간인 때에는 안거 해제일 다음 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올해 동안거 해제일은 2월26일로, 선거법에 따라 3월4일 보궐선거
근세의 선지식 향곡(香谷) 선사는 주장자(拄杖子) 하나 걸어 두고 부산 묘관음사에서 눈 푸른 납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자루 지팡이를 청산에 걸어 두었나니(一條拄杖掛靑山)/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또한 물건도 아니네(非心非佛亦非物)/ 그대 이 속을 뚫고 지나간다면(有人這裡透過)/ 기나긴 세월 가도 언제나 깨어 있으리(塵劫圓明長不昧).’ (석지현 역)법원(法遠) 스님이 그 앞에 섰다. 절을 올리고 게송(偈頌)을 내보였다.‘이 주장자 이 진리 몇 사람이나 알겠는가(這箇拄杖幾人會)/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알지 못하누나(三世諸佛總
중국의 선(禪)을 신라에 처음 전한 스님은 선덕여왕 때 당(唐)에 들어가 중국 선종의 4조 도신의 선법을 받아 온 법랑이다.그러나 선(조사선)의 본격적 유입은 신라 말, 고려 초의 구산선문을 통해 시작됐다고 보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부분 마조도일의 선법을 받아왔는데 당시 가지산문의 종조이자 현 조계종의 종조로 추앙받는 도의(道義) 국사가 대표적이다. 이에 기반해 조계종은 이 땅에 처음 조사선을 전한 스님을 도의국사로 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도의국사가 한국에 선을 전한 지 올해로 1200년이다.그로부터 300여년 후, 이
경기도가 나눔의집 법인 임원 11명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내린지 5개월여 만에 해제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나눔의집 운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5명의 이사에 대해서는 19가지 지적사항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하며 해임명령 이행 완료일까지 재차 직무집행정지를 통보했다.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법인 취소라는 강경 대응 가능성도 제기돼 경기도가 나눔의집 법인을 흡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상 가시화됐다는 견해도 나온다.경기도가 12월18일 법인 측에 ‘행정처분 해제 통지서’를 보내고 임원 전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산사 풍광에 매료됐거나 산중의 스님들을 동경해서가 아니었다. ‘책 한 번 실컷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 챙겨 지리산으로 걸음했었다. 매월 초삼일이면 어머니와 함께 손전등으로 어두운 길을 밝히며 고성암을 올랐던 게 불연의 전부였다. 강진
“인도는 무엇보다 부처님께서 살다 가신 나라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불자들에게 인도는 로망이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자 가장 경험하고 싶은 일이다. 아무리 책에서 읽고 다른 이들로부터 듣는다고 하더라도 어찌 직접 체험을 대신할 것인가?”‘해인’지 편집장을 맡기도 했던 각전 스님은 그래서 인도로 떠났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가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한 이래, 전국 선원에서 수행하고 미얀마 쉐우민 국제명상센터를 다녀오기도
전국선원수좌회(의장 선법 스님)가 11월16일 합천 해인사에서 오늘날 선원 수행 풍토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활로를 찾기 위해 개최한 좌담회가 큰 화제가 된 가운데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12월11일 선의 황금기라는 당송시대와 비교를 통해 한국 선원의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윤 대표는 ‘당송사원의 생활과 철학’을 저술해 불교평론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무자화두 10종병에 대한 고찰’ 등 논문이 있다. 편집자현재 우리나라 선원은 ‘좌선제일주의’, ‘좌선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선원에 따라서 적게
조선시대 스님들의 도성출입 금지 조치가 해제된 1895년 즈음, 불교계 지도자들은 불교의 근대·대중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 밖의 원흥사(1899)와 사대문 안의 각황사(1910)가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건 새로운 불교시대를 열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고무적인 건 당시 지도자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원대한 꿈을 설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총독부나 일본의 불교계가 아닌 ‘조선의 불교도’가 한반도 전역의 사찰과 스님들을 직접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졌고, 그 의지는 총본산 건립 원력으로 이어졌
“이 땅에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몸이 으스러져도 좋다는 각오로 정진에 임하겠습니다.” “우리의 정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부대중 모두의 결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9명 스님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머리를 깎고 절에 들었던 행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정진에 임하겠습니다.” “외호 대중들의 시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정진에 매진하겠습니다.”2019년 11월11일.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한 위례천막결사 대중들이 상월선원에서 90일간의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한국불교 최초로
“좌선 일변도의 수행만으로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 “오늘날 선원은 몸뚱이만 모여 살 뿐 서로의 안목은커녕 생각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대화가 없다.” “수행공동체인 선원이 단지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생활공동체로 변질됐다.”전국선원수좌회(의장 선법 스님)가 11월16일 합천 해인사 소림선원에서 개최한 ‘선풍진작과 선원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는 오늘날 선수행 풍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드러내고 활로를 찾는 자리였다. 매년 겨울과 여름 2000여명의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6시간씩 용맹정진하는데 왜
영축총림 통도사가 영축산 일대 환경 수호를 위한 영축환경위원회의 신임 환경위원 위촉식을 갖고 통도사 인근 석계 채석단지사업 계획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10월18일 경내 주지실에서 ‘2020년 영축환경위원회 위촉장 수여 및 발대식’을 봉행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영축환경위원회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의 서운암과 자장암 뒤편 영축산에 채석단지사업이 논의되고 있는 사실을 밝히고 결사반대의 뜻을 모았다.통도사에 따르면, 최근 서운암과 자장암 뒤편 영축산 자락인 경남 양산시 상북면 오룡골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석산개발
최근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이 눈길을 끈다. 먼저 조두순 이야기다. 조두순은 2008년 초등학생 여아를 납치·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온 국민이 치를 떨며 공분한 사건이다. 그런데 형기를 마치고 연말에 출소할 예정인 조두순이 기존 거주지역인 안산시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에 앞서 시내 곳곳에 방범용 CCTV를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주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조두순의 출소를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고, 수행보다는 명리를 탐하였습니다. 칭찬보다는 비방을 일삼았으며, 지혜보다는 지식 얻기를 즐겼으며 화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수행인의 본분은 망각한 채 교만하고 방일했습니다. 지금의 위기와 고난이 졸음을 깨우는 경책의 죽비소리임을 알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영진 스님, 봉암사결사 60주년 기념법회 참회문, 법보신문 2007년 10월19일자)2007년 10월19일,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영진 스님의 참회문이 문경 봉암사를 둘러싼 희양산에 울려 퍼졌다. 조계종 실상을 적나라하
인도 초기불교 승가에서 하안거 해제일에 맞춰 스님을 공양했던 풍속이 불교전래와 함께 중국에 전해지게 된 명절이 우란분절이다. ‘우란분’은 스님에게 올리는 옷감, 곡식, 음식 등의 공양물 등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꽃으로 장식한 것을 이른다. 시간이 지나며 스님 공양 의미뿐만 아니라 조상천도를 위한 의식으로 변모되어 갔다. 학계에 따르면 우란분절에 도교적 색채가 짙게 가미되며 ‘중원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음력 7월15일을 백종일, 백중절, 백중, 백종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관련 연
대통령이 김희중 대주교 등 가톨릭 지도자들(8월20일)과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 ‧ 한국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등 개신교 지도자들(8월27일)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엄중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주목되는 것은, 과거 10여년 넘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던 가톨릭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간담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신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와 수녀를 청와대에 초청하고, 주교회의